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오치남의 우다방 편지
오치남(남도일보 이사대우, 정치·총괄데스크)
내년 4·15총선, 인위적 물갈이 능사 아니다

오치남 이사대우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이낙연. 정세균 전 국회의장 총리 지명으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우면서 퇴임을 눈앞에 둔 이 총리. 그는 ‘사이다 발언’, ‘깨알 메모’, ‘차기대선 후보 지지율 1위’ 등으로 사회적 반향과 관심을 끌고 있다. 전남 영광군 법성면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가 전남도지사에서 총리로 발탁된 것은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 총리 지명 당시 “새 정부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내각과 국회, 언론과 국민 여론을 두루 파악하고 있는 안정적 총리로서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언론인 출신으로 2000년 정계에 입문한 이 총리는 16대 국회의원 당선이후 내리 4선에 성공했다. 2002년 대선 직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분당할 때 민주당에 남아 ‘탄핵 역풍’에도 2004년 17대 총선에서 살아남았다. 자신의 정치인생에서 한번도 당을 바꿔 본 적이 없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이 총리. 그의 다재다능함을 모두가 인정하지만 만약 ‘4선 국회의원’이 아닌 ‘초·재선 국회의원’출신이었어도 총리에 발탁됐을까?

선거철이다. 내년 21대 4·15총선을 앞두고 예비후보들이 지난 17일부터 예비후보자등록을 한 뒤 뛰고 있다. 현역 의원들도 의정활동보고회를 개최하는 등 선거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역구에서 1명만이 축배를 드는 비정한 선거전은 그야말로 총성없는 전쟁터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합의한 선거제 개혁 법안 단일안이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전망이다. 4+1 차원에서 의결정족수(재적 295명 중 148명)가 확보돼 있기 때문에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단일안이 통과되면 국회의원 의석 구성이 현행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으로 유지되며, 정당득표율의 연동률은 50%로, 연동률 적용 의석수(cap·캡)는 30석으로 제한된다. 석패율제도 없고 비례대표 1석도 못늘린 ‘누더기 법안’이란 비판을 받고 있으나 광주 8석과 전남 10석 등 18개 선거구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깜깜이 선거 운동’은 하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광주·전남지역 총선 예비후보나 현역 의원들은 ‘물갈이론’이란 또 다른 큰 산을 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유망한 초·재선 의원’ 내년 총선 불출마, 다선 의원 공천 배제설, 특정지역구 전략 공천설 등을 내세워 이미 ‘물갈이론’에 불을 지폈다. 역대 총선에서 물갈이는 끊임없이 이뤄졌다. 그러나 물갈이의 주최는 유권자가 아닌 정당이었다. 당리당략에 치우쳐 자신들의 ‘입맛에 맛는 후보’를 공천했기 때문이다.‘국민 참여 경선’이란 얄팍한 술수를 동원했지만 그 국민 대다수는 당원이었다. ‘인위적인 물갈이’란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결국 매번 ‘역대 최악 국회’ 란 오명을 받고 있다. 그래서 “물갈이가 능사가 아니라 사람과 시스템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광주·전남지역 출신 가운데 대권 후보로 나설 인물이 없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다. 이낙연 총리의 대권 후보군 급부상으로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처럼 보이지만 ‘대권 후보 부재론’은 부인할 수 없다.

‘정치 신인과 미래 대권 후보를 키워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척박한 광주·전남 정치 현실에서 ‘인위적인 물갈이론’은 여야나 지역민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소홀해서는 안된다. ‘초선 의원’과 ‘다선 의원’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지역과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총선 물갈이’는 유권자의 손에 맡겨야 정당 정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서까래용 나무와 들보·기둥용 나무는 따로 있다. 서까래용 나무가 자라서 들보·기둥용 나무가 된다. 완벽한 한옥은 이 세 가지의 아귀가 잘 맞춰져야 완성된다. 내년 총선에서 광주·전남지역 탈환과 수성을 노리고 있는 여야가 ‘인위적인 물갈이론’을 행동으로 옮길 경우 ‘매서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광주·전남 유권자들의 정치적 안목이 국회의원들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내년 총선에서 더 많은 금배지를 달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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