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엔 벳팡 광주·전남베트남교민회장

남도 무지개프로젝트 시즌2-다문화사회 희망 이끄는 지역 일꾼들
1만8천명 베트남 교민 고민들어주는 ‘청년 회장’
<2>우엔 벳팡 광주·전남베트남교민회장
유학생 시절 공부·일 병행, 설움에 귀국 고민까지
베트남 유학생·이주여성 상담부터, 비자 문제 해결
이주여성 늘어나면서 다문화 2세 이중언어교육도
“다문화 2세, 훗날 한국-베트남 외교 첨병 역할”
 

1만8천명에 이르는 광주·전남 베트남 국민들의 형제를 자처하고 나선 우엔 벳팡(38) 광주·전남베트남교민회장. 현재 그는 초당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로 활동중이다. /광주·전남베트남교민회 제공

“바라는 건 크게 없어요. 우리 지역에 사는 베트남 국민들이 제가 겪었던 설움을 더 이상 안 느낀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최근 전화 인터뷰에 응한 우엔 벳팡(38) 광주·전남베트남교민회장은 서툴지만 분명한 어조로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06년 청운의 꿈을 품고 나주대학교(현 고구려대) 2년 유학 과정으로 광주·전남에 처음 발을 디딘 그는 지역 베트남교민회를 만들어 수년간 베트남 국민들의 형제를 자처하고 있다.

그가 지역 베트남교민회를 만든 건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한국 생활이 이주민들에겐 너무나 가혹했기 때문이다.

2008년 동신대학교에 편입한 뒤 2013년 같은 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한때 희망 없는 유학생활에 귀국을 고민하기도 했다. 당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섭렵한 그는 자연스레 한국사회에서 이주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달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동향 친구들은 그에게 큰 힘이 됐다. 일과 공부를 병행한 끝에 현재 초당대 국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지금의 자신이 베트남 친구들이 있어 가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베트남교민회도 이렇게 출발했다. 고난의 연속인 타지 생활을 함께 헤쳐나가자는 의미에서 2011년 우엔 벳팡 회장을 중심으로 동신대학교 베트남 유학생들이 모여 지역 베트남교민회가 결성됐다.

교민회를 만들어 베트남인들의 형제를 자처한 우엔 벳팡 교민회장에 대한 베트남 사람들의 신뢰와 믿음도 남다르다.

한국 생활에 대한 기본적인 상담부터 한국어 수업까지 나선 그를 거쳐간 유학생과 이주여성, 이주노동자들은 우엔 벳팡 교민회장의 열정과 희생정신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다. 우엔 벳팡 교민회장이 교민회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9년간 교민회장직을 맡고 있는 것도 이같은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해 10월 한국-베트남 문화교류축제에 참여한 베트남 유학생들과 지역 대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광주·전남에 베트남 사람들이 늘면서 교민회의 역할도 점차 커졌다. 단순한 친목 모임에 그쳤던 교민회는 모국인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벌이며 영역을 확대해 왔다. 광주·전남지역에 거주하는 베트남인은 올해 1월 기준 1만8천여명에 이른다.

베트남교민회의 대표적인 사업은 무료상담이다. 먼저 한국에 정착한 베트남인들이 겪었던 고충을 토대로 모국인들이 똑같은 고통을 받지 않기 위해 다양한 영역에 걸쳐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무료상담은 결혼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가정문제부터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노동, 법률, 인권상담, 유학생들을 위한 비자·학업·진로문제까지 실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이뤄진다.

우엔 벳팡 교민회장은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한국말이 서툴러 직장생활을 하며 업체 사장과 의사소통에 여러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며 “상담을 토대로 때로는 업체 사장을 직접 만나 오해를 풀기도 하고, 근로자 사정을 제대로 설명하기도 하는 등 교민회가 중재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베트남교민회는 해마다 한국-베트남 문화교류축제를 열고 있다. 매년 9월과 10월께 열리는 이 축제에서는 한국인과 베트남인들이 한데 모여 준비한 음식을 함께 나누는 등 서로의 문화를 공유한다.

매년 1월과 2월 설연휴에 열리는 설맞이 축제도 베트남교민회를 설명하기 위해선 빼놓을 수 없다. 베트남교민회를 중심으로 열리는 설맞이 축제에는 설연휴 고향을 찾지 못하는 세계 각국의 이주민들이 한데 모인다.

이들은 이 같은 축제들을 통해 화합을 다지고 타국살이의 외로움을 잊고 있다.
 

우엔 벳팡(오른쪽 세번째) 광주·전남베트남교민회장과 교민회 회원들.

최근 베트남교민회가 집중하고 있는 사업은 다름 아닌 이중언어교육이다. 10여년 전부터 결혼 이주여성이 늘면서 그들이 낳은 다문화 2세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교민회는 다문화 2세 아이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침으로써 아이들의 정체성을 확립시키고, 엄마와의 소통 부재에 따른 가정문제를 막고자 모국어 교육을 점차 늘리고 있다.

우엔 벳팡 교민회장은 “불과 5~6년 전하고만 비교해도 우리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주민들의 여건이 많이 나아졌다는 걸 느끼고 있다”며 “과거 편견 때문에 상당한 괴로움을 당해야 했던 결혼 이주여성들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졌다. 베트남교민회는 계속해서 베트남 출신 뿐만 아니라 모든 이주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할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베트남 다문화 2세들은 가까운 미래에 한국과 베트남 외교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모국어 교육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도 이런 믿음이 깔려있다”고 밝혔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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