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고-아름다운 봄, 까맣게 타버리지 않도록
박청순(광주북부소방서 현장대응단장)

겨우내 초봄 같은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 봄비 같은 겨울비가 종종 내리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이맘때 꽃샘추위로 발을 동동 구르련만 스마트폰으로 미세먼지 농도부터 확인하는 게 어느덧 일상이 되었다.

어느덧 찾아온 봄, 하지만 봄소식이 마냥 즐거울 수 없는 건 바로 산불 때문이다. 봄이 일찍 시작되면서 기온이 빠르게 상승해 수분 증발량이 증가하고 봄철 토양이 건조해 작은 불씨에도 큰 산불이 발생 될 수 있다.

계절적으로 산불 발생빈도가 높은 봄철에는 전국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하고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불어 재산피해에만 그치지 않고 심각한 인명피해까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4월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은 2천832㏊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 고성산불은 수십, 수백년간 보존되고 가꿔 온 귀중한 산림과 자연을 순식간에 재로 변하게 했다.

산림청에서 분석한 최근 10년 평균 산불발생현황 분석결과 전체 발생 건수의 64%(77건), 피해면적의 89%(204㏊)가 봄철에 집중되었으며, 주요원인은 입산자 실화(36%)와 소각산불(27%)로 나타났다.

안타까운건 사람에 의한 산불원인이 다반사라는 점이다. 산에 담배꽁초를 버린다든가, 취사를 위해 불을 피운다든가, 농사를 짓기 위해 논밭두렁이나 쓰레기를 태우는 등 일상 속 한순간의 잘못이 산불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한번 발생한 산불은 초기진화에 실패하면 대책 없이 확산된다. 인원, 장비부족 등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 진화에 어려움이 따른다. 강풍과 야간산불의 경우 화재진압에서 산불 확산속도를 따라잡기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산불은 한번 발생하면 그 피해가 크고, 복구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비용·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산불은 대응에 앞서 예방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산불 원인의 대부분인 인위적 요인임을 감안할 때 예방을 위한 활동이 절실히 요구된다.

첫째 입산객들은 산불 예방을 위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산에서의 취사행위 및 화기취급, 흡연 등 산행객들의 방심과 부주의는 곧바로 산불로 이어질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둘째, 논밭두렁 태우기 및 폐기물 소각은 절대 금지해야 한다. 또한, 비닐이나 농사쓰레기와 같은 농업폐기물은 수거하여 처리하고 새해 농사를 위한 소각은 마을 단위로 특정일을 지정해 소방관서 신고 후 공동소각 해야 한다.

셋째, 주변 임야에서 연기 및 화염이 조금이라도 관찰되거나 산불이나 들불 화재로 의심되면 바로 소방서에 신고해야 한다. 신속한 신고는 우리 주변의 아름다운 산과 들을 지킬 수 있는 첫걸음이 된다.

마지막으로 이런 안전수칙을 나부터 지키고 주변 사람에게 확산시키는 자세이다. 행정기관 중심의 예방활동이 아닌 우리 스스로 주인의식과 모두가 화재감시자라는 공동체적 인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어느덧 만물이 움트는 경칩(驚蟄)이 코앞이다. 이번 봄철에는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고 고통받는 시민이 없기를 바라며 시민 모두가 산림지킴이가 돼 산불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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