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김봉철이 웅크리고 써내려간 이상한 위로

숨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

김봉철/웨일북/12,000원

독립출판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신드롬의 주인공 성공한 ‘삼백쓰’ 김봉철이 돌아왔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삼백쓰’가 있다. 성공한 삼백쓰와 실패한 삼백쓰. 김봉철은 전자다. 삼백쓰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신체와 정신, 폐쇄적인 인간관계와 한없이 낮은 자존감을 온몸으로 발산하는 삼백쓰의 모범이다.

영어 발음이 부끄러워 ‘빅맥’이나 ‘메리 크리스마스’조차 말하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에, 모임 자리에서는 늘 투명 인간 취급을 당하고, 동료와 이웃조차 외면하는 불쌍한 히키코모리. 그가 기댈 곳은 가족뿐이지만 그마저도 수상한 과거가 발목을 붙잡는다.

문제작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은 그를 전설이라 불렀다. 그럴듯한 모양새도 갖추지 못한 책에 열광했다. 그렇다. 그의 글은 시종 웃기며,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한다. 그리고 마침내 슬프다. 청춘을 엉망으로 보내는 젊은이의 지질한 초상 앞에서 독자는 모두 이유 있는 울음을 운다. 불우한 환경과 청년 세대의 좌절이 개인의 기질과 맞닿아 끝없는 한심함으로 이어지지만, 김봉철은 자신의 상처를 끌어안고 조금씩 나아가려 한다. 연민하거나 동정하거나 울거나 웃거나 그러거나 말거나, 김봉철은 김봉철의 삶을 산다.

페이지를 넘기며 소심한 김봉철, 지질한 김봉철, 한심한 김봉철, 아무리 놀려도 괜찮을 것 같은, 고유명사 김봉철을 만나 그의 고백을 듣다보면 단순한 넋두리를 넘어선 인간 공통의 감정에 닿아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람들은 김봉철이라는 민낯에서 비애를 느낀다. 킥킥대고 욕을 하다가 먹먹함에 입을 다문다. 침묵 속에서 독자는 김봉철과 자신을 동일시하기에 이른다. 그가 느낀 소외와 상처가 자신에게도 있었음을 깨닫고, 그로 인해 움츠려든 소심함과 한심함을 발견하고, 선뜻 화해하기 버거운 삶의 궤적에 김봉철식 유머를 투척한다.

세상에 숨고 싶은 사람들에게 김봉철은 말한다. 조금 한심하게 굴어도 괜찮으니 세상에 손 내밀어 보라고. 언제든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당신의 방문을 열어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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