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공항 건설, 주민 생존권이 우선이다”
태풍·높은 파도에 선박보다
소형항공기 운항 실효성 커
교통기본권 대폭 개선 전망
국립공원委 심의통과 주목
주민들 “조기 착공 시급”

전남 신안군 흑산면 예리일원에 추진 중인 흑산공항이 개항하면 현행 여객선과 소형항공기 이동수단이 확충돼 교통기본권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사진은 흑산도 전경./신안군 제공

전남 목포에서 뱃길로 2시간, 흑산도의 파도는 거세다. 바람이 심해 ‘풍랑주의보’가 내리면 모든 여객선은 운항이 통제된다. 응급환자는 후송도 수단이 없어 응급조치도 하지 못하고 위험천만한 사례가 빈번한 것이 현실이다. 관광객들은 꼼짝없이 발이 묶인다. 모든 육지와의 소통은 끝이다.

선박안전기술공단목포지부에 따르면 목포에서 흑산·홍도를 운항하는 2개 선사의 여객선은 1년 평균 50일 정도 결항한다. 주민들은 이쯤 되면 불편함을 넘어 생존권의 차별이라고 호소한다.

흑산도는 서남해 관광의 관문이다. 여기에 각 섬과 섬을 연결해주는 해상교통의 요충지이고, 서남해안 어업의 전진기지이자 행정 중심이다. 하지만 교통수단이 여객선 뿐이고 접근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처럼 섬 주민들의 생존권 등 각종 부작용을 막기 위해 흑산공항 조기착공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남 신안군 압해읍 등 14개 읍면 주민들로 구성된 ‘흑산공항건설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세종종합청사 환경부 앞에서 흑산공항 건설을 촉구했다./신안군 제공

◇공항 개항 시 한결 편한 육지나들이

현재 흑산도와 가거도 등 흑산권역에 거주하는 10여개 도서민은 오로지 선박에만 의존하는데 연평균 최소 50여일에서 최다(반나절 포함) 110여일정도 육지와의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또한 서울·수도권 등을 방문하고자 하는 경우 선박으로 목포 등으로 이동한 후 버스나 기차로 갈아타야 가야하므로 많은 시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돼 지역주민들은 가고 싶어도 쉽사리 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대로 출향인들은 고향을 방문하고 싶어도 자주 방문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고 있다. KTX의 개통으로 지금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임에도 불구하고 섬 주민들은 서울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흑산공항이 개항하면 종전보다 육지나들이가 한결 쉬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선박의 경우에는 동절기(11월~2월)에 해상주의보 등으로 결항이 높지만 항공기는 겨울철에도 이착륙에는 큰 지장이 없다.

선박은 태풍이나 파도가 높을 경우 보통 하루 내내 운항이 통제되지만, 항공기는 공항의 기상상황이 양호해지면 즉시 운항재개가 가능하므로 선박에 비해 운항에 따른 실효성이 매우 크다.

지리적으로 흑산도(홍도), 가거도 항로는 먼바다로 분류돼 태풍이나 풍랑주의보는 풍속 14m/s이상이 3시간이상, 유의파고 3m 초과시 선박운항은 전면 통제하지만, 항공기는 측풍이 10Knot(5.1m)이상일 경우 운항이 제한된다.

공항 활주로는 남북방향으로 측풍 장애요소가 가장 적은 방향으로 설계 됐으며, 측풍이 아닌 앞뒤 바람 방향은 항로유지에 도움이 돼 안전성이 증대된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운항관리센터 목포지사 조사결과, 지난 2018년 선박 운항횟수는 3천430회로 결항 567회, 결항율 16.5%로 집계됐다.

◇국립공원위 심의 관심

이에 신안 주민 숙원인 흑산공항 건설이 올해부터 본궤도에 오를지 주목을 받고 있다.

신안군 흑산면 예리 일대 54만7천㎡에 추진 중인 흑산공항은 50인승 경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길이 1.2㎞의 활주로와 부대시설 등을 갖춘다. 흑산도와 육지 하늘길을 열기 위해 1천833억원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당초 환경 훼손 문제 등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국립공원위원회의 공원계획 심의를 통과하면 올해부터 다시 추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흑산공항이 건설되면 현행 여객선과 소형항공기 이동수단이 확충돼 교통기본권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또 관광객 증가, 지역경제 활성화, 섬 주민 생활여건 개선 등의 파급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신안군민이 흑산공항 건설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다.
 

흑산공항 건설 예정지.

◇안전·경제성 ‘이상무’

지난 2016년 11월과 2018년 9월 개최된 국립공원위원회에서 공원위원들은 국립공원 환경성과 안전성, 경제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흑산공항 건설을 위한 다도해해상 국립공원계획 변경안을 보류한 바 있다.

국토부와 서울지방항공청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보류 결정이후 주요쟁점에 대한 보완자료를 전문가 의견수렴 및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꼼꼼하게 작성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자료에 따르면 울릉공항은 2013년 예비타당성조사 당시 B/C=1.19인 반면, 흑산공항은 B/C=4.38로써 건설사업비에서도 흑산공항(1천833억원)의 3배가 넘는 6천633억원이 투입되지만 사업추진이 가능한 이유는 울릉공항은 국립공원이 아니고 제악조건이 없는 지질공원이기 때문이다.

일부 반대론자들이 제기한 안전성에 대해서는 유럽과 미국의 인증항공기로 제작사와 함께 활주로 길이 등의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안전성 검증완료로 현재 ATR-42 운항기종이 전세계 96개항공사 295대 운항할 정도로 안전성에 대해서는 문제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안군 관계자는 “앞으로 국토부에서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위한 보완서류를 제출하고 심의를 통과할 경우 국토부와 협력해 흑산공항의 조속한 개항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며 “2023년 개항하면 전국 어디든지 1시간대로 접근이 가능하여 섬 주민들의 교통복지와 해상교통 불편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안/박장균 기자 jkjh11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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