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역병, 사회적 면역력을 기를 때…
김나윤 (광주광역시의원·변호사)

‘회의가 끝나고 악수를 한 후 공항으로 이동한다. 공항라운지에서 음료를 산 후 신용카드를 건네며 결제를 한다. 전염병에 걸린 승객과 함께 비행기를 타거나 세균이 있는 물건을 만진 후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사람 간의 접촉이 심각한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진다면?’ 이것은 영화 ‘컨테이젼’의 영화적 발상을 적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상황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이다.

작년 연말 중국 우한시 재래시장에서 발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코로나19’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에 의한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초기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기 전염병으로만 알려졌으나 2003년 유행했던 사스 및 2012년 유행했던 메르스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신종인 것으로 2020년 1월 7일 밝혀졌다. 2002년 중국 광둥성에서 발생한 사스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8천여 명의 감염자와 775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9.6%의 치사율을 보였고,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메르스는 1천599명의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574명이 사망하여 35.9%의 치사율을 보였다. 메르스는 2015년 한국에서도 집단적으로 유행하여 186명이 감염되고 38명이 사망한 바 있다.

코로나19는 2월 25일 기준 전 세계에서 8만224명(사망자 2천702명)의 감염자가 보고되었으며, 한국에서는 1월 20일 최초 감염자 확진 이후, 2월 26일까지 모두 1천146명(사망 11명)이 감염자로 확진되었다.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양한 방법으로 온 세계에 퍼져 말 그대로 안팎으로 난리가 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이미 천명이 넘게 확진자가 생겼으며 전국 1천27개의 음압병상도 한계에 도달했고, 격리치료 시설도 부족한 상황으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며,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2차 감염이 되는 등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이 추가로 감염되며 불안감은 더 가중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최대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고, 우리시도 감염병 관리팀을 필두로 이번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좋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하나 가짜뉴스를 생산하여 근거 없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등 경거망동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필자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감염병이라는 사회적 이슈로 인해 사회 구성원 서로간의 갈등과 반목이 커져간다는 것이다. 코로나 관련 인터넷 포탈의 기사 댓글을 보면 국가 및 지역, 특정종교, 기성세대 등을 대상으로 비방하고 조롱하는 글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영국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근대의 특징을 흔들리는 불안의 시대로 정의한 것처럼 ‘코로나19’라는 전염병에 의한 불안과 공포감이 커지며 서로를 질타하고 대책 없이 헐뜯기만 하는 혐오문화가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이다.

광주는 지금껏 함께하는 상생의 길을 걸어온 의로운 도시이다. 환자가 발생함에 배척하고 힐난하는 것보다 더불어 함께하는 정신을 발휘하여 조사에 협조하고 지원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줄 때라고 생각한다. 공급부족 사태로 인한 마스크대란이 생겼고, 저소득층의 마스크비용으로 방역양극화란 말도 나왔으나 익명의 기부가 생겼으며 미리 사둔 시민의 나눔이 시작되었다. 이처럼 암울한 시기일수록 더욱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과 서로를 배려하고 도우며 사는 사회적 화합과 유대감이 있어야 하고, 정부뿐만 아니라 개인, 시민 간 공동체의식을 높여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 화합과 배려의 상생문화를 사회적 면역력이라 말하고 싶다. ‘동의보감’에서는 질병과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세계가 하루 생활권인 현대시대에 메르스나 코로나19 같은 전염성 감염병은 언제 일어날 것인가? 라는 시기적 문제만 있을 뿐 사실상 예방은 거의 불가능 할 것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면역력을 미리 키워 놓는 것인데 개인 면역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면역력을 충분히 길러놨을 때 ‘팬더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단계의 역병이 발생해도 혐오로 인한 사회적 유대의 붕괴는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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