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스카이큐브 늪에 빠지다
시의회·시민단체 외면속 의견수렴 ‘빈손’
자체 의견 만들어 일부 단체 설명회로 대체
“의견제시 기한 연장한 한 달 동안 뭐했나?”
 

스카이큐브 순천정원역./남도일보DB

순천시가 스카이큐브 늪에서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카이큐브 운영을 둘러싼 순천시와 포스코 자회사 ㈜에코트랜스 간의 분쟁조정에 나선 대한상사중재원으로부터 중재안에 대한 의견제시를 요구를 받은 순천시가 한 달 간의 기한 연장을 해 가며 의견수렴에 나섰다. 하지만 시의회와 시민단체로부터 외면당하고 상사원 중재안을 비밀에 붙이는데 급급하다가 결국 순천시가 의견서 제출 마감 시한인 20일 자체적으로 만든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민의견을 반영한다며 답변기일을 연장한 한 달 동안 순천시가 무엇을 했으며 답변기일 연장을 한 이유가 뭐냐”며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에코트랜스는 지난 5년간 투자 비용 분담금 67억원과 미래에 발생할 보상 수익 1천300억원 등 모두 1천367억원을 순천시에 요구하며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신청을 했다. 이에 맞서 순천시도 스카이 큐브 시설 철거 비용 200억원을 운영업체인 에코트랜스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서로 갈등을 빚어왔다.

이 같은 양 당사자간의 중재를 맡은 중재원은 현지 조사를 근거로 스카이 큐브 존치를 전제로 중재에 나섰다. 순천시의 철거안을 일축한 셈이어서 순천시가 불리한 입장에 처한 상황이다.

대한상사중재원이 지난 1월13일 최종 중재회의를 갖고 현행처럼 에코트랜스가 운영하는 제1안과 무상기부채납을 받은 순천시가 운영하는 2안을 제시한 상태다.

중재원은 이 같은 2개의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설 전날인 1월23일까지 의견을 내 줄 것을 순천시에 요구했다. 순천시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2월20일까지 의견 제출일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 한 달 여의 여유를 갖고 시민의견을 수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시민의 대표들이 모인 시의회가 집행부가 알아서 할 사안이라며 의견 제시에 난색을 표했고 시민단체들도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뭐라 말하기 부담스럽다며 소극적 입장을 취했다.

이 같이 순천시의 의견수렴은 벽에 부딪치자 자체 TF팀을 꾸려 의견서 작성에 나섰고 지난 19일에야 시민단체 대표 여섯명을 시청사로 불러 작성된 의견서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천시의 의견서를 받은 중재원은 당사자인 에코트랜스 측의 의견을 물어서 중재가 성립될 수도 있고 아니면 중재원이 2개월 이내인 4월20일 이내에 자체 판정을 내리게 된다. 이 판정은 항소할 수 없는 최종심이 된다.

이와관련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의견서 제출 마감일 하루 전 날에야 만나자고 해서 갔는데 의견 수렴의 자리이기 보다는 순천시의 의견서를 설명하는 자리에 불과했다”고 말하고 “만남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자리였다”고 꼬집었다.

시민단체 다른 관계자도 “지난해 순천시가 포스코를 비난하는 깃발전과 시민들에게 선동에 가까운 토론회를 잇따라 개최하면서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스카이큐브 기부채납을 받을지 여부도 시민에게 물어야 한다’고 했던 약속은 어디로 가고 여론수렴 절차도 없이 슬그머니 자체 안을 제시하며 설명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의견제시일을 한 달 연장과 관련, 총선을 앞둔 정치적 속셈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번 순천지역에 출마한 한 후보의 경우 당초 독소조항이라는 불리는 조항이 포함된 협약서를 만든 장본인이어서 총선일인 4월15일 이전에 중재원 판정이 내려지면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얘기다. 아무런 대책도 없으면서 의견 제시일 연장을 통해 중재든 판정이든 총선 이후에 내려지도록 유도한 셈이라는 볼멘소리다.

순천시 한 관계자는 “나름대로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으나 다소 어려운 점이 있었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동부취재본부/유홍철 기자 yh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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