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작은학교의 희망을 찾아서…

통폐합 갈림길 선 전남 농어촌 작은학교들의 절규

학생 유치 위해 주거·해외여행 등 파격지원책 잇따라

교사들은 학생 찾아 읍·면으로 “발품 팔 수밖에…”

갖은 노력 불구 최근 10년새 전남서 138개교 문닫아

작은학교 활성화·학생 유입책 등 근본 대책 필요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전남지역 농어촌 학교들의 통폐합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 작은학교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논의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전남 작은학교중 하나인 무안 현경북초 학생들이 학부모들과 함께 할로윈파티를 준비하는 모습. /전남도교육청 제공
<편집자 주>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전남지역에선 학생수 60명 이하 이른바 ‘작은학교’들이 통폐합을 피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벌이고 있다.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전학생 무상 주거지원, 해외여행 등 파격 지원책이 잇따라 등장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남에선 지난 2009년부터 10년간 모두 138개 학교가 문을 닫는 등 통폐합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농어촌 작은학교들은 저마다 갖고 있는 장점을 내세우며 희망을 외치고 있다. 도시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쾌적한 자연환경, 끈끈한 지역 커뮤니티 등 농어촌 작은학교의 장점을 내세워 부활을 꿈꾼다. 전남 농어촌 작은학교의 열악한 교육 현실과 대안을 짚어본다.

학생유치를 위해 전학생 무상주거 지원이라는 파격지원책을 꺼내든 전남 화순군 북면 백아산 기슭의 아산초등학교 전경.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전남 전체 절반이 작은학교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기준 전남지역 878개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학생수 60명 이하 작은학교로 분류되는 학교는 모두 377개교(43%)다. 전남 전체 학교 절반이 미니 학교인 셈이다. 농어촌 지역인 전남은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38개 학교(분교 포함)가 문을 닫았다. 지속적인 저출산과 전출로 전남 일선 시·군에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거문초 덕촌분교장과 영광중앙초 월송분교장 등이 잇따라 문을 닫아야 했다. 특히 지난해 전남지역 31개 학교는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어 아예 입학식을 치르지 못했다.

이같은 상황이 수년간 계속되자, 농어촌 학교들은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홍보활동에 나서는 등 눈물겨운 노력을 벌이고 있다.

전남 강진군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거의 왠만한 농어촌 학교들이 겨울방학이 오기전 읍·면이나 인근 도시지역으로 나가 신입생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당장 한, 두명의 학생이 아쉬운 학교 입장에서는 발품이라도 팔아 학생들을 유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전학생 가족을 위한 무상 주택지원으로 화제가 된 화순 아산초등학교도 학생수 감소로 인한 학교 통폐합을 막기 위해 이같은 파격 지원책을 꺼내들었다. 아산초는 6학년 학생 10명이 내년에 졸업하면 학생수가 10명대로 줄어들 처지였다.

전남지역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한해, 한해가 갈수록 농어촌에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지면서 학교 차원의 학생 유치도 더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무상 주택지원이 파격지원책으로 받아들여지지만 학교 입장에선 입학생만 늘어난다면 더한 것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11월 27일 열린 작은학교 교육과정 특성화 방안 모색 워크숍에서 전남지역 교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전남도교육청 제공
◇가고 싶은 학교로 만들자

지역 교육계에서도 농어촌 작은학교를 ‘가고 싶은, 찾아오는 학교’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마련중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점으로 꼽히는 것은 교육력 제고다. 작은학교만의 장점을 살린 교육과정을 마련해 도시권 학교에 전혀 뒤지지 않는 교육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전남 지역 몇몇 농어촌 작은학교들은 학교 자체적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추진해 교육력을 끌어올리기에 나서고 있다.

함평 손불초의 경우 ‘감성 ROAD 프로젝트로 시골아이들의 자존감 UP’, 해남 북평초 ‘북평이랑 & 북일이랑’, 순천 월등초 ‘복사골 프로젝트’ 등의 프로젝트는 작은학교의 지속가능성을 연구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또한 ▲흑두루미 논가꾸기 프로젝트(순천인안초) ▲삼나무 숲 사계절 생태교실(금성초)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문화예술축제(북일초) ▲작지만 강한 꿈여울 학생자치활동(몽탄중) 등도 작은학교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중 일부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작은학교가 규모는 작더라도 장점과 특성을 살린 교육과정을 잘 운영하면, 얼마든지 경쟁력을 갖춰 지속가능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작은학교를 살리는 데 온힘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연기 공주대학교 교수는 “농어촌 및 농어업의 가치를 반영한 교육과정 특색화를 통해 교육력을 끌어올려 학교존립의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청정 자연환경과 식품생산 기지로서 농어촌 지역의 전통문화를 교육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은학교의 장점인 학습지도 개별화를 통해 학력과 인성, 특기·적성을 계발하고 함양할 수 있도록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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