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석 목포과학대 교수의 남도일보 화요세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과 나비효과
형광석(목포과학대 교수)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째 이어져 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 감염증’의 유행으로 지구촌 주민은 모두 가시방석에 앉은 꼴이다. 혹자는 우리나라 정부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국제뉴스에서 접하는 각국의 대응은 거의 허둥대는 모습으로 보인다.

가끔 어떤 사건의 심각한 파장을 설명하는 용어로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원용하면서도 그 타당성이 미심쩍었다. 언어유희를 즐기는 사람의 말인 줄 알았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기상학 연구자가 내놓은 탁월한 용어이다. 기상학자로서 혼돈이론의 선구자인 로렌츠(Edward Norton Lorenz)는 1963년에 발표한 <결정론적인 비주기적 유동〉(Deterministic Nonperiodic Flow)을 1969년에 ‘나비효과’라 불렀다.

남미 아마존 우림(Amazon rainforest) 지역의 나비가 파드득 날아오르면 그 영향이 확대되어 태풍이 발생할까? 이야기로 만들면, 나비의 날갯짓에 놀라 새가 파드득 날고, 그 소리에 산짐승들이 놀라 이리저리 뛰고, 그에 따라 나무들이 흔들리면서 바람이 일어 점점 커져 태풍으로까지 이어진다. 논리의 비약이 커 보여서 얼른 수긍하지 않으면서도 아주 사소한 일이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시에서 시작된 어떤 무엇의 기침은 마치 나비의 날갯짓과 같다. 그 기침은 접촉자들에게 퍼졌다. 제삼자에게도 퍼졌다. 도로, 철도, 항공 등의 발달에 따라 이동이 활발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퍼졌다. 교통수단이 우마차(牛馬車)이던 시대에 견주면, 지금은 그 속도와 이동 인원이 천문학적 숫자에 가깝다고 봐도 좋겠다. 그만큼 감염의 확산도 빨랐다.

저가항공(Low-Cost-Carrier)이 대체로 2000년경 이후 상용화·활성화하면서 인적·물적 자원의 국가 간 교류가 더욱 빈번해졌다. 아침에 상하이 공항을 출발하여 무안국제공항에 내려 목포 인근에서 업무를 보고 점심을 먹는다. 출국하여 상하이에서 저녁밥을 먹을 만도 하겠다는 말이 그럴듯했다. 그 말은 중국 어느 지역 어떤 무엇의 기침이 지구촌 전체로 퍼지면서 현실이 됐다. 마침내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30일(스위스 제네바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그런 비상사태는 가장 심각한 전염병의 경우에만 사용하는 규정이다.

최근 20년간 지구촌을 발칵 뒤집어놓은 전염병은 2002년 사스(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이다. 경우가 세 가지에 불과하기에 조심스러우나, 심각한 지구촌 전염병의 발생 시차가 13년에서 4년으로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늦어도 2~3년 이내에 또 다른 전염병이 발생할 개연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그러한 개연성의 현실화는 지구촌 모든 인간과 동물이 생명을 위협하는 전염병을 아주 가까운 친구로 삼아야 하는 지경으로 이어질지 모르겠다. 말하자면, 나비효과의 일상화이다.

또 다른 나비효과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이번 겨울은 겨울 같지 않다고들 한다. 광주 전남에서 푹 쌓인 눈을 구경하지 못했다. 이제 눈은 그림의 떡이 됐다. 날씨가 추워야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는 강원도와 같은 지역과 사업자에게는 아주 힘든 나날의 연속이다.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덮쳤다.

어찌해야 하는가? ‘자연보호’(自然保護), ‘치산치수’(治山治水). 버려야 할 말이다. 대자연은 보호의 대상이고, 산과 물은 다스려야 한다. 얼마나 교만한 말인가. 그런 인간의 교만이 나비의 날갯짓이 아니었을까?

경산경수(敬山敬水), 자연보전(自然保全)! 산과 물을 하느님 모시듯이 공경하여 자연을 온전하게! 생각건대, 일회용 용품의 사용 배제는 사소하나 꾸준히 하면 위대한 결과로 이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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