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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501)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501)
제6부 팔도부원수 1장 모문룡을 부수다(501)

정충신이 지계최를 반갑게 맞았다.

“그새 큰 일을 했네. 지 장수는 어디를 가나 제 몫을 한단 말이야.”

“나가 싸우는 일이라면 잠자면서도 적 백명을 쪼사부리요.”

“허풍이라도 그 기개는 대단하이.”

두 사람은 모처럼 황주 토주를 마시며 회포를 풀었다. 며칠 후 정충신이 지계최를 불렀다.“철산 쪽으로 군을 이동하시게. 명을 내릴 때까지 대기하고 있게. 모문룡 군대와 후금군을 동시에 상대해야 할 것이야.”

지계최를 떠나보낸 뒤 정충신은 각 고을을 돌아다니며 모병에 나서 2000을 모았다. 이들을 훈련시킨 다음 모문룡을 부술 계획이었다. 그자를 처치하면 후금이 좋아할 것이다.

모문룡은 조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구원병으로 왔다고 했으나 약탈과 민폐가 심했다. 명군은 오랜 객지생활로 성욕부터 푸는데, 여자의 나이나 신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듯 남의 어머니나 할머니마저도 서슴없이 겁탈했다. 치마를 둘렀거나 댕기를 땋았거나 쪽만 쪘으면 성욕을 채우려고 발광을 했다. 성안에 진입한 명군은 여자를 서넛씩 거느리고 육탐을 즐기며, 노비로 썼다는 기록도 있다. 이런 오만과 횡포는 조정의 그릇된 판단 때문이었다.

물론 조정이 모문룡이 좋아서 주둔을 허용한 것도, 그가 예뻐서 지원해준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가 부모국의 장수라는 것과 그의 허풍에 놀아나 명나라의 실세들을 꽉 잡고 있다는 오판 때문이지만, 조정은 모문룡의 실체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나라를 지탱하는 힘으로 여기는 맹목적인 사대주의자들이 부른 화근이었다.

모문룡의 군대는 국가적으로 보면 조선의 우군이었지만, 모문룡군 자체로 보면 침략군이라는 묘한 이중적 위치였다. 그래서 인조는 정묘호란이 일어나기 전 후금의 침략은 현실성이 없지만, 모문룡의 침략이 화급한 일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이것이 사대주의자들에 의해 묻혔다.

지계최 휘하의 밀사가 정충신을 찾아왔다.

“모문룡이 지금 조선이 후금과 내통한다고 거짓 정보를 지어서 명나라 조정에 보고했습니다. 그것을 이유로 조선을 공격하여 점령하겠다고 합니다.”

그 소문은 사실이었다.

“아울러서 그가 많은 명나라 난민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구실로 식량과 은자를 더 내놓으라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난민의 규모에 비해서 엄청난 식량이 지원되는데도 굶주림이 발생하는 기묘한 일이 생겨서 탐문한즉, 모문룡이 식량을 횡령하여 후금에 팔아넘긴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는 이문만 있다면 피아 구분이 없습니다. 당장 쫓아내야 한다고 보고합니다.”

밀사의 말을 전해들은 정충신이 물었다.

“평안도에 머문 후금 군대는 어떡하더냐.”

“그들이라고 다르겠습니까. 명군 잔당과 난형난제로 국토를 분탕질하고 있나이다. 서흥과 평산에 후금군이 주둔하였을 적에 소와 말 곡식과 여자를 약탈하여 갔는데 어린이는 활줄로 손바닥을 꿰어 끌고 갔다고 하옵니다. 평안도는 두 나라 군대로 온전히 보전된 곳이 없이 피해가 자심하며, 다만 성천부만은 적과의 거리가 먼 깊숙한 곳에 있으므로 수령과 장사들이 그곳에 모여있습니다.”

“알았다.”

정충신은 둘 다 상대하려면 군사력이 보강되어야 하는데 터무니없이 숫자가 부족하고, 제대로 훈련받은 자도 없다. 그러니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귀관은 귀대하는 즉시 지 장수에게 나의 첩서를 전달하기 바란다.”

정충신은 육지부의 모문룡 군대를 부수도록 명했다. 산병전은 숫자가 부족하니 몇 명씩 조를 짜서 야밤의 기습전을 펼치도록 했다. 그것은 무등산 비호로서 익힌 전법이고, 이치와 웅치전에서 유감없이 발휘된 전술이다. 하룻밤에 동시에 몇 곳에 불을 놓고 치면 도깨비가 나타났다고 혼비백산할 것이다.

정충신은 강화행재소에 머문 최명길에게도 밀지를 보냈다. 이항복과 같은 문하이고, 권율의 사위로서 그와는 평상시 우정이 깊었다. 현실적이고도 개혁적인 이념을 함께 했다. 본래 그도 보수적인 사림정치에 젖어서 명분론과 예론에 치우쳐 있었지만, 변경에서 함께 몇 달 지내면서 정충신의 개혁사상에 경도되더니 현실론으로 국가와 백성을 구제하는 이론에 천착했다.

-오랑캐가 강화를 하고자 차사를 보냈다고 하니 하루빨리 강화를 맺도록 하시오. 협상이란 군사가 교전하는 중에도 사신이 교환되는 것이니 지체 말고 후금국의 사신을 받아들여 강화를 맺도록 하시오. 나는 명군의 대장 모문룡을 칠 것이요. 그러면 후금국이 우리의 진정성을 믿을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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