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무지개프로젝트 시즌2-다문화사회 희망 이끄는 지역 일꾼들

이주민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일원으로 나서야

<1>바스무쿨 유니버셜문화원 원장
민주·인권도시 광주에 끌려 2005년 정착
고통 겪는 지역 이주민들 돕고자 ‘형제’ 자처
통역부터 법률지원까지, 이주민쉼터도 운영
유니버셜문화원 통해 이주민들과 문화 연대

 

민주·인권도시 광주에 이끌려 이곳에 정착해 10여년간 이주민들을 돕고 있는 바스무쿨 유니버셜문화원장은 더 나은 이주민들의 삶을 꿈꾸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광주 동구 계림동 이주민쉼터에서 만난 바스무쿨 원장.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프롤로그>지난 한 해 지역 이주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다문화 기획 시리즈, 남도 무지개프로젝트를 이어온 본보는 올해 ‘남도 무지개프로젝트 시즌2’를 통해 이주민들에게 한발 더 다가선다. 시즌2에서는 ‘다문화 사회 희망 이끄는 지역 일꾼들’ 시리즈를 통해 이주민들을 물심양면 돕고 있는 우리지역 일꾼들을 소개하고 이주민들의 애환과 아직도 열악한 다문화정책 등을 되짚는다. 또 ‘빛으로 나아가는 이주민들’ 시리즈에선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능력과 개성을 한껏 발휘하고 있는 이주민들을 만나 다문화정책, 이주민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로잡아 나간다.

먼저 ‘다문화사회 희망 이끄는 지역 일꾼들’ 시리즈 첫 번째 주인공으로는 인도 출신으로 광주의 멋과 매력에 빠져 이곳에 정착, 지역 이주민들의 형제를 자처하고 있는 바스무쿨 유니버셜원장을 만나 광주에 살고있는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주민쉼터에서 이주여성, 이주노동자들과 대화하는 바스무쿨 유니버셜문화원장. /유니버셜문화원 제공

“언제든 우리도 이주민·난민이 될 수 있어요. 그런데도 여전히 남아있는 이주민들에 대한 편견이 저로선 너무 아쉽죠…”

새해에 대한 희망이 부풀던 지난달 30일 광주 계림동에 위치한 이주민쉼터에서 만난 바스무쿨 유니버셜문화원장은 자신의 형제와 같은 이주민들만 생각하면 가슴 한켠이 먹먹하다고 밝혔다. 지난 2005년부터 광주에 내려와 유학생, 이주민들을 돕고 있는 그가 지금껏 꿈꿔온 ‘이주민들의 행복한 삶’을 돌이켜보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 때문에서다.

이날도 바스무쿨 원장 옆엔 최근 알 수 없는 이유로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비자 전환이 거절돼 소송을 준비중인 방글라데시인 불부 씨와 공장에서 일을 하다 허리를 다친 가나 출신 벤씨가 자리를 지켰다. 바스무쿨 원장은 이들의 통역과 법률·생계 지원 등을 도맡는 중이다.

1992년 인도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와 종교학을 배우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최초로 서울대 유학생들의 모임인 유학생회 회장을 맡아 이주노동자를 돕는 봉사활동을 했다. 한국어를 비롯해 무려 7개 국어에 능통했기에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았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좋았던 그는 2000년 한국인과 결혼해 귀화했다.

그렇게 유학생들과 문화활동을 벌이던 바스무쿨 원장은 지난 2005년 광주의 매력에 이끌려 이곳으로 내려왔다. 민주·인권의 가치를 내세운 광주라는 도시에서 자신의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해서다.
 

바스무쿨 원장은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잖아요. 특히 저는 인도 출생으로 명상 수행자인데, 광주와 전남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저를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며 “또 광주 사람들 특유의 ‘정’은 내가 이곳에 터를 잡게된 결정적인 계기 였다”고 밝혔다.
 

아이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바스무쿨 유니버셜 문화원장 모습. /유니버셜문화원 제공

 

광주에 정착한 그는 2008년 유니버셜문화원의 전신인 바스무쿨문화원을 만들어 유학생, 이주민들과 문화 활동에 나섰다. 문화로 어이진 지역 이주민들은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었다.

유니버셜문화원이 입소문을 타자 바스무쿨 원장의 일도 늘었다. 이주민들이 한국 문화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생활상담부터 생활이 어려운 이주민들에 대한 나눔활동도 자연스레 그의 몫이 됐다.

이 무렵 이주민들이 맘 놓고 쉴수 있는 ‘이주민 쉼터’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사업주와의 갈등 등으로 새일자리를 찾아 나선 이주노동자들이나, 남편의 폭행을 피해 안전한 거처를 찾아 나선 이주여성 등이 모두 이주민 쉼터로 모여들었다. 난민들도 이주민 쉼터의 주요 고객이다.

유니버설문화원도 단순히 통·번역을 돕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노무사, 변호사, 노동조합 등을 연결해 사업장 변경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이주민들로부터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는 그도 두가지 큰 고민이 있다. 무엇보다 이주민쉼터, 유니버셜문화원을 운영하며 상근 직원들의 월급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등 재정상황이 나아질 기미지 보이지 않는 점은 그의 머릿속을 매일 맴도는 고민거리다.
 

광주 동구 계림동 이주민쉼터에서 한글 공부를 하는 한 이주민.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그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우리 직원들이 최소한의 대우도 받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면서 “문화원과 쉼터가 운영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운영비와 일을 도와주는 직원들의 활동비용 등이 후원으로 충당됐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는 역시 형제와 같은 이주민들이다.

바스무쿨 원장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자처하는 광주에 정작 아시아인이 주인으로 나설 수 있는 사업은 없어 보인다”며 “우리 이주민들이 당당한 광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이 됐으면 소망이 있다”고 말했다.이은창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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