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百)번의 작심삼일
김은성(전남과학대학교 교수)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사실 늘 뜨는 태양과 달은 달라지는 것이 없지만 우리의 마음이 새롭고, 또 무언가 새로워지기를 바라는 소망이 새해의 의미를 대변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바람으로 우리는 새로운 달력을 펼치며 올 한해 이루고자 하는 일, 이루고 싶은 일 등을 다짐하지만 작심삼일(作心三日)의 마음이 함께 뒤따라온다는 것이 함정이다.

덕분에 큰맘 먹고 장만한 다이어리는 늘 1월 한 달만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고 그 뒷장은 어느새 텅 빈 채로 주인의 손길을 기다린다. 그렇다고 어차피 못 지킬 약속이라며 목표 없는 한 해를 보낼 것인가? 필자는 조금 다른 생각이다. 3일 이상 가기 어려운 나와의 약속을 3일에 한 번씩 다짐하면 어떻겠는가. 그리고 나만의 목표를 잘 설정한다면 그 역시 잘 지킬 수 있는 약속이 될 것이다.

이에 필자는 이쯤에서 어떻게 하면 ‘목표’를 잘 세울지, 어떤 ‘약속’을 세워야만 잘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첫째, 나를 위한 목표를 설정한다.

우리는 더불어 사는 사회 속에서 늘 남을 의식하고 때로는 남의 시선에 나를 잃어버리고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가 지킬 약속과 목표는 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나의 개인적 만족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내 건강을 위해 금연과 금주를 약속하는 것이지 남에게 잘 보이고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하는 행위가 아니지 않는가. 새해 많은 이들의 공통된 단골 목표가 다이어트, 금연, 금주이기에 예를 들었지만 내가 평소 원했던 혹은 내가 절실히 바라던 일이 무엇인지 가만히 들여다보고 찾아보면 무한히 많은 바람들이 쏟아질 것이다.

둘째,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설정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결과를 중요시한다. 다이어트가 목표라면 한 달, 혹은 6개월 동안 몇 kg을 감량할 것인지, 영어 공부를 한다면 6개월 후에 외우고 있는 단어의 개수가 몇 개인지 정확히 기록 후에 전/후 비교가 가능하도록 목표를 설정한다면 목표 달성 여부와 함께 그때의 성취감, 자신감 등은 그 뒤에 자연히 따라올 것이다.

셋째, 조금씩, 단계별로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한다.

1주일에 10kg감량, 공인영어점수 500점 향상, 하루 두 갑씩 피우던 담배를 바로 끊겠다는 등의 당장 실현 불가능한 목표는 지키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시간이 지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고 의기소침해 있을 것인가? 현재 몸무게에서 10kg 감량이 목표라면 짧게는 1주일, 길게는 1달 후에 2~3kg씩 감량을 목표로 한다면 1년 후, 10kg감량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10개의 계단을 한 번에 오르내릴 수 없다. 단계별로 천천히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세우자.

넷째, 설정한 목표는 반드시 글로 정리한다.

머릿속에 막연히 떠오르는 목표는 금세 잊히기 쉽다. 원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정확히 정리해보자. 글로 표현하면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눈에 보이는 목표를 익힐 수 있다. 이때, 목표 달성 지점, 달성 수치 등도 함께 상세히 기록하면 더 좋다. 이렇게 기록된 내용은 평소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두자. 현관문 앞, 냉장고 문, 책상 앞, 그리고 늘 가지고 다니는 휴대전화 바탕화면에 띄워놓는 것도 방법이다. 자연스럽게 자꾸 목표에 노출되면 스스로 각성될 것이다.

다섯째, 목표란 실천했을 때 진정한 골(goal)이다.

작심삼일이 걱정되면 3일에 한번씩 100번만 채우자. 그쯤 되면 어느새 내 목표가 익숙한 습관처럼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거창하고 겉만 번지르르한 목표는 말 그대로 [목표]일 뿐이다. 이제 나와의 약속을 만들었으니 지키는 것만 남았다.

‘남이 이렇기 때문에 나도…’ 라는 목표보다는 오롯이 나를 위한 목표. 남들이 보기에 코웃음 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아주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나를 위한 삶이다. 남과 견주어 따라하다간 가랑이가 찢어질 수 있다. 거창한 목표로 우쭐하려하지 말고 나만의 목표를 찾아보자.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 시작해서 100번의 작심삼일을 거치면 올 연말에 웃으면서 다이어리 마지막을 작성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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