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획>풀뿌리공동체 마을미디어 (5) 광주 풍암동 늘따순풍암마을방송
“마을에서 놀자! 떠난 주민도 다시 찾아와요”
귀리먹는 고양이·감베전 만들기 등 주민 일상 공유
풍암동서 활동하는 ‘풍두레’ 기반으로 미디어 활동
세월호 이후 촛불 하나씩 모이더니 ‘인권마을’이뤄
나눔장터·마을 거리 축제 등 행사 통해 주민 참여 독려
MOU 맺어 지역상가 배움터로 거듭나…청년일자리 창출

늘따순풍암마을방송이 작년 12월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진행 된 공개방송에 나서고 있다. /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늘따순풍암마을방송이 작년 12월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진행 된 공개방송에 나서고 있다. /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늘따순풍암마을방송

작년 8월, 구멍이라도 뚫린듯 하늘은 하루종일 비를 쏟아낸다. 장마철은 유난히도 길게 느껴졌다. 비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단연 전. 냉장고를 열어 재료를 뒤적거려보니 감자와 베이컨 한 덩이가 눈에 띈다.

“비오는 날 생각나는게 뭐죠? 전이죠. 오늘은 초간단 감자전을 만들어 볼께요” 레시피를 찾아보는 중 초간단 전만들기라며 중년의 남성이 요리하는 영상이 있다. 친근한 인상에 남성은 잔잔한 목소리로 농담을 섞어가며 ‘쿡방’을 담았다. 주인공은 늘따순풍암마을방송의 이종국씨. 이씨는 감자와 베이컨을 이용해 전을 만들었다. ‘늘따순 감베전’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완성된 감베전은 동네 주민들과 함께 시식하고 평가를 진행한다. 막걸리 한잔은 당연히 빠질 수 없다.

광주 서구를 무대로 활동하는 늘따순풍암마을방송은 동네 주민들과 사소한 일상을 영상으로 담아낸다. 귀리를 먹는 고양이, 봉사활동으로 공로패를 받은 주민, 노을이 예술인 풍암마을 공원 저녁 풍경 등 다양하다. 그밖에도 마을 활동가들이 동네를 돌아다니며 진행한 행사, 마을의 쓰레기 문제 등 영상을 통해 행사를 알리기도, 마을 문제를 공론화 시키기도 한다.

늘따순풍암마을방송은 작년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한 마을미디어 교육 지원사업을 통해 체계를 갖췄다. 10여차례의 강의를 통해 마을의 역사 등을 바로알고, 영상제작의 전반을 교육받았다. 교육을 통해 수강생 대부분이 혼자서도 영상 한편을 만들어 낼 정도의 수준을 갖췄다. 이어 30초에서 5분의 영상을 20여편 만들어냈다.
 

늘따순풍암마을방송 구성원들이 미디어 관련 교육을 수강하는 중이다. /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제작해 주민들과 함께 시청하며 평가하는 모습. /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온 마을이 배움터

늘따순풍암마을방송은 풍암동에서 활동하는 단체 ‘풍두레’에 기반을 두고 있다. 마을방송 구성원 대부분이 풍두레 소속이다. 풍두레의 미디어 활동 단체가 늘따순풍암마을방송인 셈이다. 미디어 활동 또한 풍두레와 일부 겹친다. 주민들의 일상과 마을 문제를 다루며 풍두레에서 진행하는 활동 등을 영상으로 담는다.

풍두레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촛불 문화제를 가지며 만들어졌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주민들과 함께 더 의미있는 마을을 만들어 보자며 의기투합하며 풍두레 활동을 시작했다.

평소 마을 활동에 관심이 많은 풍암동 다일교회 목사의 제안으로 교회 공간 중 일부를 제공 받았다. 그 후 종교와 관계없이 청소년과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청소년 대상으로 진행한 배움터 ‘꿀잼’은 영향력을 확대해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온마을학교’로 발전했다. ‘마을이 학교며 배움터다’를 목표삼아 많은 사람이 모여 함께 배우고 성장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배움터는 마을 곳곳에 위치한 상가들이다. 클라이밍 암벽장, 가죽공예, 도자기 제작, 커피숍 등의 가게들과 MOU를 맺었다. 가게들은 저렴한 수업료를 받고 강의에 나선다. 이렇게 구성된 MOU는 관심분야의 주민들이 강사가 되며 마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일자리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선생님이 되며 배우는 학생이 되기도 한다. 온마을학교는 마을 주민들안에서 강사를 발굴해 마을 자원의 한계 극복하자는 계획도 세웠다. 이렇게 진행된 풍두레의 활동 대부분이 영상으로 담겨 늘따순풍암마을방송에 기록된다.

늘따순풍암마을방송 박종평(53)대표는 “구성원들의 연령대가 어른부터 아이까지 다양하지만 모두가 마을활동과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라며 “우리가 활동하는 모든 내용을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어 더 뜻깊은 활동”이라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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