혁신 신사업? 불법 영업?…뜨거운 모빌리티 논쟁

다양한 모빌리티 도전장 쏟아졌지만 시장 진입 과정서 갈등

택시기사 분신 사태까지…‘타다 금지법’ 논란 현재진행형

연합뉴스 캡쳐
연합뉴스 캡쳐
모빌리티 산업이 급성장세를 구가하며 올 한해가 뜨거웠다. 하지만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플랫폼 업계와 기존 제도·산업계와의 갈등이 끊이질 않으며 현재진행형이다.

모빌리티 산업이 큰 틀에서 대형 업체 위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가 스타트업에 대한 기여금 면제·감면 등 ‘당근’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시장과 제도의 ‘틈새’를 찾아내는 스타트업의 등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전망이다.

◇‘타다 금지법’vs‘택시 상생법’

작년 말 카카오가 내놓은 카풀 서비스로 인한 갈등이 연초부터 계속된 가운데 카카오는 1월15일 카풀 서비스 잠정 중단을 발표했다. 이에 택시업계가 협상 테이블에 참여하기로 결정, 같은달 22일 택시4단체와 카카오모빌리티, 민주당, 국토교통부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출범했다.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논의 끝에 3월7일 출퇴근 시간에 한정해 카풀 서비스를 허용하고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상반기 중 출시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안을 발표했다.

이후 극한으로 치닫던 택시와 카풀 업계의 갈등은 잠잠해졌지만 카카오모빌리티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이 일제히 합의안을 비판하면서 승차 공유 업계가 내분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바통’은 ‘타다’가 넘겨 받았다.

국토교통부는 7월17일 택시업계와 ‘타다’ 등 신규 플랫폼 업계와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은 정부가 운송서비스 업체로부터 기여금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플랫폼 택시를 규제혁신형, 가맹사업형, 중개사업형으로 나눠 영업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규제혁신형에 속했던 ‘타다’의 렌터카를 이용한 영업은 택시업계의 반대로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나아가 택시면허 총량 범위 내로 ‘타다’의 운행 대수를 제한하고, 일괄적인 기여금을 내도록 하면서 “면허 총량과 기여금은 정부가 미리 정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 ‘타다’의 입지가 좁아졌다.

이에 ‘타다’는 VCNC 박재욱 대표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기존 택시 산업을 근간으로 대책을 마련한 까닭에 새로운 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은 더 높아졌다”며 “국민편익 확대 차원에서 새로운 접근과 새로운 협약이 필요하다”고 반발했다.

다른 모빌리티 업체들도 개편안에 대해 새로운 업체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고 자금력이 강한 대기업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며 ‘타다’에 힘을 보탰다.

정부와 ‘타다’의 대립은 ‘타다’가 지난 10월 서비스 출범 1주년을 맞아 내년까지 운행차량은 1만대, 드라이버는 5만명까지 늘리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격화됐다.

이러한 영업 확장계획에 택시 업계가 다시 반발하고 나섰고, 국토부는 “‘타다’가 현재 영업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손보겠다”며 맞대응에 나섰다.

이어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국토부의 택시제도 개편안을 뒷받침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타다’는 더욱 궁지에 몰렸다.

일명 ‘타다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개정안은 11인승 이상 렌터카의 유상 운송 알선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대신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 대여하고, 공항·항만에서만 대여와 반납이 허용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타다’의 현재 운행 근거를 없애는 대신 제도권으로 편입하자는 취지다.

입지가 좁아진 ‘타다’는 요금을 800원 인상하고, 1만대 증차 계획을 중단하는 등 한발짝 물러섰지만, 이번에는 검찰이 여객사업법 위반 혐의로 박 대표와 모회사인 쏘카 이재웅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이달 들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타다 금지법’이 일사천리로 통과하면서 타다는 사실상 1년 6개월의 시한부 운명에 처하게 됐다.

이에 이재웅 대표는 “졸속 누더기 법안”, “신산업을 제도권으로 들어오게 하는 권력남용”, “야구선수를 지망하는 학생에게 축구를 하라고 하는 격”이라며 페이스북을 통해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타다’는 지난 10일 ‘타다를 응원해주세요’라며 지지 서명 운동을 시작했고, 7만7천명의 서명을 17일 국회에 전달했다.

◇모빌리티 대중화 ‘원년’…제도권 편입 노력 활발

비록 카풀 서비스에 이은 ‘타다 금지법’ 논란으로 플랫폼 업계와 기존 제도·산업과의 갈등이 부각되기는 했지만 올해는 모빌리티 대중화 원년이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로 국내에서는 각종 모빌리티 서비스가 활발히 쏟아져 나왔다. 플랫폼 업계의 제도권 편입 노력도 이어졌다.

미국 등지에서 널리 쓰이는 ‘우버’ 형태의 승차 공유 서비스는 이전까지는 풀러스 등 스타트업 위주로 운영되다가 지난해 연말 카카오가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카카오는 기존 택시 호출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데 이어 대형 승합 택시 서비스를 내놓았다. 여기에 SK텔레콤이 ‘티맵택시’로 도전장을 내밀었고 우버 역시 중형 택시 호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전동 킥보드 등 개인 운송 수단의 공유, 이른바 ‘라스트 마일 서비스’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등을 펼치는 스타트업들이 모여 ‘퍼스널 모빌리티 서비스 협의회(SPMA)’를 출범하기도 했다.

이처럼 모빌리티 산업 진출이 활발해진 가운데 국토부가 7월 발표한 택시 제도 개편안에서 규제혁신형·가맹사업형· 중개사업형 등 3가지로 합법화된 플랫폼 운송 사업 유형을 정리함에 따라 모빌리티 사업의 제도권 편입이 가시화됐다. 대기업을 위주로 한 신규 진출 소식도 이어졌다.

모빌리티 사업을 위해 5천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카카오는 국토부 개편안 발표 이후 택시 회사 9곳을 인수해 면허 890개를 확보했다.

현대자동차는 2025년까지 모빌리티서비스·플랫폼에 1조8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고 최근 별도 법인을 설립, 내년에 시범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그랩·디디추싱·우버 등 해외 대형 모빌리티 업체가 국내 시장 확장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도 끊임없이 나온다.

그러나 애초 모빌리티 사업을 시작한 주체인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정부가 다양성을 죽이고 대기업과 택시업계에만 유리하게 틀을 짜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최근 국토부와의 간담회에서 “정부와 국회가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신산업과 국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이 안 됐다”며 “관련 스타트업은 죽어가고 있고 정부가 혁신 기회를 주겠다는 플랫폼 운송 사업은 총량제와 기여금 등 족쇄와 진입장벽이 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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