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상칼럼-겨울의 마지막 자락 ‘소한’과 ‘대한’ 이야기
이미선(광주지방기상청장)

자연의 흐름을 담고 있는 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1년을 24개로 나누어 계절을 구분하는 것으로 태양이 움직이는 길을 360도 원으로 생각하고 15도 간격으로 24개의 점을 찍어 정한다. 우리 조상들은 이 절기로 계절을 구분하며 농사의 기준으로 삼고는 했다. 그래서 절기에 관한 재미난 속담들이 많은데 특히 겨울 추위를 말하는 소한과 대한에 관한 속담들은 한결같이 이 두 절기의 추위를 비교한 것이 많다.

‘대한이 소한의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죽었다’, ‘춥지 않는 소한은 없고 포근하지 않는 대한은 없다’, ‘소한에 언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 ‘소한이 대한 집에 몸 녹이러 간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등 이런 속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결국 소한이 대한보다 더 춥다는 뜻인데 정말 대한보다 소한이 더 추울까?

광주에서 기온관측이 시작된 이래 1940년부터 2019년까지 80년간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소한의 일 평균기온은 -0.2℃, 일 최고기온은 4.5℃, 일 최저기온은 -4.3℃이고, 대한의 일 평균기온은 0.1℃, 일 최고기온은 4.7℃, 일 최저기온은 -3.8℃로 기록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소한이 대한보다 더 춥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다 자세히 기온자료를 살펴보면 80년간 소한이 대한보다 일 최저기온이 낮았던 횟수는 40회로 50% 확률이다. 지난 1971년의 경우에는 소한의 일 최저기온(-15.7℃)이 대한의 일 최저기온(0.2℃)보다 무려 15.9℃나 낮았고, 2010년에도 소한의 일 최저기온(-7.2℃)이 대한의 일 최저기온(8.7℃)보다 15.9℃ 낮았다. 1944년에는 소한과 대한의 일 최저기온이 -6.1℃로 같게 나타나기도 했다. 일 최저기온 극값은 소한이 -15.7℃(1971년), 대한이 -11℃(1966년)로 소한이 낮았다.

최근 10년간(2010~2019년) 소한과 대한의 일 최저기온을 비교해 보면 소한이 대한보다 낮았던 횟수가 5회로 소한과 대한의 추위를 비교할 만한 변별력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경향을 보였다. 소한과 대한의 추위 정보를 보면 전반적인 자료에서는 근소한 차로 소한이 더 춥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올해 이름값도 못한 소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따뜻한 기온을 기록한 해는 없었다.

최근 동아시아 부근 대기 상층(고도 5㎞이상)에서 흐르는 한대제트가 평년보다 북쪽으로 치우쳐 지나가면서 평년에 비해 우리나라 부근으로 남하하는 찬 공기의 강도가 약해져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눈이 오지 않는 겨울이 되고 있다.

올해는 어떤 봄철, 여름철 날씨가 우리를 맞이하게 될까 생각하며, 두려움과 설레임이 가득한 마음으로 겨울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을 보내고 입춘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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