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농협, 벼 육묘 대금 미리 받아 재테크 하나

“육묘값 10억원 4개월 선납 이해못해”
“일부 농민 약속 안지켜 불가피한 조치”

농민 일각 "금액 10~20% 선불 받거나

약속 어긴 농민 불이익" 대안으로 제시
 

순천농협 육묘장 전경/ 순천농협 제공
농민 부부가 순천농협 영농지원센터 육묘장에서 벼 육묘를 싣고 있다./순천농협 자료 사진 제공

순천농협이 오는 5월~6월 모내기 철을 앞두고 농민들로부터 벼 육묘 신청을 받으면서 현금 선납을 의무화 하고 있다. 이로인해 농민의 권익을 앞세워야 하는 농협이 농민의 애로사항을 살피기 보다는 선량한 농민을 상대로 재테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29일 순천농협에 따르면 5월 중순쯤에 집중 공급되는 벼 육묘 사업을 위해 낙안과 별량, 덕월 등 세 곳에 육묘장을 운영하고 있다. 낙안 육묘장이 12만장, 별량 육묘장 10만장, 덕월 육묘장 2만4천장 등 모두 26만장을 육성해서 농민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순천농협 관내 농민들이 필요로 하는 벼 육묘 수요량의 30% 가량을 소화할 수 있는 분량이다.

순천농협은 지난 1월 중순부터 모내기용 육묘 신청을 받으면서 자동납부 출금 동의서를 함께 받고 있다. 벼 육묘 1장에 4천원에 공급하고 있어 26만장을 판매할 경우 10억4천여만원을 거둬들이게 된다.

이에 대해 일부 농민들은 순천농협이 벼육묘 신청을 받음과 동시에 자동납부를 받고 있는 점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별량면 한 농민은 “벼 육묘가 출시되고 농민에 전달되는 시점은 5월중순부터인데도 4개월을 앞당겨 선납을 받고 있는 것은 순천농협이 이자 장사를 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벼 육묘 대금으로 10억4천만원을 받아서 이자 2.5%로 단순 계산하더라도 4개월 동안 900만원의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로 한 불평이다. 농민 중 일부는 “금융기관 특성상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투자 등으로 여유 돈을 굴리면 단순한 이자 보다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 4개월 선납을 강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순천 농협의 선납 강요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해룡면 한 농민은 “2천평 가량의 논농사를 짓고 있으니까 육묘 200판이 필요하고 이것을 사려면 80만원을 내야한다”고 말하고 “농한기 농민에겐 80만원이 적은 돈이 아니어서 육묘값을 미리 내라고 하니 부담스럽다”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농민들의 불만에 대해 순천농협 김종완 영농지원센터장은 “육묘사업은 농협이 수익사업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고 전제하고 “수 년 전에는 벼 육묘를 공급한 후에 육묘 값을 받는 후불제를 시행했으나 이 과정에서 상당수 농민들이 육묘 값을 지불하지 않거나 일부 농민은 사전 예약을 해 놓은 것을 취소하기도 해서 많은 애로를 겪다 보니 선불제를 전환하게 된 것이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을 전해 들은 해룡면 또다른 농민은 “순천농협의 애로는 이해할 수 있으나 농민들의 부담과 의혹을 줄이기 위해 육묘 대금 전액을 선불로 받을 것이 아니라 전체 금액의 10~20% 선에서 선불로 받거나 약속 불이행 농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식으로 하면 될 것 아니냐”는 대안을 제시하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동부취재본부/유홍철 기자 yh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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