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기 곡성군수의 남도일보 자치단체장 칼럼
교육이 행복해야 미래가 산다
유근기(전남 곡성군수)

유근기 곡성군수

지식정보사회의 도래와 함께 한때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끈 근대 공장형 학습모델은 수명을 다했다. 우리의 교육과정도 7차례 변화를 거듭하며 시대에 발을 맞추려 노력했다. 하지만 ‘입시’가 ‘교육’의 이음동의어가 되어버린 현실에서 백약이 무효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가 교육을 핵심 시책으로 내세우는 것은 부담스러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일단 모두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기도 어려울뿐더러 정책 투입의 효과도 더디게 나타난다.

그럼에도 우리 군은 교육을 핵심 시책으로 삼았다. 교육이 더 이상 학교와 교과서 안에 머물러서는 우리의 아이들이 행복한 미래를 살아가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교육 때문에 지역을 떠나는 농촌의 위기를 막기 위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했다.

우리 군은 민선 7기가 시작하자마자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교육팀을 신설했다. 그리고 지난해 3월에는 교육지원청과 함께 미래교육협력센터를 출범시키며 곡성교육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이 같은 전환에는 너무나 당연해서 우리가 쉽게 간과해버리는 중요한 사실이 담겨 있다. 교육의 가장 중요한 주체가 학부모나 교사가 아니라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행복하고 공감하지 못한다면 교육이 아니라 훈련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따라서 가르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다는 생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스스로 학습에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은 안으로는 한 사람의 자아를 성숙하게 하고, 밖으로는 가치로운 직업생활을 영위하게 한다. 좋은 교육이 불러온 나비효과가 우리 사회 전체를 행복한 공동체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군이 내세운 것은 ‘마을교육공동체 조성’과 ‘창의교육’이다. 마을교육공동체는 자기만의 생생한 지식과 경험을 쌓고 이를 함께 공유하며 성장하는 교육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한다. 피교육자는 자신의 구체적인 삶과 일치된 학습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온 마을이 학습공동체가 되어 함께 성장함으로써 교육이 지역사회 안에서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게 된다.

매월 1회 교육장과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지역 교육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또한 마을교과서를 제작해 학교 수업에 활용하고, 사람책을 통해 온 마을이 아이를 키워내고 있다. 주민들은 학습공동체를 만들어 스스로 학습을 게을리 하지 않고, 문해교육 전문 강사 양성 과정을 통해 마을 선생님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올해는 관-관 협력체계였던 미래교육협력센터를 민관학 통합 거버넌스인 미래교육재단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한 마을교육 활동가를 육성하고, 읍면 주민자치회 교육 분과를 설치함으로써 학교와 마을의 연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창의교육은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주입 위주의 교육을 탈피하는 것이다. 교육을 의미하는 education이 ‘밖으로’라는 의미의 ‘e’와 ‘이끌어내다’라는 의미의 ‘ducare’가 결합된 것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4차 산업 시대에 필요한 창의성 역시 학습자 각각의 자질과 요구를 발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 군은 꿈놀자 학교를 통해 숲, 연극, 예술 등을 교육에 접목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 성장박람회, 여행박스 등 청소년들 자기주도 성장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고 있다. 앞으로 꿈놀자 교육을 학교 교과 과정에 정식 커리큘럼으로 체계화하고, 청소년 의회 및 청소년 협동조합 등 청소년들의 자치 활동을 적극 장려할 계획이다. 이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곡성의 아이들이 가지지 않은 것을 얻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으로부터 스스로의 성장을 이뤄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 군의 교육 혁신은 이제 1년을 지나고 있다. 백년대계의 한 걸음을 떼었을 뿐이지만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새로운 푯대를 세웠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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