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546)

6부 3장 유흥치 난(546)

“싸움을 잘 항개 첨방군이 되었지라우.”

첨방군은 전라도 남해안 바닷가 마을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구성되었다. 임진왜란이 터지자 경상도가 대책없이 무너지고, 지방 관리들이 도망을 가고, 마을 사람들마저 피신을 해버리자 맞서 싸울 사람이 없었다.

전라좌수사 이순신이 이를 보고 구원병(救援兵)을 모았는데, 이때 보성 벌교 흥양 장흥 완도 해남 바닷가 주민들이 자원해 부대를 편성했다. 적과 대거리하면서 밀어붙이자 어느새 경상도 통영 고성 사천땅에 이르렀다.

수군으로서 경상도를 부방(赴防:다른 도의 군대가 해당 고을을 방어하기 위해 파견 근무를 수행하는 일)하는 전라도 군사들은 왜군이 내륙의 종심으로 들어가자 해당 지역 의병들과 합류하기도 하고, 권율 장만 최경회 김천일 부대에 편입되어 소탕작전에 나섰다.

용맹스럽고 실전 경험이 풍부한 첨방군은 압록강 남안 의주땅까지 진격했다. 어느날, 관군과 첨방군을 포함한 3백여 명과 청야입보 전술에 따라 성에 들어온 주민 수천 명이 합세해 적과 교전을 했을 때도 첨방군이 승전으로 이끌었다.

청야입보 전술이란, 적이 쳐들어올 것에 대비해 가용 물자를 산성으로 대피시켜놓고 마을에 남아있는 것이 없어 적이 지친 나머지 돌아갈 기미를 보일 때, 기습 공격해서 궤멸시키는 전법이다. 적이 마을에 들어오면 모든 물자는 산성으로 옮겨졌고 벌판에 불까지 놓아서 군마가 먹을 풀조차 없게 된다. 그래서 물러나려고 할 때쯤 후방을 교란하고 보급로를 차단해 패퇴시키는 것이다. 신두원이 말했다.

“우리는 주야간 구별없이 싸우지라우. 밤에는 성벽 위에 횃불을 밝혀 포와 활을 쏘고, 돌을 굴리지요. 횃불 속에서 움직이는 군사나 무기는 허벌나게 커보이지라우. 적이 혼비백산할만 하지요. 이때 지형에 익숙한 보병을 매복시킨 다음, 기병을 출격시켜서 한순간에 조사버리는 것이지요.”

그의 말을 막고 정충신이 물었다.

“왜 나를 찾았소?”

“우리는 싸움을 잘했지만 각 부대의 용병으로 활동하다 보니 제 밥그릇을 챙기지 못했지라우. 정충신 장수만은 우리들의 애로를 덜어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평상시에도 신화 같은 고향 어르신을 만나보고 싶었는디, 존경받는 인격자싱개 우리 일을 잘 해결해줄 것이라 믿었당개요.”

“나를 믿는다고?”

“아먼이라우. 행주성 싸움 때 만나볼라고 했디말로 다른 군사가 먼저 들어가있는 디다 촌각을 다투는 위중한 시간이어서 짬을 못냈지라우. 그란디 시방 요행히도 우리가 남하하던 중 정 장수를 조우하게 됐구만이요. 우리를 이끌어 주십시오.”

“내려올 때의 전선은 어땠소?”

“관서지방은 후금군과 명군이 돌아가면서 도륙을 하는디, 누가 우군이고 적군인지 모르겠습디다. 그래서 둘 다 보는 족족 조사부렀지요.”

“해주성 서쪽에 위치한 수어진에서 적병을 죽였던 것도 첨방군이던가?”

“그러제라우. 한 볼테기도 안됩디다.”

“그러나 그중에는 명군 소속으로 조정의 자제가 출전했다는 자도 있다던데...”

“고것을 어떻게 알겄습니까. 이것저것 따질 것없이 민가와 군기창에 불을 지르는 적병들을 한 순간에 포위해 아작을 내부렀지요.”

“명군이라면 외교문제가 대두될 수 있고, 거기에 명 조정 대신의 자제가 있었다면 더 문제가 될 수 있소.”

“모문룡 군대에다가 유흥치 군대까지 혼재되어 있으니 혼란스럽지라우. 이럴 때는 복잡한 생각할 것없이 확 밀어부러야지라우.”

“유흥치는 어디에 있소?”

“소인이 길잡이를 하겠소. 소인도 배를 잘 젓고, 출신 또한 수군이니 배를 몰겠소.”

“유흥치는 본국에서 배를 백 척을 끌고 오고, 모문룡 군대의 병선도 접수해서 지금 군선 300척을 보유하고 있소. 배에는 첨단 포신도 갖추고 있소. 우리로서는 중과부적이요. 싸움을 잘해도 숫자 앞에서는 무력해지지.”

“꾀를 부려야지요.”

정충신이 무겁게 머리를 끄덕였다.

“유흥치 그 자도 모문룡 못지 않지라우. 명군인지 후금군인지 간나구 짓만 한단 말입니다. 낮에는 아군, 밤에는 적병 짓을 한당개요.”

정충신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신두원마저 이렇게 알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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