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자치단체장 칼럼
김순호(전남 구례군수)
귀촌은 새로운 도전이다

요즘 구례가 뜨겁다. 시골생활 예능프로그램인 MBN <자연스럽게>가 지난해 8월부터 방영되면서부터다. <자연스럽게>는 구례군 산동면 현천마을에서 전인화, 허재를 비롯한 유명 연예인들이 빈집을 리모델링해 1년간 살아보는 프로그램이다.

김순호 구례군수

 

현천마을은 100명이 안 되는 주민들이 서로의 숟가락 젓가락 개수를 알고 지내는 정겹고 작은 마을이다. 어느 시골마을들처럼 청년들은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은 남아서 농사를 짓고, 빈집은 늘어가는 마을이었다.

지금은 어느 시골마을보다 유명해지고 있다. 이 작은 마을에 거주자들보다도 많은 방송국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평생 한 번 보기 힘든 연예인들이 오랜 이웃처럼 살갑다. 빈집들이 다시 채워지고, 관광객들은 아름답고 정겨운 풍경에 반해 찾아온다.

<자연스럽게>는 시골생활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빈집을 구하는 과정, 고급 아파트 부럽지 않은 집으로 리모델링하는 모습, 산수유를 따고 섬진강에서 낚시를 하는 수확의 즐거움, 함께 모여 김장도 하고 마을주민들과 함께 관광지에 놀러가는 시골생활의 즐거움들을 보여준다. “푹 쉬러 왔는데, 왜 이렇게 할 게 많아요?” 방송에 출연한 연예인들이 하나 같이 하는 말이다.

그동안 귀농·귀촌은 은퇴자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졌다. 단어에서부터 돌아간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도시에서 청춘을 불태우고, 자식을 다 키우고 나서야 조용한 시골마을로 돌아가 텃밭을 가꾸며 인생의 황혼을 마무리하는 것이 전형적인 귀농귀촌인의 표상이었다.

그러나 출연진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촬영하면서 달라지는 저를 봐요.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등의 의문을 가지고 내딛질 못했던 부분들이 많았는데 그 벽이 허물어지는 느낌을 받아요. ‘절대 못 한다’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는 저를 보게 되는 거예요. 아침에 눈을 뜨고 만나는 이곳의 모든 게 감사하고 아름다워요. 여기에서의 여러 경험들이 새 삶의 도전의 계기가 될 듯해요.” 전인화님의 이야기다.

시골의 생활은 도시의 생활과는 색다른 다이나믹함을 가지고 있다. 직접 만든 공예품과 수확한 농산물을 프리마켓에서 선보인다. 레트로 카페에 모여 기타도 치고, 노래도 부르며 청춘을 즐긴다. 지역 작가들과 함께 시도 써보고, 1인 출판사를 열고 그림책도 펴낸다. 패러글라이딩, 서핑, 낚시, 트래킹, 라이딩 등 레저 활동도 다양하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벗 삼아 캠핑을 하고, 반려견과 함께 넓은 잔디밭에서 자연을 느낀다.

우리 구례군에서도 이들을 위한 여러 가지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부터 마을 빈집 85채를 리모델링하여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구례정착 보금자리 조성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1년간 농업지식과 농촌생활을 체계적으로 배워보는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구례에 본격적으로 정착하고 싶을 때는 쉽게 주택과 토지를 구입할 수 있도록 주택단지 리츠사업과 소규모 공영택지 사업도 추진한다.

귀촌이라는 단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한다. 농촌에서 살아보는 것은 더 이상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몰랐던 도시에 살아보는 것, 해보지 않았던 삶을 경험해보는 것, 삶의 지평을 넓히고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모색하는 것 - 인생의 새로운 도전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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