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고-산업현장 사망사고 절반 줄이기는 계속된다
안병준 <안전보건공단 광주광역본부장>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남녘의 건설현장은 겨울을 잊은 것 같다. 여기저기 산재해있는 건설현장에서 예년의 겨울 같으면 볼 수 없는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건설현장에서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추락사고의 발생빈도가 가장 높은데, 계절적 특성에 의해 사망사고가 증가하지는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추위로 인한 움직임 둔화 및 행동반경의 제약, 눈·서리 등에 의한 미끄러움 등 위험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건설현장 사업주는 이러한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추락 위험 장소에 작업발판 및 안전난간, 추락방지망 등 추락예방조치를 하고, 노동자들이 추위에 노출되거나 미끄러지지 않도록 방한조치 등을 취해야 한다. 또한 노동자는 음주를 삼가고 충분한 수면을 통해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건강을 관리하고, 개인보호구 착용 등 기본안전수칙을 준수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전체 산재사고사망자의 절반이상이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만큼 공단과 고용노동부도 ‘발로 뛰는 행정’을 통해 현장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작년 7월부터 ‘패트롤 점검반’을 운영해 3만개소가 넘는 중소규모 건설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불량한 현장에 대해서는 감독을 실시해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했다.

이 같은 노력의 성과로 산업재해통계 작성 이래 최초로 2019년에 전년대비 사고사망자가 116명이 감소해, 지속적인 사망사고 감소를 가능하게 하는 초석이 되었다. 올해에는 건설현장 뿐만 아니라 제조업에도 패트롤 점검을 강화하고, 전면 개정 된 산업안전보건법을 산업현장에 적용해 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2020년 1월 16일 28년만에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됐다. 취지와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배달종사들도 법의 보호대상에 포함하고 건설공사 발주자,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법인 대표이사들에게도 안전보건의 책임을 부여하였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원청 사업주의 책임범위가 확대되고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하청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져야하는 장소를 원청 사업장 전체는 물론 사업장 밖 21개 위험장소로 확대했다. 원청에서 도급할 때 산업재해 예방 능력을 갖춘 적격 수급인을 선정하도록 하는 의무도 신설되었다. 또한 ▲장기간 노출 시 직업병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화학물질 취급 작업은 사내도급을 금지하거나 승인받도록 했다. 특히 원청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하청 노동자 사망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부과로 처벌도 강화했다.

안전이 강화된 새로운 산업안전보건법이 산업현장에 신속히 정착하여 우리의 행복을 앗아가는 사망사고가 줄어들기를 기대해본다. 하지만 법령을 개정하고 시행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업주와 노동자 스스로가 자신의 안전을 책임지고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주에게 안전은 선택과 배려가 아닌 반드시 이행해야 할 책임이고, 노동자는 안전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안전하게 일하고 건강하게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회, 아무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정부, 사업주, 노동자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