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시즌 2 본격화…“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자”

작년 16개 공공기관 이전 마무리…지역발전 견인 기대

정주여건 아직도 열악…주민들 삶의 질 성적표 ‘낙제점’

‘백년대계’교육 문제 우선 해결해야 가족 동반율 높아져

의료·교통 등 인프라 확충 시급… 고질적 민원 해결도
빛가람 혁신도시 시즌 2의 성공을 위해선 주민 생활의 기본적인 근간이 되는 정주여건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빛가람 전망대에서 바라본 혁신도시 전경./남도일보DB
하늘에서 바라본 빛가람 혁신도시 모습./나주시 제공
2020년 광주·전남공동(빛가람) 혁신도시 ‘시즌 2’가 본격화되고 있다. 혁신도시 시즌 2 사업은 2007년 첫 삽을 뜬 빛가람 혁신도시를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신(新) 지역 성장 거점지역으로 육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빛가람 혁신도시가 명실상부한 지역 성장동력으로 발전하려면 주민 생활의 기본적인 근간이 되는 ‘정주여건’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교육·의료·문화·여가·교통·환경 등 열악한 정주여건 탓에 살기 불편하다고 이주를 미루고 사람이 없다보니 시설이 늘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목표로 내세운 2020년까지 2만 세대, 인구 5만명의 자족도시 건설도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이에 2020년 경자년 새해에는 빛가람 혁신도시를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모든 혁신도시 주체의 처절한 노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1차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발전위원회.
◇시즌 1 마무리…인구 증가 등 성과

빛가람 혁신도시는 2019년 1월 마지막 이전기관인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IPET)이 입주하면서 16개 공공기관의 이전이 완료됐다. 지난 2005년 혁신도시로 지정된 지 14년 만이다.

한국전력 등 16개 공공기관은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속속 이전을 마치고 빛가람 혁신도시에서의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2019년 1월 기준 16개 기관의 근무 직원만 모두 7천600여명에 달한다.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빛가람 혁신도시 조성은 수도권 인구의 지방 이전 효과, 혁신도시 관할 지자체의 지방세수 증가,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률 증대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은 단연 ‘인구 증가’다.

혁신도시 법정동인 빛가람동 인구는 2018년 9월 1만2천126가구에 3만20명을 기록해 처음으로 3만명을 넘어섰다. 2014년 2월 동 주민센터가 공식 업무를 시작한 지 4년 5개월 만이다. 빛가람동의 인구 증가는 나주시 전체 인구 증가를 이끌었다. 지난 2013년까지 감소 추세이던 나주시 인구는 2014년부터 증가세를 보이며 2018년 말 기준 11만3천839명을 기록했다.

나주시가 개최한 빛가람 혁신도시 정주여건 관련 주민 설명회.
◇주민 만족도 전국 최하위권

빛가람 혁신도시는 이제 광주·전남지역 발전의 새롭고 중요한 원동력으로 큰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는 빛가람 혁신도시를 비롯한 전국 10개 혁신도시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신지역성장 거점화를 목표로 ‘혁신도시 시즌 2’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도시 시즌 2 성공을 위해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우선 빛가람 혁신도시 주민들의 ‘삶의 질’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 국회의 ‘혁신도시 정주여건 만족도 조사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빛가람 혁신도시는 10개 혁신도시 중 만족도가 9위로 나타났다. 전체 평균 만족도는 52.4점인데 반해 빛가람 혁신도시는 이보다 낮은 48.9점을 기록했다. 꼴찌인 충북 혁신도시 40.9점 다음으로 낮았다.

이러한 정주여건 불만족은 이전기관 직원들이 가족을 얼마나 데려왔는지에 대한 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국토부 등에 따르면 2018년 6월말 기준 빛가람 혁신도시 이주 직원 전체 6천329명 중 42.5%인 2천238명이 가족과 떨어져 ‘나홀로 거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빛가람 혁신도시 내 유일한 고등학교인 봉황고.
◇교육·의료 등 정주여건 개선 시급

전문가들은 빛가람 혁신도시가 발전하려면 교육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야만 ‘나홀로 거주’ 직원들의 가족 동반율이 높아지고 순차적으로 빛가람 혁신도시의 활성화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재 빛가람 혁신도시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각각 4곳, 2곳이며 고등학교는 단 한 곳에 불과하다. 2020년까지 3개교가 추가 설립될 예정이지만, 공공기관 직원들은 서울 및 수도권의 좋은 학군을 벗어나 혁신도시로 이전할 만한 ‘명문 중·고등학교’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부족한 양육 시설도 문제로 꼽힌다. 2020년까지 설치 예정인 유치원 7개교 정원은 1천55명으로, 신규 수요 1천990명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의료 인프라 확충도 시급하다. 현재 혁신도시 내에는 27개의 병원이 운영되고 있지만 대부분 의원, 요양병원, 치과 등 소규모 병·의원이어서 주민들이 정밀검진 등을 위해서는 인근 대도시인 광주시의 대형병원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전남도·나주시가 투자협약 등을 통해 대형병원 건립을 추진, 동신대 한방병원은 정식 개원을 마쳤고 빛가람 종합병원의 경우 건립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병원 내부에 필요한 편의점, 커피숍 등 주민 편의시설 설치를 위해서는 관련 규정의 개정이 시급하지만 해당 지자체들은 인근 상인들의 반발 등에 의해 서로 ‘책임 떠넘기기’ 공방만 하고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공약사항인 ‘나주 공공산후조리원’건립도 여기에 가로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빛가람 혁신도시 최대 현안인 고형폐기물(SRF) 열병합발전소.
◇교통·SRF 등 문제 해결 서둘러야

열악한 교통 인프라도 문제로 꼽힌다. 여객터미널은 나주터미널과 영산포터미널이 분산·운영되고 있어 이용자 혼란 및 불편이 많았고, 광주시와 나주시를 오가는 버스 노선 확충 및 배차 간격에 대한 불만도 많은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빛가람 혁신도시 수요 증가를 소화하기 위해 KTX 증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함께 최대 현안인 고형폐기물(SRF) 열병합발전소와 축산악취 등 문제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주민들의 불편사항일 뿐만 아니라 빛가람 혁신도시 이미지와도 직결되는 민원이다.

광주전남연구원 관계자는 “인구가 크게 늘지 않으면 교육, 의료, 쇼핑시설이 들어올 수 없게 되고, 기업과 사람들은 정주 여건이 불편해 입주를 꺼리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혁신도시 시즌2의 성패는 정주환경 개선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중·서부취재본부/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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