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예방은 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
문기식(광주광산소방서장)

불(火)은 이로움과 해로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양날의 검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인류 역사에서 불의 사용은 생산과 창조의 원동력으로 주거와 식생활의 유익한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자칫 잘못 사용한다면 서슬 퍼런 칼날이 되어 우리를 향하게 될지도 모르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전국적으로 최근 5년간 화재 통계를 보면 평균 4만3천건이 발생했으며, 매년 1.9% 증가하고 있다. 주요 화재 원인으로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절반이 넘었다. 이러한 수치와 결과는 불이라는 양날의 검이 이롭게 사용하고 있는지, 아니면 날카로운 칼날을 우리에게 겨누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 보아야 할 필요성을 제시한다.

부주의로 인한 화재는 우리의 무관심에서부터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소한 부주의가 큰 불행을 불러일으킨다’(A little neglect may breed mischief)는 영국 속담이 피부에 와 닿을 만큼 매년 부주의로 인한 가정 내 화재 사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되풀이되는 화재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관심이라면 화재 예방을 위해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해 보길 권한다. 관심의 시작은 먼저 우리의 일상 속에 기본적인 화재예방 안전수칙을 알고 준수하는 것이다.

첫째, 겨울철 난방 기구에 대한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겨울철 난방 기구를 대표하는 화목보일러, 전기히터, 전기장판을 사용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화목보일러는 불연 재료로 구획된 별도의 실에 설치하고 땔감 등의 가연물은 보일러의 몸통으로부터 최소 2m 이상 거리에서 보관해야 하며, 전기히터는 우선 안전인증 제품인지 확인하고 한 두 시간 사용 후 10분 정도 꺼두도록 한다.

둘째, 주방 화재에 대비해 K급 소화기를 비치해야 한다. 음식 조리 시 사용되는 식용유 등에 의한 화재를 진압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주방에서 평소 자주 사용하는 식용유는 끓는점이 발화점(불이 붙는 온도)보다 높아 불꽃을 제거하더라도 다시 불이 붙을 수 있으며,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는 경우에는 뿌려진 물이 가열된 기름에 기화되면서 유증기와 섞여 오히려 화재를 키우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 화재는 초기에 불길을 잡지 못하면 5분 정도가 지나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이것은 소방에서 말하는 이른바 ‘골든타임’이며 응급환자 발생 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따라서 소방차 및 구급차의 신속한 현장 출동은 필수적이다. 좁은 골목길에 무단 주차해 긴급 자동차 통행을 어렵게 만드는 행동은 지양하고 소방차가 지나갈 때 ‘길 터주기’는 우리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작은 실천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처럼 일상 속 화재예방 안전 수칙을 준수하고 내 가정, 내 직장의 화재예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실천할 때 비로소 안전은 지켜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대형화재 없이 겨울은 막바지에 접어들고 어느덧 입춘이다. ‘방심 속에 화재 나고 설마 속에 재난 온다’라는 말을 가슴속에 새기며 시민들 스스로 화재 예방에 관심을 두고 안전한 겨울을 보내고 상큼한 마음으로 봄을 맞이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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