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특별 기고-애니멀 퍼스트

임진택(우치동물원 소장)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공포(포비아)가 조여 올수록 걱정되는 게 한 가지 있다. ‘또 동물원 휴장을 해야 하나’이다. 일년 365일 여는 우리 동물원이지만 근래 10년 동안 벌써 2번이나 문을 닫아야 했다. 구제역(FMD)전국사태 때 한번, AI(조류인플루엔자)가 인접 지역까지 창궐할 때 한번 모두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고 시민들은 모르고 오셨다가 되돌아가시면서도 한분도 불만 없이 이해해주시는 성숙한 의식을 보였다. 

문을 닫은 이유는 오직 한 가지였다. 우리 귀한 동물들을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한 마리라도 그런 병에 걸리면 접촉한 모든 동물들에게 살처분이 내려질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동물원은 좀 특수해서 그래도 일반 가축에 비해 살처분 범위가 좀 더 유연하게 적용되긴 해도 전염병 차단이라는 대의 앞에 안심할 수 있는 동물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 우한시에서 발현되었고 현재까지 긴급 폐쇄된 우한시 현지 상황만 지켜보면 전 세계가 공포에 떨 만큼 심각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도 감염된 환자가 속속 나오고는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고 사망지도 거의 없어 현재까지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바이러스성 전염병 이란 게 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존재라 일단은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하는 중이다. 지난 중동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우리 동물원 단봉낙타는 국내에서 태어났고 국내에서 자란 지라 중동 메르스하고 아무런 역학관계도 없지만 검사를 위해서 억지로 붙들고 코에서 분비물을 채취하는 웃지못할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우리 동물원에서 전염병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발생해 본적이 없다. 그런 걸 보면 역시 전염병은 많이 모이고 접촉이 심한 곳 그리고 동물복지에 사각지대인 곳에서 발생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동물원 동물들은 한 종이 많이 모여 있지 않고 공간이 넓어 서로 밀접하게 접촉하지 않는다. 냉 온방 시설이 잘 갖추어진 곳에서 생활하며 아프면 수시로 치료를 받는다. 의식주에 아무 걱정 없이 지내고 수시로 영양제를 먹여 자체 면역력을 높여 주며 기생충 구제와 예방접종을 프로그램대로 실시해 준다. 거기다 국내에만 전염병이 돌아도 매일 소독해 주며 할 수 있는 모든 보호조치를 강구한다. 

오히려 야생에 사는 동물들보다 훨씬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사는 것이다. 반려동물이나 가축보다도 인간과의 접촉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서로에게 옮기는 인수공통전염병(zoonosis)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그래도 우린 필요하면 두말없이 동물원 문을 닫는다. 순전히 우리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다른 곳에선 휴먼 퍼스트지만 이곳만은 애니멀 퍼스트이다. 동물원이 동물복지 사각지대라는 말을 가끔 듣기도 하지만 이런 측면을 보면 꼭 그렇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리고 비교적 먼 과거, 70~80년대 사직공원 시절에도 우리 동물원이 꼭 한번 10일 넘게 문을 닫은 적이 있다. 바로 5·18 민주항쟁 전후해서다. 그때의 분들은 이미 다 퇴직하셨지만 계실 때 가끔 그때 이야기를 듣곤 했다. ‘전 직원들이 모두 출근한건 아니지만 사육사 몇 분들이 당번으로 출근하여 그 기간 내내 동물들을 지켜냈다고, 그 와중에 계엄군의 총 뿌리 위협도 받은 적이 있다고’

우리 동물원은 그렇게 지켜온 곳이고 앞으로도 반드시 그렇게 지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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