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를 야심차게 그린뉴딜 선도도시로
이민철((사)광주마당 이사장)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후악당국가다. 박근혜 시절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촛불혁명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도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 연말 61개국의 기후변화 대응지수 발표를 보면 한국은 58위를 기록했다. 국민 1인당 온실 가스 배출량은 세계 2위다.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적으로 높은데 재생에너지 생산 비중은 턱없이 낮다. 세계적으로 19개국, 1042개의 지방정부가 기후비상사태를 선언했는데, 한국 정부는 ‘기후 악당’ 트럼프와 발을 맞추는 분위기다.

인류야 어떻게 되든 말든, 생물종이 멸종하든 말든, 다음 세대가 어떻게 살든 상관없이 우리만 돈 잘 벌어서 누리고 살면 된다는 나쁜 심보다. 전 세계 과학자 1만 명이 작년 말 기후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과학자들 중 95% 이상이 기후위기는 현실이며, 인간이 그 원인이라고 말하는데, 트럼프와 호주의 몇몇 정치인들만 기후위기가 없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유럽연합은 기후위기 대응에 가장 적극적이다. 작년 7월 새로 개원한 유럽의회가 11월 28일 본회의에서 ‘기후비상사태’를 선언한 데 이어, 12월 1일 출범한 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기후위기를 새 집행위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라이언 신임 집행위원장은 취임 첫 연설에서 “EU는 2050년에 ‘최초의 탄소중립 대륙’이 되기를 원한다” 면서 “유럽은 이 문제를 주도하고 있으며, 우리는 지구를 위해 야심을 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취임 후 100일 안에 새 집행위의 환경 분야 청사진을 담은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민주당과 여러 지방 정부들은 트럼프와 생각이 다르다. 뉴욕은 기후위기에 대응해 그린뉴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여러 도시가 기후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 민주당은 그린뉴딜 결의안을 채택하고, 주요 대선 후보들이 대부분 적극적 그린뉴딜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이제 어느 나라도 거부할 수 없다. 특히 한국처럼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는 생각을 빨리 바꿔야 한다. 이미 세계 주요 기업들이 RE100(재생에너지 100%)을 선언하면서 한국 기업들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고 있다. 유럽연합이 탄소 국경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고, 곧 현실화될 것이다. 자기 나라는 희생을 감수하며 탄소를 줄이는 데, 탄소를 뿜어대는 나라를 봐줄 리 없기 때문이다. 결국은 기후위기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느냐,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덴마크는 알면 알수록 실용적인 나라다.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해결하면서 돈을 번다. 쓰레기 소각 기술을 발전시켜 문제를 해결하면서 기술을 수출해 돈을 번다. 풍력 발전 기술을 키워 바닷 속 곳곳에 발전소를 만들고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면서 전 세계에 기술을 팔아 경제를 키워가고 있다.

우리도 생각을 비상하게 바꿀 때다. 전 세계가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과 수입 금지를 결정하고 있는데, 광주형 일자리 자동차를 내연기관 자동차 공장으로 만드는 것은 시대착오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수소차 대신 전기차에 올인하겠다고 발표하고, 내연기관차 관련 임원들을 대폭 정리한다고 한다. 이제 기후위기와 그린뉴딜 정책을 시민, 정치인, 행정 모두가 공부하고 함께 대안을 만들면 좋겠다. 모두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교통, 수송, 에너지, 주택 개량, 도시 계획, 공원, 자원순환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과 탈탄소산업을 육성해 일자리도 만들고 시민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다.

충남 당진시, 대전 대덕구, 서울의 몇 개 구가 기후위기비상사태를 선언한다는 소식이다. 전문가들은 그린뉴딜을 통해 기후위기와 일자리 문제. 불평등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광주가 야심차게 그린뉴딜 선도도시가 되어 대한민국이 직면한 세 가지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나서야 한다. 그럴만한 시민역량이 있는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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