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현장>농협중앙회장 ‘깜깜이 선거’ 언제까지…
안세훈 중·서부취재본부 차장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오는 31일 치러진다. 전국 230만명의 농민 대표를 뽑는 선거다. 무엇보다 갈수록 악화하는 농업 현실에 몸부림치는 농민들의 염원이 담긴 선거라는 점에서 그 결과가 갖는 중요성은 작지 않다.

이번 선거에는 역대 가장 많은 총 10명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과거 선거 때 5명 안팎의 후보가 등록했던 것과 비교해 2배 많은 후보자가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후보자 등록은 마친 이들은 선거일 전날인 30일까지 막바지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도통 선거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대의원 간선제인 탓에 정작 농업 현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전국 농협조합장 1천118명 중 대의원 292명이 참여하는 간선제 방식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가 당선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한정된 인원을 대상으로 투표가 이뤄지기 때문에 ‘그들만의 리그’라는 지적이 나온다.

농민들의 삶과 밀착된 의제에 대한 논의도 실종됐다. 투표 당일 현장에서 진행되는 소견발표가 후보자를 검증할 수 있는 유일한 자리다.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올해 처음으로 예비후보자 제도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후보자 자격, 공약 검증 등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정선거와 혼탁 양상도 농민들을 실망하게 한다. 4·15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퇴한 김병원 전 회장의 경우 직전인 2016년 선거에서 경쟁자였던 최덕규 전 합천가야농협 조합장과 함께 ‘누가 결선에 오르든 서로 밀어주자’고 공모하고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올해도 선거를 앞두고 일부 지역에서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문서가 퍼지는 등 선거가 과열 양상을 보인다.

이에 따라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에 대한 논의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농촌과 농민을 살리는 해결 방안을 들고나와 희망을 주는 후보들의 정책선거 한마당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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