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획>풀뿌리공동체 마을미디어
(4) 광주 지산동 오지라퍼
“우리의 마을을 위해서…오지랖 좀 넓혀볼까나~!”

지산유원지, 관광지로 명성 잃자
주민들 스스로 문제해결 모색

미디어공동체‘오지라퍼’ 구성
마을 역사·주민활동 방송 전파

60·70대 어르신 발로 뛰며 취재
공·폐가 등 마을 문제 뉴스 제작

한솥밥·소통방·영화시사회 등
주민들 소소한 재미거리 기능도

광주 동구 지산동에서 활동하는 ‘오지라퍼’가 작년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한 공개방송 촬영에 임하고 있다. /오지라퍼 제공

무등산 향로봉 기슭에 지산유원지가 있다. 34만여평의 유원지는 광주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와 리프트도 갖췄다. 70년대에 문을 열어 보트장, 골프연습장 등 놀이시설을 갖춰 주말이면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덩달아 주변 상가 또한 번창하며 명실상부 광주를 대표하는 유원지로 자리잡았다.

부흥도 잠시,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시내 곳곳에 놀거리, 먹거리 등이 많아짐에 따라 유원지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상가를 포함한 건물들은 점점 빠져나가 공·폐가를 이뤘고, 활기찼던 동네는 서서히 식어갔다.

주민들은 이같은 마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뭉쳤다. 여러단체와 논의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며 주민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부터 찾았다. 이어 2018년 광주광역시 협치마을공모사업을 통해 ‘다복마을’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었다. 다복마을 구성원들 중심으로 마을 문제들을 다뤘고,‘오지라퍼’라는 이름으로 미디어 활동을 시도했다. 오지라퍼는 다복마을의 활동을 영상과 사진 등으로 재가공해 기록하는 미디어 단체인 셈이다.

 

오지라퍼가 마을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를 취재하는 중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오지라퍼 제공

◇우리들의 미디어 활동

“지산유원지가 들어오기 전 여기에 딸기 밭이 있었어요. 40년도 더 됐지만 마을 어르신들은 그때를 기억하고 있어요”

오지라퍼는 광주 동구 지산2동에서 활동하는 마을미디어 단체다. 그들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마을의 역사를 기록한다. 최근 광주시청자미디어재단의 지원을 받아 미디어 교육을 수강해 역량을 강화했다. 교육은 총 7차시로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뉴스 형식의 영상제작을 배웠다. 구성원 대부분이 미디어와 거리가 먼 60, 70대의 노인들이었다. 그들은 미디어를 통해 마을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교육에 임했고, 두달여만에 혼자 온전한 동영상 한편을 제작할 실력을 갖췄다.

찍어낸 영상들은 지산유원지의 역사와 마을의 공·폐가 문제 등 다양했다. 지산유원지 또한 평생을 지산동에서 지낸 마을 어른들에게는 그저 지나온 세월에 불과했다. 그들의 영상에는 유원지를 이루기 전의 공터와 잘나갔던 마을의 모습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기록됐다. 마을의 부흥을 함께 한 유원지인 만큼 마을 주민들에겐 의미가 큰 영상이었다. 또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고 기록한 쓰레기 무단투기 영상은 관할 주민센터의 시선을 끌어내 문제를 해결하는데 까지 이르렀다. 이들은 단체명인 오지라퍼 처럼 마을일에 오지랖을 부리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지산2동에서 코디네이터로 활동 중인 김옥신(44·여)씨는 “마을 활동을 통해 가꾸고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활동들을 기록하고, 알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라며 “마을 주민들이 미디어가 심심함을 달래줄 소소한 재미거리라고 생각해 꾸준하게 즐기면서 활동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현장 취재하는 모습. /오지라퍼 제공

◇오지라퍼 배경엔 다복마을

다복마을은 동구에서 최초로 결성한 협치마을 공동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민복지공동체, 주민자치위원회, 지산2동 주민센터 등 18개의 단체가 여기 속한다. 공동체는 월 1회 월례회를 진행해 마을 활성화 방안, 복지, 생활문제 등을 다룬다. 주 무대는 2018년 유휴공간으로 남아있던 동계부녀경로당을 재건축한 ‘지산2동 마을사랑채’다. 다복마을은 이곳에서 공유부엌 ‘한솥밥’을 운영해 끼니를 챙기기 어려운 이웃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기도, 요리가 서툰 초보부모들에게 반찬 만드는 방법을 전수하기도 한다. 또한 소통방 ‘이구동성’을 추진해 마을의 크고작은 분쟁들을 논의한다. 작게는 이웃간의 갈등부터 마을의 주요 현안사업까지 다룬다.

또, 무등산 보리밥 축제를 개최해 지산유원지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기도, 마을의 인물, 역사자원에 대한 체계적 정비와, 사을사료관 건립을 통해 마을 관광 자원화 또한 추진했다.

지산동은 1987년 이한열 열사가 어린시절을 보낸 마을이다. 이를 배경으로 민주인권 역사마을자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지난 3월 전두환씨가 광주 지방법원에 출석했을 당시 ‘전두환은 물러가라’라는 구호를 외친 동산초등학교도 지산동에 위치했다. 다복마을은 이같은 마을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5·18민주화운동 다큐 영화인 ‘김군’영화 시사회를 열었으며, 5·18 주먹밥 행사를 진행하는 등 잊혀져서는 안될 마을의 역사들을 알리기도 했다. 이렇게 진행한 활동들은 오지라퍼의 이름으로 영상을 촬영해 기록하며 담아냈다.
/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오지라퍼가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의 지원을 받아 주민들과 함께 미디어 교육을 받고 있다. /오지라퍼 제공
오지라퍼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월 1회 정례회의를 거쳐 현안사항들을 나누며 영상제작 회의를 진행한다. /오지라퍼 제공
오지라퍼가 마을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를 취재하는 중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오지라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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