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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503)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503)

제6부 팔도부원수 1장 모문룡을 부수다(503)

진해루(鎭海樓)에 자리잡은 후금의 차사는 문장깨나 하는 자인지라 점잖을 빼고 예의를 차리면서 연락 군교를 시켜 협상 사신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조정은 여전히 갈팡질팡이었다. 기왕에 배척 논리를 가지고 있는 이상 쉽게 이를 변경하는 것이 자기 소신을 굽히는 변절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소식을 접한 정충신이 긴 칼을 뽑아들어 바윗돌에 쳤다. 짱-, 소리가 나면서 파란 불이 번쩍 일었다.

“미친 새끼들, 뭣이 중한디?”

그는 왕에게 장계를 다시 써서 행재소로 보냈다. 정충신의 첩서를 받아본 왕이 긴급 어전회의를 소집했다.

“정충신 부원수로부터 장계가 올라왔도다.”

장계에는 이렇게 씌어있었다.

-후금의 궁극적인 목적이 조선과 전쟁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명을 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에 후금이 조선과 전쟁으로써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강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옵니다. 길이 없으니 신속히 결정해야 합니다. 늦을수록 협상조건은 불리해집니다.

“신료들 생각은 어떠한가.”

인조는 우유부단한 사람이었다. 결단을 내려야 할 때는 이를 중신에게 맡기고, 그것이 잘되면 자신의 영도력으로, 실패하면 중신에게 책임을 묻는 사람이었다. 현실적으로 후금군을 상대할 힘을 상실했음을 실감한 대신들이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서자 최명길이 화의 교섭 실무를 맡았다. 그는 마음 속으로 정충신에게 고마움을 표하면서 사절단을 구성했다.

병조판서 이정구, 호조판서 김신국, 이조판서 장유가 협상대표로 선발돼 연미정(燕尾亭)으로 가서 후금국의 차사와 화친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 조건은 첫째 양국은 형제의 맹약을 맺는다, 둘째 화약이 성립되면 조선에 들어온 후금군은 철수한다, 셋째 양국 군대는 서로 압록강을 넘지 않는다, 넷째 조선은 후금과 강화조약을 맺어도 명국(明國)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것을 양해한다, 다섯째 강화조약 조인과 동시에 평산에 주둔한 후금군을 철병하는 것으로 강화조약의 효력을 발생시킨다, 여섯째 후금군이 철군하면서 조선국은 후금에 대하여 매년 세폐(歲幣)를 바친다는 것 등이었다. 이 조약이 바로 ‘정묘약조(丁卯約條)이며, 차후 병자호란의 빌미가 된다.

이조판서 일행이 약조를 맺고 돌아오자 궁중에서는 곡소리가 났다. 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여타의 대신들이 왕 앞에서 소매로 눈물을 찍으며 울었다.

“전하, 문명국이 야인으로 배척해오던 여진족과 형제의 연을 맺은 것은 종묘사직에 씻을 수 없는 치욕이옵니다. 힘에 밀려 취한 조치라고는 하나 후금에 대하여 세폐까지 바쳐야 하니 나라의 곡간이 허물어지게 되었나이다.”

대신들은 굴욕적인 정묘약조를 치른 것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더욱 후금을 배척하는 사상이 노골화되었다. 이런 사실이 후금에 전파되었다.

“이런 상녀르 새끼들이 한번 조약을 맺었으면 따르는 것이 도리이거늘, 약조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이렇게 흥분한 자는 장수 용골대였다.

“아니오. 조선의 입장도 고려해야지요. 조선은 명나라와 부자관계의 나라로서 2백년동안 정성껏 섬겨왔는데 우리에게 세폐까지 바치며 부모같은 형님으로 모셔야 하니 그들도 정신줄을 놓을만 합니다. 우리가 그 정도는 양해해야지요. 양해한다고 약조가 날라갑니까?”

부장 유해였다. 그가 다시 용골대를 설득해 말하기를 “조선국은 예의 뿐아니라 충성과 신의가 천하에 으뜸이올시다. 외로운 섬 강화도로 피난하여서 나라의 위태로움이 마치 매서운 바람 앞에 선 한 올의 머리카락과 같으니 우리 군사가 한번 걷어차면 송도(개성)와 한양이 잿더미로 화하고, 군사의 칼날이 온 나라에 번뜩이게 될 것이며, 나라의 존망이 경각에 달려있소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신의를 지켜 명나라를 배반하지 않는다고 하니 진실로 공경할 만하오이다. 이런 뜻을 다이샨 패륵에게 알리겠습니다.”하고 말했다. 이 말이 그대로 2인자 다이샨에게 전달되었다. 다이샨으로부터 용골대에게 밀서가 답지했다.

-용골대 장군과 유해 장군은 조선이 명나라를 배반하지 않는 것을 훌륭한 의리라고 인정하라. 우리와 맺은 맹약을 굳게 지키면 모든 조건을 양해하라. 다만 세폐의 수량을 세배 이상 올리고, 죽는 시늉을 하면 두배로 낮춰라. 그래도 두배 이익 아닌가. 조약은 왕과 직접 서명하여 요란하게 서명식을 가지라. 그들은 형식을 취하고, 우리는 실리를 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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