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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505)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505)

제6부 팔도부원수 1장 모문룡을 부수다(505)

“모문룡 총병 나리, 지금 조선과 후금이 형제국의 맹약을 맺었소. 그 기념으로 후금국의 포로들을 풀어주었는데, 우리가 후금국 포로 대열에 끼어들어서 기사회생했습니다.”

평안도 철산의 바닷가 술집에서 옥수수 배갈에 닭다리를 뜯으며 잡혀온 조선 여인 옷을 벗기며 희롱하던 모문룡이 그 말을 듣고 깔깔깔 웃었다.

“조선 속담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더니 꼭 그 짝이로구나. 잘했다 해. 과연 명군이다 해. 어서 안에 들어가 조선 계집 하나 끌어내 욕정부터 풀어라, 그동안 용쓰지 못해 얼마나 고단했겠느냐. 하하하.”

모문룡응 철산, 용천, 선천, 의주 등 평안도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요동에서 도망쳐와 조선에 머물고 있던 명나라의 패잔병과 난민을 거둬들여 거대 군사조직을 구성했다. 이들은 압록강을 건너 진강의 후금군을 습격하여 작은 승리를 거두기도 했지만, 모수(毛帥:모문룡의 별칭)의 하는 양이 그 모양이니 오합지졸이었다. 민폐만 거듭되었다. 양곡을 과도하게 할당해 착취하고, 패물은 물론 여자들을 납치했다. 후금의 군사대가 쳐들어오면 조선인이 싸우도록 하고 조선인 복장을 하고 도망치기 일쑤였다.

평안도를 유린하면서 백성들을 괴롭히는데 그 앞잡이가 조선인이었다. 이날도 그는 조선인 나평수와 송박이 데려온 건너 마을의 여자들을 희롱하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여자들은 하나는 갓 스무살쯤 돼보이는 젖먹이 엄마였고, 다른 하나는 서른살의 아녀자였다. 이웃 강계출신들이라 이목구비가 분명한 미모를 갖추었고, 젖먹이 엄마는 아기를 갖고 있었으므로 가슴이 풍만했다.

“오늘은 물 좋은 여자들이다 해. 이런 여자 데려오느라 수고했다 해.”

모문룡이 호방하게 웃으며 나평수와 송박에게 동전을 던져주었다. 은냥 댓냥이었다.

“모수 나리, 내일은 더 물좋은 것들을 대령하겠나이다. 내일은 좀더 생각해주셔야지요?”

“하하하, 띠호아, 띠호아.”

모문룡이 젊은 여자 저고리 속으로 손을 밀어넣더니 여자의 젖을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조선 남자들이 함께 히히덕거리며 술을 마셨다.

“술 많이 묵었다 해. 이제 침방으로 가자해.”

이때 문밖에서 벼락같이 불호령이 떨어졌다.

“꼼짝 말고 멈춰있거라!”

모문룡이 순간 눈을 희번뜩이더니 젖먹이 여자를 엎어뜨리고 옷을 후다닥 벗겼다. 그리고 치마와 저고리를 바꿔입고 쓰개치마를 머리에 두르더니 뒷문으로 바람같이 사라졌다. 밖의 사람들이 주방으로 뛰어들었을 때는 모문룡이 사라진 뒤였다. 그들은 조선인 남자와 여인들을 생포했다.

“이놈들을 포박하라.”

명을 내린 사람은 정충신이었다. 그는 벌써 평안도 해안에 들어와 있었다. 민정시찰을 돌면서 적정 상황을 살피는 중이었다. 병사들이 네 사람을 포승줄로 꽁꽁 묶었다. 옆방에서도 낌새를 알았던지 후다닥 밖으로 튀는 자가 있었다.

“저 자도 잡아라.”

밖에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도망치는 두 병사를 붙잡았다. 모문룡 군사들이었다. 정충신이 그들을 뜰앞에 무릎 꿇려 앉혔다. 문초에 들어가려는데 나평수가 중국식으로 머리를 끝없이 조아렸다.

“장수 나리, 우리는 저 여인들을 구하려 왔습니다. 데려가려고 왔습죠.”

그러자 그 옆의 송박도 절박하게 말했다.

“힘들게 찾아왔나이다. 이 여인네들이 말해줄 것입니다. 안그래니?”

그리고 여인들에게 간절한 눈짓을 보냈다. 젖먹이 엄마가 그의 열굴을 향해 침을 칵 뱉었다.

“쌍노무 새끼, 이놈들이 우릴 잡아다가 모수에게 갖다 바쳤디요. 일감 준다구 꼬셔서 모수에게 성상납한 거야요!”

“이런 상간나년, 네 빚 탕감은 글렀어. 이것으로 끝이야!”

자초지종을 들은 정충신이 명했다.

“저자들 인생이 불쌍하니 죽일 수는 없고, 대신 한 놈씩 왼쪽 발목을 도끼로 찍어내라. 발이 하나 없어도 빌어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왜놈에게든 되놈에게든 아양 떨고 여자 갖다 바치는 조선놈은 이렇게 왼쪽 발목이 하나씩 나간다는 것을 포고령으로 써붙이라. 포졸들에게 명해서 고을 방방곡곡에 써붙이도록 하라. 외인에게 빌붙어 간나구짓하는 자는 이렇게 표시를 해야 하느니라. 그것이 산 교육이다!”

이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웬 나체의 여인이 불쑥 나타나더니 정충신 앞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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