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자처럼 뚫린 프레임 너머로 보이는 것은
김이오 작가 ‘신비의 실체’전
19일까지 광주 라인갤러리
추상과 동시대성을 함께 담은
변용의 미학 추구 20여점 선봬
‘회화-설치’로 정서적 교감 추구

김이오 작 ‘신비의 실체’

김이오 작가의 개인전 ‘신비의 실체(The Truth of Mystery)’전이 오는 19일까지 나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나인갤러리가 2020년을 맞아 신년 초대전으로 마련한 전시다. 김이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지난 11월 서울 금산갤러리에서 선보여 호평 받았던 신작 약 2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김이오는 현대미술의 현장에서 회화의 실천적 방법을 지속적으로 탐색해 온 작가로 평을 받는다. 자신의 내부와 외부의 상호작용과 연관된 새로운 작업방식을 시도하며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도시 풍경을 컴퓨터로 가공해, 그 파편적인 이미지를 참조해 추상회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그동안의 작업 방식과는 차별성을 두어 자신만의 ‘색채(color)’에 관해 깊은 고찰과 함께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신비의 실체(The truth of mystery)’시리즈다. ‘신비의 실체’는 오로라의 한 단면을 여러 조각으로 잘라낸 것처럼 빨강·파랑·노랑·초록·분홍 등 신비로운 발색의 일시성과 우연성이 빚어낸 작품들이다.
 

김이오 작 ‘신비의 실체’

작가는 이번 전시의 작품들을 “모든 순간, 모든 신비의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자신과의 합일(合一)을 통해 그 실체에 접근해 가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이젤 위의 캔버스를 거부하고 100호 크기의 도톰한 옥스퍼드 원단(면천)을 100평 남짓의 작업실 바닥에 줄지어 펼쳐놓고 수십 장의 면천을 오가며 신체적 움직임을 통한 행위를 끊임없이 반복해 왔다.

하얀 원단위에 유화와 아크릴 물감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색채들이 생성되는 순간, 신비한 체험에 빠져든다. 화면에 안착한 색채들은 겹쳐지고, 흘러내리고, 고착되는 경과를 거쳐 스며들고 배어나면서 각기 다른 색채의 패턴을 형성한다. ‘신비의 실체’작품들은 이렇게 탄생했다.

미술평론가 김허경씨는 “김이오는 현대미술의 현장에서 회화의 실천적 방법을 지속적으로 탐색해 온 작가로, 회화의 의미를 고정하고 완결짓기보다는 내부와 외부의 유동성과, 비고정성, 불확정성의 경계에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평했다.
 

김유미 화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30여 년 동안 김유미로 활동해온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발산되는 신비로움 속에서의 견고함, 안과 밖, 경계에서 보여지는 다양성 등의 이미지를 내포하는 이오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 한 화면 안에서 외부와 내부가 상호작용하듯 예술이라는 도구로 보다 많은 이들과 정서적 교감을 추구하려는 작가적 열망과 바람이 읽혀진다.

실제로 작가는 프레임만 남거나 프레임을 제거하고 떼어낸 작품들을 재구성하여 내부와 외부, 경계를 실험하는 등 화면을 해체해서 독자적인 형식의 ‘회화-설치’를 개척했다. 정신적인 것을 담아내는 추상회화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 동시에 동시대성을 담보하려는 노력이 묻어난다.

액자처럼 뚫린 프레임 너머 어렴풋한 미지의 세계는 관람자로 하여금 사색의 여백과 함께 잔잔한 울림을 건넨다. 미묘한 색채의 변화와 추상성이 주는 자율성, 안정적인 화면 구성은 오히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생의 본질을 돌이켜보게 하는 정화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프레임과 창문 너머의 이미지와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신비의 풍경’와 우리들의 ‘내면의 풍경’을 만나 볼 수 있다.

김이오는 1990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광주와 서울, 오사카, 도쿄 등지에서 15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멕시코 시티, 토론토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면서 꾸준히 자신 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오고 있다. 오는 8월에 뉴욕 첼시에 있는 kips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가질 계획이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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