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뷰>극단 ‘춘풍’ 창단공연 ‘도시탈출’
생활이 곧 연극…아마추어들의 아름다운 도전
향수병 걸린 노인·평범한 사람들 일상 담아
전업주부·조각가 등 이색 출연자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 심어줘
독특한 에너지로 관객들과 소통

연극 ‘도시탈출’ 현장. /김재환 기자 kjh@namdonews.com

연기에 대한 열정하나로 전업주부, 조각가, 아나운서 등 다양한 전문·일반인들이 모여 연극 ‘도시탈출’ 무대를 꾸몄다. 이들이 만들어낸 시너지효과는 기존 전문극단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에너지로 관객들과 소통하며 공감을 이끌어냈다. 낮에는 각자의 삶터에서, 저녁은 극단의 연습실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은 이들의 노력으로 이뤄낸 아름다운 도전은 누구나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용기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22일(오후 5시)·23일(오후 3시) 광주광역시 동구 궁동예술극장에서 연극‘도시탈출’이 첫 무대에 올랐다.

광주생활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광주영화인협회가 주관하고 극단 춘풍, 광주생활연극예술협회의 주최로 이뤄진 이번 공연은 광주 첫 생활예술극단 ‘춘풍’의 창단 공연이다. 생활예술극단 춘풍은 연극에 꿈을 가진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나아가 지역 시민의 문화향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 때문에 단원들의 경력은 매우 이색적이다. 시낭송가, 조각가, 아나운서, 전업주부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잠시 연극의 꿈을 접어두었던 각 분야 전문·일반인들이 24살 여대생 막내부터 최고령 63세 할머니까지 폭넓게 구성을 이뤘다.
 

연극 ‘도시탈출’ 현장. /김재환 기자 kjh@namdonews.com

연극 도시탈출은 이들의 8개월에 거친 맹연습으로 탄생했다. 생업 때문에 각자의 삶터에서 일을 하다가 시간을 맞춰 연극을 해야 되는 만큼 어려움은 컸다.

이에 지난해 7~8월 대본리딩부터 이번 무대에 오를 때까지 하루 4~5시간 밤낮을 가리지 않은 연습 강행군을 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대부분 배역을 더블캐스팅하고 각 단원들이 모든 대본숙지를 했다. 피치 못한 사정으로 연습에 참여하지 못할 때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을 활용한 홍보 활동 펼치는 등 열정을 불태웠다.

연극은 지역 내 첫 생활예술극단 창립 공연인 만큼 지역문화예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를 증명하듯 코로나19바이러스 확산 우려에 따른 전국적인 비상시국임에도 불구하고 83석의 공연장은 만석을 채웠다.

도시탈출은 향수병에 걸린 노인 공영감을 중심으로 1시간 30분 동안 펼쳐졌다.

공영감은 아들 공달지가 비서로 일하는 집에 잠시 살러왔지만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좀처럼 그를 다시 고향으로 돌려보내주지 않는다. 시골을 그리워하는 공영감의 향수병은 깊어져만 가고 하루하루 동네 한 바퀴 돌며 무기력한 생활을 이어간다. 한편 공달지가 모시는 완구회사사장인 권사장은 딸아이의 맞선 문제로 부인인 방여사와 티격태격 하기 일쑤다. 좋은 곳에 어떻게든 시집을 보내야한다는 방여사와 아직 어려 때가 아니라는 권사장의 의견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딸 지숙은 어쩐지 알게 모르게 자신의 주변을 맴돌며 챙겨주는 다정한 공비서에게 마음이 이끌리면서 그들의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해져만 간다.

이처럼 고향을 그리워하는 공영감과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좌충우돌 일상 이야기를 담았다.
 

연극 ‘도시탈출’ 현장. /김재환 기자 kjh@namdonews.com

극단 춘풍은 기존 전문극단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에너지로 관객들과 소통하며 공감을 이끌어냈다. 물론 비전문 분야에 따른 미흡한 연기력은 다소 아쉬웠지만 생활예술극단의 첫 단추로는 훌륭히 무대를 마무리하며 향후 행보를 기대케 했다.

이날 극단이 펼친 연기는 단순한 한편의 연극은 아니었다. 꿈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 모여 만든 이 이야기는 예술은 전문가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바로 내가 만들 수 있고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김재환 기자 k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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