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 특집] 내 삶을 바꾸는 문화 (1)NS재즈밴드
재즈가 어렵다구요? ‘살롱 드 재즈’로 오세요
혁신적 기획·열정·도전정신으로 대중화 앞장
광주 궁동 예술의 거리 전문공연장 마련해 소통
“음악에 깃든 저항·해방의 역사 광주정신과 함께”
‘임~행진곡’ 재즈버전 발표…악기 교습도 진행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왠지 공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늘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

각박한 사회속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쉼없이 달려왔기 때문이다. 남들이 이미 정해놓은 가치와 기준을 따라 일정 단계에 오르고 스스로 눈을 들어 주변을 돌아보면 왠지 허전하고 공허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사람과 사회가 풍요로워지는 문화가 중요함을 깨닫는다. 일상에서 자연스레 접하고 즐기는 문화가 있을까?

여기 시민 생활속에 직접 들어가 문화예술을 확산하는 활동가들이 있다. 남다른 열정과 창의력, 도전 정신, 혁신적인 마인드로 ‘내 삶을 바꾸는 문화’ 운동에 앞장서는 그들을 만나본다. <편집자주>

NS재즈밴드의 멤버 김수곤(기타), 박수지(피아노), 이완(베이스), 이미지(보컬), 윤영훈(드럼) /NS재즈밴드 제공

◇광주정신 혁신의 ‘JAZZ’

고요한 저녁, 적막함이 가득한 광주 궁동 예술의 거리는 겨울 특유의 을씨년스러운 날씨 탓에 유난히 더 쓸쓸해보인다. 차분히 길을 걷다보면 어디선가 감미로운 재즈 선율이 들려온다. 경쾌한 기타소리와 끈적한 피아노 건반소리가 적막함을 깨고 거리를 적신다. 소리의 근원지는 소공연장 ‘살롱 드 재즈’.

구도심 쇠락에 맞물려 예술 활동을 담아내지 못하던 예술의 거리는 최근 한 밴드의 혁신적인 기획과 노력으로 활력을 되찾고 있다. NS재즈밴드는 ‘어렵다’라는 재즈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광주에 재즈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밴드의 혁신적인 활동덕에 젊은 예술가들과 관람객들이 거리로 모여들어 재즈를 즐기고 있다.

재즈는 과거 미국에서 탄압 받던 흑인 노예들을 배경으로 역경 속에서 피어난 음악이다. 차별 당했던 설움과 기성개념에 반발을 담은 퍼레이드 등의 행진음악에서 주로 울려퍼지며 자유와 혁신, 저항이 깃들었다. 음악적 특색 또한 기존의 클래식 음악과 근본적으로 다름을 추구한다.

NS 재즈밴드는 ‘애드뮤직컴퍼니’라는 단체를 만들어 멤버들이 문화프로그램들을 직접 기획했다. 특히 ‘뚜비두밥 재즈 학교’와 ‘슬기로운 재즈생활’ 등의 재즈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해 재즈의 역사를 알리는데 주력했다. 또한 ‘다시 피어나는 희망의 빛고을 재즈’라는 강좌를 통해 광주민주화운동도 교육했다. 이들은 재즈의 저항과 혁신의 역사가 광주 항쟁 기간 동안 보여준 시민들의 광주정신과 맥락을 함께 한다고 봤다. 결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재즈버전을 발표해 5·18기념 재단 홈페이지에 음원파일로 게재되는 기염을 토했다.
 

재즈 공연장‘살롱 드 재즈’ 공연장에서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다. 40여평의 공연장은 관객과 호흡하며 연주하기 위해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1m 간격으로 좁혔다. /NS재즈밴드 제공

◇혁신적인 기획의 ‘궁동재즈살롱’

NS재즈밴드는 2012년 리더 김수곤씨와 피아니스트 박수지씨가 주축을 이뤄 공식적으로 밴드를 결성했다. 이어 베이스를 담당하는 이완씨와 드럼의 윤영훈씨, 보컬의 이미지씨가 차례로 들어오며 2016년에 지금의 모습처럼 5인조 혼성팀이 됐다. 사실 밴드를 결성하기 전부터 틈틈히 모여 함께 연습을 했으니 그들이 함께한 세월은 더 길다.

밴드는 지역에 재즈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혁신적인 기획력을 보여줬다. 우선 2018년 2월 소공연장 ‘살롱 드 재즈’를 마련해 대중들과 소통했다. 또한 ‘궁동 JAZZ SALON’을 직접 기획해 한 해 동안 광주에 수많은 뮤지션들을 소개시켰다. ‘2019지역특화문화거점지원사업’의 공모를 통해 이뤄진 ‘궁동재즈살롱’ 공연프로그램은 지난 한해 광주지역에 15차례 재즈공연을 펼쳤다. 골든스윙밴드, 조윤성, 전용준 등 실력있는 재즈 뮤지션들이 광주를 방문했으며 지역의 신예들을 발굴해 직접 무대위로 올려 실력을 선보였다.

공연은 주로 2018년 2월 예술의 거리에 문을 연 살롱 드 재즈에서 열렸다. 살롱 드 재즈는 광주의 유일무이한 재즈 공연장으로 밴드의 멤버 김수곤, 박수지씨가 공동 대표로 있다. 1940년대 미국 재즈 뮤지션들의 즉흥 연주가 이어지던 ‘민튼즈 플레이 하우스’에서 모티브됐다. 이곳에서는 재즈 뿐만아니라 다양한 뮤지션들의 쇼케이스, 대관 공연 등도 심심치 않게 이어진다. 공연장은 방문한 뮤지션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돌아 재즈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재즈의 요람’으로 자리잡았다.

밴드 주최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재즈에 입문하고 매력에 빠져들어 이번 이브 공연에도 참석한 최원우(28)씨는 “평소 카페에서나 듣던 재즈음악을 교육을 통해 제대로 알고 공연장에서 들으니 사뭇 느낌이 달랐다”라며 “음원으로 접하는 재즈와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듣는 재즈는 냉동 음식과 싱싱한 음식의 차이라고 할 만큼 크다”고 말했다. 이어 “밴드 덕에 재즈를 몰랐던 사람은 입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광주에서 더 많은 공연을 볼 수 있어서 항상 감사하다”라며 “살롱 드 재즈가 공연장으로써의 순기능 뿐 아니라 재즈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문화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밴드는 ‘궁동재즈살롱’‘뚜비두밥 재즈학교’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광주지역에 재즈 감수성을 향상시켰다. /NS재즈밴드 제공
2012년에 리더 김수곤씨와 박수지씨를 중심으로 결성된 밴드는 2016년에 들어서 지금의 5인조 멤버가 구성됐다 /NS재즈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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