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으로 도전하는 것…그게 ‘진보’예요”
■뮤지션 ‘진보’ 6년만에 3집 앨범 발표
BTS 등 최정상 아이돌 히트곡 만들어
작사·작곡에 가수도…싱어송라이터
실험 추구하며 대중과 더 가까이 추구
국내 첫 ‘보고 만지는 음악전시회’도

BTS 등 최정상 아이돌 그룹의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진보(JINBO·본명 한주현)가 6년만에 자기 이름을 내걸고 ‘매 맞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가는 해’ 타이틀의 정규 앨범을 선보였다/수퍼프릭 레코드 제공

뮤지션 진보(JINBO·본명 한주현)는 작사와 작곡, 노래를 직접하는 싱어송 라이터이자 레퍼이고, 프로듀서다. 랩보다는 보컬, 보컬보다는 프로듀싱이 음악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방탄 소년단이 부른 ‘Anpanman’과 ‘Pied Piper’, 레드벨벳의 ‘봐’, 보아의 ‘U & I’, f(x)의 ‘All Night’ 등 국내 최정상 아이돌 그룹의 곡들을 직접 작사·작곡했다. 크러쉬의 ‘Friday야 ’, 샤이니 의 ‘닫아줘’, B Free의 It Ain’t Easy 등은 작사·작곡과 함께 프로듀싱을 했다. 세계적으로 히트한 방탄소년단 제이홉의 ‘치킨 누들 수프’ 뒤에도 프로듀서 진보가 있었다.

가수로도 무대에 서고 있다. 그의 노래들은 R&B·힙합 팬들에겐 ‘믿고 듣는’ 이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에겐 낯설다. ‘그쪽 세계’에선 견고한 존재감을 쌓아 올렸지만 대중 음악가로선 유명인이 아닌 셈이다.

이런 그가 오랜 공백을 깨고 최근 자기 이름을 내걸고 ‘매 맞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가는 해’ 타이틀의 정규 앨범을 선보였다. 지난해 12월 16일 중순 발매한 정규 3집 ‘돈트 싱크 투 머치’(DON‘T THINK TOO MUCH)로, 2013년 ‘판타지’(Fantasy) 이후 6년 만의 정규 앨범 발표다.

왜 이리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부담감이었다. 최근 남도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진보는 “그동안 제 팬들은 다른 사람 목소리로만 제 음악을 들어 왔는데, 저의 목소리로 듣고 싶다는 요청이 계속 있었다”며 “하지만 제가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아주 좋은 음반을 만들려고 욕심을 내다보니까 음악에 힘이 들어가서 부담감을 느껴서 오랜기간 앨범을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션 진보의 공연 모습./수퍼프릭 레코드 제공

앨범에는 10여년 전부터 작업한, 뚜렷한 개성의 열두 트랙이 담겼다. 힙합과 알앤비, 드럼앤베이스, 발라드, 블루스, 락 등 쟝르도 다양하다. 6년의 산고끝에 나온 앨범의 특징은 뭘까. 그는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표현했다.

진보는 “그동안 작업한 노래중에는 너무 앞서 간 음악도 있고, 팬들이 외면해 설 자리를 놓친 음악들도 있었다”면서 “이 중 저에게 다시 돌아온 곡도 있고, 기존의 곡들을 다시 가다듬어서 앨범을 모았다. 공포의 외인구단처럼 갈곳 없는 음악들을 다시 거둬들여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다보니 제 음악에 대한 다양성이 담겼다”면서 “제가 어떤 작업들을 해왔는 지도 살펴볼 수 있다. 그렇다고 과거의 것만 리메이크 하지 않았다. 새로운 실험을 하는 등 창작의 자유도 담아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실험에 대해선 미디어아트 거장인 백남준(1932∼2006)을 소환했다. 그는 “백남준은 새로운 실험정신인 담긴 예술로 기성 개념에 도전했다”면서 “앨범에는 ‘잊어버려’라는 곡이 있다. 이 곡은 초반 30초 동안 동굴 속에 있는 것처럼 소음으로 시작된다. 일반 대중에게는 상상하기 힘든 접근이다”고 밝혔다.

더 많은 대중과 함께 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해선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는 것처럼과 대중음악가는 대중과 호흡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눈을 감아도’ 라는 발라드 곡이 있다. 대중들과 더 가까이 하려고 만든 곡이다. 많이들 좋아하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뮤지션 진보가 동료들과 음반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수퍼프릭 레코드 제공

이런 맥락에서 진보는 색다른 방법으로 음반을 홍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지난달 17, 18일 서 성수동에서 새 앨범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연 것. 음악앨범 발표에 웬 전시회냐라는 궁금증에 ‘앨범 체험’으로 설명했다. 음악을 듣는 것에서 나아가, 읽고 보고 만지면서 경험할 수 있는 ‘음악 전시회’라는 것이다.

진보는 “미술 전시회에 가면 큐레이터가 작품 내용과 재료, 작품 배경 등을 설명한다. 음악에는 가사고 있고, 가사를 쓴 스토리가 있다. 스토리에 담긴 에피소드도 있다. 음악도 공연뿐 만 아니라 작품에 대 한 풍부한 설명과 해석, 관련 자료를 통해 관람객들이 음악 속으로 들어가 더 깊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진보는 전시회에서 방문자들이 가사 이야기를 잡지 형태로 풀어내거나, 벽에 설치된 MP3 플레이어로 설명을 읽으며 데모를 들을 수 있게 했다. 세미나를 통해 작업 후기를 나누면서 입체적으로 음악을 경험하게 했다. 이처럼 듣고 부르는 음악을 넘어 보고 만지는 체험 행사는 국내에선 처음이다.

예명을 왜 ‘진보’로 했을까.

“옛날부터 한국에서만 뭘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저라는 사람의 캐릭터에 제일 잘 맞는 뜻으로 진보를 골랐어요. 진보적이다 할 때 그 진보에요. Progressive….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꿈을 갖고 도전하고, 행동으로 실천하고, 또 꿈을 키워가려해요. 그게 진보입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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