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523)
6부 2장 용골산성 전투(523)

비국은 다음과 같이 조정에 치계를 올렸다.

-비국이 아뢰기를 “정봉수와 장사준 등은 용골산성을 굳게 지켰습니다. 박서는 구성의 수비를 열었는데 오늘날 다시 보지 못할 줄을 어찌 알았겠습니까. 정봉수는 관직이 높지 아니하여 호령이 편치 못하니 특별히 당상으로 승직시킨 다음 본도 수령이 궐직될 때를 기다려 제수하소서. 장사준은 처음에 적의 협박을 받았다는 말이 있었으나 마침내 나라를 위하여 충성을 바쳤으니, 밝히기 어려운 죄를 가지고 현저한 공을 덮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자못 깊은 계책도 가지고 있었다 합니다. 곽산군수 안철을 개차하고 사준을 제수하되 우선은 본성에 머물러 있으면서 협력하여 성을 굳게 지키도록 하소서” 하니, 상이 이르기를 “아뢴 대로 하라. 장사준은 공을 세울 때까지 기다렸다가 관직을 제수해도 늦지 않으니 다시 참작하여 조처하라” 하였다.

(備局啓曰: “鄭鳳壽、張士俊等, 固守龍骨山城。朴犀開龜城之守, 安知不復見於今日乎, 鄭鳳壽官秩不尊, 號令難便, 特陞堂上, 本道守令待闕除授。張士俊始雖有爲賊所脅之說, 而終能爲國效忠, 不必以難明之罪, 掩其可見之功, 且聞頗有計慮, 請郭山郡守安澈改差, 以士俊除授, 姑令仍留本城, 同力固守” 上曰: “依啓。張士俊待其立功, 除職未晩, 更爲酌處” <태백산사고본 15책 15권 60장>

“아니, 장사준은 목이 달아난 자가 아니냐.”

전령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정충신이 펄쩍 뛰었다.

“죽은 자에게도 인두세가 붙잖습니까요. 노송엔 나무세, 과수댁엔 수절세, 장가 안간 놈에겐 총각세, 다리가 없는 놈에겐 외족세... 개판입니다요.”

한 군교가 냉소적으로 투덜대었다.

“사실은 비국에 장사준의 매부가 상급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비국에서 야료를 부린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만큼 나라는 부패해 있다는 것이다.

“부원수 나리, 조정 사대부는 부원수 나리도 꼬나보고 있다고 합니다요.”

“그건 무슨 말인가?”

“사람이 청렴해도 음해와 모략을 받습니다요. 적당히 부패해야 동료로 생각하는 이상한 풍토가 되었습니다요. 그러니 장사준같은 자가 나옵니다요.”

“쓸데없는 소리 말라.”

정충신은 귀를 씻고 싶었다. 청렴도 시기의 대상이 되는 세상이라니...분노가 일었다.

1627년 3월 17일, 후금의 왕자 호오거가 의주 창성 곽산에 주둔해있던 군대를 모아 검산산성을 포위했다. 양백기를 펄럭이는 것으로 보아 팔기군 중 한 부대를 편성한 것으로 보였다.

“저것들 깃발만 그렇지 별것 아니다. 기죽지 말고, 각자 자기 진지에서 명령에 따라 움직이라.”

정충신이 군사 배치를 완료하고 장수대에 올랐다. 1만여 명의 후군 병력이 바닥에 새까맣게 깔렸다. 그들은 조로 나누더니 공격을 시작했다. 적이 성벽 위 난간에 밧줄과 사다리를 걸고 기어오르고 있었다. 조선군은 후금군이 성벽에 접근할 때까지 사격 통제를 유지했다. 정충신이 청천벽력같이 큰 소리로 명령했다.

“궁수부대, 석전부대, 총포부대 모드 응전하라!”

성 아래와 성벽에 집중된 후금군 병력이 일제 사격을 받고 한꺼번에 굴러떨어졌다. 후금군은 몽골군을 앞세워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 남의 전쟁에 끌려온 외국군이 혼을 다할 리는 만무하다. 죽기가 싫어서 도망을 갔고, 빈 자리를 후금군이 메웠으나 정충신 부대의 짜임새있는 공격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묘시(오전 6시)에서부터 신시(申時:오후 4시)까지 다섯 차례 공성전을 벌였다. 후금군은 정충신 부대에 팔백명의 모가지가 달아났다.

“저놈들이 전세가 불리하니 군졸을 이끌고 산위로 올라가서 험준한 곳을 점거하고 공격해올 것이다. 수색대와 척후부대는 산 중턱에 매복해 칼과 창으로 섬멸하라.”

산에 숨어들어간 우리 군사들이 후금군 목을 따온 것이 100여 두나 되었다. 후금 군대가 어쩔 줄 모르고 허둥대었다. 이 틈을 노려 정충신이 소리쳤다.

“이때 계속 밀어붙여라. 우리는 군마가 부족하니 군마부터 확보하라.”

성안의 아군이 노도처럼 성밖으로 쏟아져나갔다. 겁먹은 후금군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무기도 내버리고 혼비백산했다. 아군은 후금군이 명나라 군대로부터 노획한 석거포(石車砲)와 홍이포(紅夷砲), 군마를 대량 수습했다. 말 그대로 천군만마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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