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고-꽃피는 봄철 산불로 지지 않게..

차성원 <광주 북부소방서 지방소방장>

꽃샘추위가 저물어가고 이제 꽃 피는 봄이 다가오고 있다. 봄은 따뜻한 날씨와 화창한 햇살로 우리의 기분을 들뜨게 한다. 등산객은 산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그러나 봄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일어나 몸살을 앓는 계절이기도 하다.

지난해 강원도 고성 및 동해안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로 3명의 인명피해와 566가구 1천200여명 이재민이 발생하였고 여의도 면적의 9배가 넘는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던 초대형 산불에서 알 수 있듯이 봄철에는 건조해진 날씨로 작은 불씨에도 큰불로 이어지기 쉽다.

최근 10년간 산불은 평균 440건이 발생해 산림 857㏊의 피해가 났다. 특히 봄철의 발생 건수는 281건(64%), 피해 면적은 583㏊(6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산불은 대부분 입산자 실화(34%·150건), 소각(30%·132건)으로 인해 발생했다. 요즘처럼 산을 찾는 등산객이 늘어날수록 산불이 일어날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만 지킨다면 충분히 산불을 예방할 수 있다. 산행 시 성냥이나 라이터 등 화기물 소지 금지이며, 지정된 장소가 아닌 곳에서는 취사ㆍ야영ㆍ모닥불 피우기, 흡연 등은 피해야 한다. 차 안에서는 창밖으로 담뱃불을 버리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던 논·밭두렁 태우기도 별다른 효과 없이 해충의 천적을 죽여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 한다는 사실을 언론에서 보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도 일부에서는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산불의 위험성은 여전한다.

각 지자체에서는 산림인근에서 농산폐기물 불법 소각으로 적발된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한다. 산불 예방을 위해서도 소각행위는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산행 중 산불을 발견했다면 119나 112, 산림부서 등으로 신고한다. 초기의 작은 산불은 나뭇가지 등으로 두드리거나 외투, 흙으로 덮어서 진화할 수 있다.

산불은 바람이 부는 쪽으로 확산된다. 따라서 대피할 땐 바람 방향을 감안해 불길 확산 진행 경로에서 벗어나며 화재 장소보다 낮은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불길에 휩싸일 경우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주의를 확인해 화세가 약한 곳으로 신속하게 대피한다. 대피 장소는 연료가 없는 지역, 도로, 바위 뒤 등으로 정한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경우 바람을 등지고 주변의 낙엽이나 나뭇가지를 치우도록 한다. 그 후 외투나 돗자리로 얼굴과 몸을 덮고 최대한 낮은 자세로 불길이 지나가길 기다려야 한다.

화마가 한번 산을 할퀴고 지나가면 그 상처를 치료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뿐 아니라 생태적ㆍ경제적으로도 피해가 엄청나다.

산불은 한번 발생하면 그 피해가 크고, 산림의 특성상 산불 발생이전의 상태로 복구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비용·노력이 필요하다. 즉 산불은 대응에 앞서 예방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어느 누군가에는 산이 삶의 터전이고 즐거움을 주는 소중한 존재다. 꽃이 지지 않는 봄을 만끽할 수 있도록 등산 시 내가 무심코 버린 불씨 하나가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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