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20석의 향방
최영태(전남대 교수·역사학)

위대한 촛불혁명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난 3년 동안 달성한 것은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교체뿐이었다. 정치의 요체인 국회는 오히려 과거보다 후퇴했다는 평가가 많다. 진영 간 대립도 더 심해졌다. 지난 연말에 국회의원 선거법을 통과시킨 데서 약간의 위안을 삼을 수 있을 뿐이다. 어렵게 통과시킨 선거법인 만큼 그 긍정적 의미를 최대한 발휘시켜 정치발달의 초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번 선거법의 특성상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준연동형의 대상인 35석은 제3당들의 몫이 되는 게 이상적이다. 그런데 어떤 법에도 악용의 여지는 있고 이번 개정된 선거법도 마찬가지이다. 자유한국당이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어 35석 중 자신들의 몫을 찾아가겠다는 것이 바로 그렇다. 그들의 속성에 비추어 틀림없이 그렇게 할 것이다.

2월 첫 주에 실시된 갤럽과 리얼미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범민주개혁진영과 범보수진영에 대한 지지율은 대개 6:4의 비율이다. 이 비율에 따르면 35석 중 범민주개혁진영의 몫은 20석 내외, 범보수진영의 몫은 15석 내외가 되어야 합리적이다. 자유한국당은 분명 변칙적인 방식을 동원하여 자신들의 몫을 찾아갈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명분상으로나 다른 개혁정당들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그럼 어떤 정당이 범민주개혁진영의 몫인 20석 내외의 의석을 가져와야 하는가? 그것을 반드시 가져와야 국회에서 범민주개혁진영이 안정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데 말이다. 우선 정의당이 상당수의 의석을 가져갈 것이다. 이 기회에 정의당이 크게 성공하여 진보정당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 등 어려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정의당이 가져갈 의석은 10여석 내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민주진영의 유권자 그리고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 모두가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대안정당, 민주평화당은 민주당 및 정의당과 함께 공수처법 및 선거법을 통과시킨 주역들이다. 그런데 지금 상태로는 그들에게 돌아갈 비례의석은 없으며, 속된 말로 그들은 ‘죽 쒀서 00 주는’ 역할만 하고 말 운명이 되었다. 이 틈을 타 만약 범보수진영이 그들의 몫인 15석 플러스 알파를 가져가게 만든다면 개정된 선거법과 그 선거법 개정의 주역인 개혁진영은 오히려 민의를 왜곡하게 만든 책임까지 뒤집어 써야 할 것이다.

다행히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이 통합 개혁신당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진행과정에서 장애물도 등장하겠지만, 그럴 때마다 다당제 구현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상기하며 조속히 통합을 마무리 짓기를 바란다. 이런 바람은 새로운 통합 개혁정당을 지지하고 말고의 차원에서 하는 게 아니다. 이런 요구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비례의석 10여석의 주인공이 되라는 의미에서이다. 그래야만 범민주개혁진영이 의회에서 안정 의석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21대 범민주개혁진영이 국회에서 촛불이 부여한 역사적 과제들을 보다 충실히 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더 큰 이유가 있다. 이번 선거법 개정으로 우리나라 정치는 다당제로 접어들었다. 그런 정치구도에서는 범민주개혁진영내에 집권 여당(민주개혁진영)에 대한 비판적 지지 세력이 필요하다. 그 정당은 집권 여당이 잘할 때는 함께 행동하고, 잘못하고 오만에 빠져있을 때는 과감하게 비판 견제하여 전체적으로 범민주개혁진영의 힘을 강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 호남에서는 경쟁구도를 만들어 호남정치를 활성화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전제가 있다. 비례대표 후보자를 절대로 나눠 먹기식으로 선발하지 말라. 총선이 얼마 남지 않는 현 시점에서 새로 탄생할 통합 개혁신당이 지역당의 이미지를 극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반드시 다수 국민들이 박수를 칠 만한 사람들로 채워야 한다. 오로지 그것만이 통합 개혁신당이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만약 그렇게만 한다면 통합 개혁신당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올라가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들에게까지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개혁적 통합 신당이 한국과 호남 정치 모두를 위해 꼭 성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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