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소 분리 의견묻는 질문에 말아껴

수사·기소 분리 의견묻는 질문에 말아껴
윤석열 검찰총장, 광주고검·지검 방문
검사·수사관 등 30여명과 비공개 간담회
‘윤 총장 환영’ vs ‘검찰 개혁 촉구’ 집회 열려
 

윤석열 ‘환영과 비판’
20일 오후 광주고등·지방검찰청 앞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방문을 환영하는 단체(오른쪽)와 윤 총장을 비판하는 단체(왼쪽)가 길 양 옆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20일 광주고검·지검을 방문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수사·기소 분리 방침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날 오후 2시5분께 도착한 윤 총장은 취재진이 청사 앞에서 본인을 환영·규탄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린 데 대한 견해를 묻자 즉답을 피했다. 15년 전 광주지검에서 근무했던 추억으로 답을 대신했다.

윤 총장은 “15년 전 딱 이맘때 이 자리에서 전출 행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제가 전출 검사 대표로 남은 분들께 인사하는데 광주서 2년 근무하며 정이 많이 들어서 그런지 말문이 나오지 않아 검사장님께서 박수로 마무리하게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데 청사나 주변 건물도 그대로여서 아주 반갑다. 나머지 이야기는 직원들과 나누겠다”며 청사로 향했다. 수사와 기소 판단 주체를 달리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이어진 질문에도 침묵했다.

윤 총장은 박성진 광주 고검장·문찬석 광주 지검장을 비롯해 일선 검사들과 직원들을 격려했다. 지난 13일 부산고검·부산지검에 이은 두 번째 일선 검찰청 격려 방문이다.

그는 검찰 간부들과 인사한 뒤 법원까지 도보로 이동해 황병하 광주고등법원장과 박병칠 광주지방법원장을 예방했다.

이동 과정에서 옛 전남도청 지킴이 활동을 했던 오월 어머니 5명이 윤 총장에게 면담을 요구하며 가벼운 충돌이 있었고 윤 총장 일행은 법원에서 나올 때 도보 대신 승용차를 이용해 100여m 떨어진 검찰청사로 돌아왔다.

오월 어머니들은 형사 재판 피고인인 전두환이 법정에 계속 나오지 않고 재판받는 점을 언급하며 “국가폭력 피해자로서 검찰 수장인 윤 총장에게 5·18에 대한 견해를 묻고 싶었을 뿐”이라면서 검찰청사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윤 총장은 1시간 30분 넘게 비공개로 직원 간담회를 한 뒤 오월 어머니들이 있는 정문이 아닌 다른 경로로 청사를 빠져나갔다.

간담회에는 부장검사·평검사·수사관·실무관 등 30여명이 참석했으며 공판중심주의에 따른 업무 방향과 수사관 복지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윤 총장 방문에 맞춰 검찰청 앞에는 윤 총장을 응원하거나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며 한때 마찰을 빚었다. 보수를 표방하는 단체인 자유연대 관계자 5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윤석열 총장 환영대회’를 열고 현 정부의 검찰 개혁 방침을 규탄했다. 맞은 편에서는 시민활동가와 주민 30여명이 오후 1시부터 검찰 개혁을 촉구하고 윤 총장 부인 김건희씨의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등을 규탄하는 집회를 했다.

광주지검은 “윤 총장이 행사 참석자들에게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민주주의를 위한 희생정신을 깊이 새겨 현안 사건 공판의 공소유지에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의 공판중심주의, 직접심리주의, 구두변론주의 강화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른 일관된 사법 개혁의 흐름과 최근 형사법 개정 방향에 맞게, 소추와 공소유지의 준비 과정인 수사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재판을 준비하는 업무로 검사실 업무를 과감하게 바꿔 나가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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