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옥 송원대 교수 남도일보 독자권익원 칼럼
우리의 ‘찐’ 정치인을 찾아라
백현옥(송원대 교수)

지난해 9월 한 통의 신기한 전화를 받았다. 청소년지도사 면접 준비를 하는데 도움이 필요하다는 전화였다. 면접 조건은 갖추었지만, 어떠한 과정과 준비를 해야하는지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왜 청소년지도사 자격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자신이 관련 업무를 하는데 필요하다는 대답에 흔쾌히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전화를 한 사람은 남구의회의 황도영 의원이었다.

광주 남구의회 조기주 의장과 박희율 부의장, 황도영 의원은 청소년과 관련된 정책을 다루면서 알게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인지하며 좀 더 전문적인 부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도전하게 된 것이 ‘청소년지도사’ 자격증이었다. 청소년지도사 면접을 준비하면서 서류에서만 보던 CYS-NET,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 관련 법들에 대한 내용들을 되새김질 하듯 확인했다고, 이후 서류를 보니 내용이 다르게 보이더라고 이야기한다. 청소년 관련 정책의 문제와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우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도 되었다고 한다.

늘 아픈 손가락처럼 느껴졌던 청소년 관련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의 입에서 들으니 먹먹하게 목이 메이는 듯한 기분 마저들었다. 아, 이런게 정치인의 역할이구나 하는 것도 깨달았다. 내가 느끼고, 아프고, 가려운 곳을 알아주고,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아주는 것, 그게 정치인의 역할이었다. 자신이 당선되기 위해 표를 요구하고 인사를 하고 다닌 후, 당선이 되면 지역을 위한 성과가 있었을까 의문이 드는 모습이 아니라 문제를 찾아다니고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그런 직업이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을 이제야 깨달은 느낌이었다.

진절머리나게 봐왔던 대통령의 00, 누군가와의 인맥. 구구절절 나열하는 자기자랑식 이력들…. 광주의 아품을 이야기하지만 지금까지 어디에서 살았는지 지역구에 세금한번 안내고 선거철에 원룸얻어 살다가 선거가 끝나면 떠나는 정치인, 지역에 대한 부족한 이해로 명확한 비전과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지역의 딸, 아들만을 자처하는 후보들. 그와 대비되게 지역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정치인들, 확실한 비전과 계획을 혼자가 아닌 더불어 실천할 능력이 있거나 인정받은 정치인들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혼란스러운 시기에 다가온 당연함은 때론 명확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어느 순간부터 정치인들과 관련된 뉴스는 일부러 피하게 되는 요즘이었다. 늘 좋지 않은 소식, 서로를 향하는 비난과 흠집내기들로 뒤덮인 내용들은 늘 마음을 어둡게 만들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역할에 대한 당연함을 깨닫고 나니 권력 다툼이 아닌 진정한 정치를 하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는 명확함이 생겼다.

딸아이의 자기소개서에는 늘 들어가는 문구가 있다. “청소년지도사는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가이드가 되는 것이다.” 리더는 조직이나 단체에서 목표의 달성이나 방향에 따라 이끌어가는 중심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고 가이드는 안내하는 사람이다. 즉 이끌어 가는 역할보다는 안내를 해주는 역할이 청소년지도사라는 것이다. 정치인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인은 국민을 이끌어가는 사람보다 국민을 정치에 안내해주고 국민이 필요할 때는 함께 해결해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찐’은 청소년들이 말하는 진짜를 뜻한다. 어느새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나보다 청소년과 청년들이 바라는 정치인을 찾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이 젊어져야 하며 젊은 층에게 기회를 줘야한다는 이철희 의원의 불출마 선언문이 가슴 깊게 와 닿았다. 우리는 과연 젊은 층에게 얼마나 기회를 주고 있었던가. 어쩌면 이제 그 젊음에 기회를 주기 위한 시작을 해야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찐” 정치인을 선택해야할 시기가 다가온다.

당신은 찐을 고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당신은 찐이 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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