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일 남도일보 대기자의 세상읽기
죽음의 공포, 이 또한 이겨내리라

박준일(남도일보 대기자)

죽음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중국 우한발 폐렴인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급기야 4일에는 16번째 확진 환자가 광주에서 나왔다. 전남대병원에 격리돼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16일 동안이나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알려져 그 가족들까지 동선 추적이 쉽지 않아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한국과 중국 모두 관광 목적의 입국을 금지하고 나섰다. 발병 초기에 중국에 대한 여행경보는 여행자제에서 철수 권고로, 다시 관광비자 중단으로 대응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폐렴 확진자들의 이동 경로가 공개되면서 이들이 다녀갔던 영화관과 마트, 교회, 병원 등이 줄줄이 문을 닫고 나섰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이노베이션 등 중국 현지 공장들은 가동을 중단한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고 중국 부품의 소재 조달 우려로 우리 기업들의 공급망에는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국내 생산라인의 부품 수급 차질로 공장가동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의학 전문가들은 앞으로 10일에서 보름 정도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선제적 대응을 위해 새로운 격리 기준과 대응 지침을 마련했다. 아직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사태 전개에 따라서는 그 여파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중국 현지의 폐렴 확진 환자는 4일 현재, 2만3천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400명을 넘어섰다. 자고 나면 2천여 명에서 3천여 명씩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확산일로로 치닫고 있지만, 그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 않는다.

3천500년 전 은나라 유적이 발굴된 곳이기도 한 인구 1천100만 명의 대도시 우한은 감염에 따른 폐렴이 확산되면서 외부로부터 완전차단하는 봉쇄령이 내려져 있다. 그러나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600만 명이 우한을 탈출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미 우한은 버려진 도시, 유령의 도시로 변했다. 지난해 연말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 27명이 발생한 이후 올해 1월 9일 첫 사망 환자가 발생한 이래 불과 1개월도 안 돼 전 세계로 전염 환자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가 중국 우한발 여행객의 입국을 막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한 폐렴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최근에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한 전염병으로는 2015년 전 세계를 강타한 메르스가 있고 그 이전에는 신종플루와 사스 등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사스는 8천422명이 발병, 901명이 숨져 9.1%의 치사율을 보였고 메르스는 1천367명이 발병, 528명이 숨져 38,6%의 차시율을 보였다. 우리나라는 사스는 3명이 발병했지만 1명도 숨지지 않았고 메르스는 186명이 발병, 39명이 사망해 21%의 치사율을 보였다. 그러나 우한 폐렴은 현재까지 2∼3% 정도의 치사율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병은 기원전 15년 백제 온조왕 4년부터 시작돼 500년 역사의 조선시대 후기에 이르러서 무수한 역병들이 공포의 대상이었다. 콜레라, 두창, 장티푸스, 이질, 홍역 등이 그런 것들이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한번 역병이 돌면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이 죽었다. 그 시절에 역병은 하늘의 재앙 중 하나로 이해되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불신과 불안을 조장하는 괴담의 확산이다. 대통령도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포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SNS를 통해 세상과 단절된 곳에서도 서로를 향해 외치는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가 이어진다. 창문을 열고 죽음의 오폐라가 아닌 희망의 노래를 부른다. 고립된 도시에서도 매일 새 생명은 태어난다. 중국 우한을 떠나 귀국한 한국 교민의 국내 격리 보호시설이 있는 진천과 아산의 주민들이 이들을 포용하면서 SNS에 올린 ‘우리가 아산이다’ 라는 응원 메시지도 있다. 송혜교와 유아인 등 유명 연예인들이 우한을 응원한다. 가슴 뭉쿨한 애기들이다. 지금 창궐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 같지만 우리는 그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머지않아 평온한 세상이 도래하리라 믿는다. 다시 우리나라는 물론 우한의 거리와 카페, 백화점, 영화관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활기를 되찾게 되는 그날이 머지않게 찾아오리라 믿는다. 지금의 공포 또한 우리 함께 이겨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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