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밥 먹여’ 줍니다!

김영숙<광주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 홍보담당관>

여느 때 같으면 4·15 총선 예비후보자들이 선거운동용 명함을 배부하고 길거리에서 유권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등 사전 선거운동 하느라 시끌벅적할 시기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지금이 선거철인지 느낄 수도 없을 정도로 한산하고 조용하기만 하다. 선거로 온통 시끄러울 때에도 무관심하고 시큰둥하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데 이제 이렇게 코로나19 이슈에 온 나라가 파묻히게 된 지금 선거는 더더욱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듯하다.

선거에 시큰둥한 사람들이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선거가 밥 먹여주나!’ 4년 또는 5년 마다 돌아오는 선거, 정당 마다 비슷한 공약, 새롭지도 않은 들어봄직한 정책들. 관심과 흥미가 떨어진 유권자들은 ‘선거가 밥 먹여주나!’라는 자조 섞인 푸념을 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선거는 ‘밥을 먹여준다’. 밥만 먹여주는 것 뿐 아니다. 밥(정책)도 먹여주고, 밥을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밥솥(정치구조)도 만들어주는 것이 선거다. 모든 국민은 밥을 만들 수 있는 쌀(정치적 요구)을 가지고 있다. 쌀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밥솥에 넣어 잘 익히지 않는다면 밥은 나올 수 없다. 마찬가지다. 국민 개개인의 정치적 요구가 선거라는 제도 안에서 투표로써 표출되지 않는다면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구조도 그 결과물인 정책도 ‘먹을 수 없는 쌀’에 지나지 않는다.

요즘처럼 SNS, 정치집회가 활발해진 사회에서도 선거는 여전히 중요하다. 각종 온라인 매체,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발달함에 따라 시민들의 정치적 관심과 이해가 높아졌다. 그러나 결국 그 관심과 이해의 최종 산물인 ‘정책’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그 정책을 만드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선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SNS나 온라인 매체 등이 특정 집단, 특히 젊은 층 위주로 소비되는 측면이 있는 반면, 선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행사하고 누릴 수 있다. 자칫 정치에 소외될 수도 있는 계층도 선거를 통해 공평하고 확실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

특히, 올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국가가 위기일 때 선거는 더욱 빛을 발해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선거인 제헌국회의원선거는 일제 침탈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1948년에 실시됐다. 선거인 명부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유권자가 직접 선거인 등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95.5%라는 투표율을 보였다. 국민의 힘으로 부활한 대통령 직선제로 실시된 1987년 제13대 대선도 89.2%의 유권자들이 선거에 임했다. 국가가 어려운 시기일수록 국민들이 힘을 모으는 우리 국민의 민족성이 선거를 통해 방점을 찍었던 것이다.

이번 4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처음으로 18세 국민들에게도 선거권이 확대되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는 첫 번째 선거이다. 18세 청소년도 정치적 판단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고, 사표방지와 유권자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 배분 방식을 변경하는 등의 제도가 개선되었다. 개정 취지를 살리고 법과 제도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더더욱 필요한 때이다. 선관위도 이에 발맞춰 확진자 등을 위한 거소투표 확대, 투표소 방역에 더욱 철저히 임할 예정이다.

3월 1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에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은 공중보건을 지키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방역하고 검사받는 시스템을 통해 우리는 잘 이겨나가고 있는 중이다. 어려울수록 민주주의가 답이다. 그 민주주의의 정점에 ‘선거’가 있음을 유권자 모두 잊지 않는 4월 15일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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