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시간과 돌봄교실 운영시간 비슷

겨울방학 돌봄교실 실효성은 ‘글쎄…’
출근 시간과 돌봄교실 운영시간 비슷
아이 홀로 돌봄교실 열리길 기다려야
도시락 준비·유연근무제 사용 어려워
 

등교하는 아이들. /남도일보 DB

“훨씬 일찍 도착해 돌봄교실 시간까지 기다려야 하는 아이가 걱정되죠…”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36·여)씨는 겨울방학이 되면서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내고 있다. 맞벌이 부부인데다 양가 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길 수 없는 상황에서 방학 기간 양육부담을 덜어주는 돌봄교실은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출근시간에 맞춰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주기 위해선 돌봄교실이 시작하는 오전 9시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 혼자 남아있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점은 고민거리다.

이씨는 “남편도 출근시간이 빨라 아이를 일찍 데려다줄 수밖에 없다”며 “돌봄교실이 시작하는 시간까지 혼자서 기다려야 하는 아이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학부모들의 출근시간과 맞지 않는 돌봄교실 운영 등으로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달 들어 총 4건의 관련 민원이 광주시교육청에 접수되기도 했다.

30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광주지역 겨울방학 중 초등 돌봄교실은 145개교에서 274교실을 운영, 4천444명의 초등학생이 이용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돌봄교실은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조사를 통해 돌봄이 반드시 필요한 학생의 수요를 파악해 운영된다. 특기적성 프로그램 등을 편성하거나 지역돌봄기관 연계 등도 지원한다.

일부 회사에선 맞벌이 부모를 위해 유연근무제를 권장하기도 하지만 동료들의 시선과 업무분담 등으로 현실적으로 유연근무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맞벌이 부부에겐 매일 아침 도시락 준비도 전쟁이다. 방학 중 돌봄교실의 급식 방식은 위생 문제나 안전사고 등의 우려로 개인도시락을 권장하고 있어 아침 6시께에는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아이들을 챙기다 보면 2시간이 훌쩍 지나기 일쑤다.

학부모 강모(40·여)씨는 “아침마다 도시락으로 고민한다. 외부 음식을 사서 보내자니 아이 건강이 걱정되고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면 출근 시간이 빠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연근무제가 있어 가끔씩은 이용할 수 있지만 동료들에게도 미안하고 눈치가 보여 매번 사용할 순 없는 노릇이다”며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언제쯤 만들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광주의 한 학교 관계자는 “학교 마다 각각 사정이 달라 운영시간과 프로그램 등 일괄적인 시스템 적용이 어렵다”며 “수요자인 학부모와 아이들을 고려한 돌봄교실 운영에 대한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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