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가게 광주되살림터 가보니

“입던 속옷까지…” 기부물품 절반 이상은 쓰레기
■아름다운가게 광주되살림터 가보니
광주·전남 기부물품 60% 폐기
별도 조건 없어 마구잡이 기부
소득공제혜택만 노린 비양심도
 

연초를 맞아 물건을 나누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부물품 절반 이상은 재사용이 불가능해 폐기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16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아름다운가게 광주되살림터에 쌓여있는 폐기 처리 예정인 기부물품들. /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기부문화가 본래 취지를 되찾았으면 좋겠어요.”

16일 오전 10시께 찾은 광주 북구 용봉동 아름다운가게 광주되살림터에서는 이날 하루 기부된 물품을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4명의 아름다운가게 직원들은 기부된 물품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옷부터 가전, 도서 등 각종 기부물품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분주한 직원들 사이로 창고 한켠에는 더 이상 재사용이 불가능해 보이는 폐기물들이 수북이 쌓여있는 모습도 보였다. 바퀴는 없고, 곰팡이가 피어난 여행용 캐리어부터 구멍난 옷까지 폐기물로 분류된 물품들이 가득 차 있어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이곳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물건으로 분류된 기부물품들은 아름다운 가게로 보내져 저렴한 가격에 새주인을 만나지만, 재사용이 불가능한 물건은 곧바로 폐기처분된다.

이날 기부물품 선별작업을 진행한 오현경 아름다운가게 광주목포본부 되살림터 생산간사는 “낡아서 다 헤진 옷이나 입던 속옷을 기부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며 “하루 평균 450㎏이 넘는 기부물품이 폐기물로 분류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초를 맞아 평소 사용하던 물건을 나누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부물품 대부분은 재사용이 불가능해 폐기물 처리되고 있는 셈이다.

아름다운가게 광주목포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광주·전남 지역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된 물품은 모두 211만2천998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폐기된 물품은 128만8천928점으로 기부물품 10점 당 6점이 버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절반 이상의 기부물품이 폐기물 처리되는 이유는 기부에 대한 별도 조건이 마련돼 있지 않아 마구잡이식 물품 기부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연말 소득공제 혜택을 통해 기부금 환급을 노리는 가짜기부가 증가한 탓에 폐기물로 분류되는 기부물품도 줄지 않고 있다.

안상열 아름다운가게 광주목포본부장은 “자신이 사용할 수 없는 물품은 다른 사람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기부문화가 본래의 취지를 되찾았으면 좋겠다”며 “다른 사람들이 잘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많이 기부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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