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치료제 개발 눈앞 "환자와 가족들 고통 던다"
<나찬호 조선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
치료 쉽지 않을 뿐더러 치료후 관리 어려워
심할 경우 수면장애·우울증·대인기피까지
올 1월부터 아토피 환자 건강보험 급여 등재
여러 치료제 개발돼 글로벌 임상실험도 진행

치료가 어려울 뿐 아니라 치료후 관리도 쉽지 않아 환자는 물론 가족들까지 고통받았던 아토피 피부염의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환자와 가족들의 걱정이 줄어들 전망이다. 사진은 아토피 피부염 환자를 진찰하는 나찬호 조선대병원 피부과 교수. /조선대학교병원 제공
나찬호 조선대병원 피부과 교수.

아토피피부염은 일반 의사들 뿐만 아니라 피부과 의사들도 치료를 어려워하는 질환으로 꼽히다. 일단 치료가 쉽지 않고, 치료가 됐다 하더라도 잘 관리하지 못하면 금방 재발, 악화되기 때문이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이렇다. 먼저 아토피피부염의 원인이나 악화인자는 한 두 개가 아니다. 유전학적으로 피부장벽기능이 현저히 떨어져있거나, 선천적·후천적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특정 음식이나 꽃가루, 진드기와 같은 알레르기 항원에 취약한 성격을 갖고 있다. 또한 포도상 구균이나 단순포진 바이러스, 말라쎄지아 효모균 등 여러 가지 미생물 감염증에 과민성을 보인다.

아토피피부염은 생활양식이 서구화 된 국가들에서 특히 유병율이 높기 때문에 흔히 선진국 병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최소 소아 10%, 성인 3%의 환자들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계절적 영향도 매우 커서 땀이 많이 나는 여름이나 춥고 건조한 겨울, 환절기의 심한 일교차 등이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치료 및 관리에 어려움을 더하게 된다. 근래 들어서는 후생유전학적(epigenetics)으로 환경오염, 미세먼지 등의 환경적인 영향이 피부장벽 유전자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어 아토피피부염의 발생율을 높이고 있다는 보고도 많다.

중증도-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진물, 소양감, 홍반 등이 발생하여 수면장애, 우울증, 사회활동 기피 등의 부작용이 동반되며, 드물지만 자살충동이나 자살시도 등으로 이어지는 비극도 벌어지게 된다. 이러한 부작용들은 또한 환자의 육체적, 사회적, 정신적 요소에 악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 건강과 관련된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환자를 돌보는 부모나 형제, 가족들의 삶의 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단순히 환자 본인만의 문제가 아닌 가족구성원 모두에게 악영향을 주는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고, 궁극적으로 이 질환을 통제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적극적인 치료법이 더욱 절실해졌다.

최근까지의 아토피피부염 치료는 경증의 경우 보습제와 국소 스테로이드제, 칼시뉴린 억제제와 같은 국소 면역조절제를 도포하며, 중등도 이상의 아토피피부염의 경우 국소치료법에 경구 면역조절제를 추가로 복용하는 것이었으나 이 치료법들은 매일 연고를 도포하거나 약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순응도가 떨어지고 장기 사용에 따른 부작용의 위험성이 있어 온 것은 사실이다.

2018년 8월, 아토피피부염과 연관된 염증반응만 선택적으로 차단해 기존 치료제들보다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은 생물학적 제제인 듀필루맙(dupilumab)이 국내에 도입됐다. 필자는 운 좋게도 세계 최초로 듀필루맙의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보고한 Oregon Health & Science University(OHSU) 에서 연수를 해 이 약제의 우수성과 안정성을 직접 경험한 바 있다. 2주일 간격으로 1회씩 투여하는 이 약물은 빠르고 좋은 효과를 보이며, 건선이나 여러 류마티스 질환들에 쓰이는 생물학적 제제들에 비해 큰 부작용이 없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지만 1회 투약 시 100~110만원 정도로 환자 부담금액이 높은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2020년 1월 1일부터 중증의 아토피피부염 환자를 대상으로 건강보험 급여 등재돼 그 치료비가 1/3 수준인 40여만원 수준으로 경감됐다. 단, 건강보험 급여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이나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와 같은 전신 면역조절제를 3개월 이상 복용했음에도 치료가 잘 되지 않는 만 18세 이상의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경우에만 해당된다. 올 상반기 이내 만 12세 이상의 중증 아토피피부염 소아청소년 환자에게도 이 약제가 보험 적용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고, 향후 중증 아토피피부염의 경우 건선과 마찬가지로 산정특례질환으로 분류가 되어 국가적으로 관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듀필루맙을 필두로 여러 가지 생물학적 제제나 표적 전신치료제들이 아토피피부염의 치료제로 개발돼 많은 글로벌 임상시험들이 진행 중이거나 임상 허가를 눈앞에 두고 있어, 이러한 약제들이 앞으로 중증 난치성 아토피피부염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리/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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