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물 등재 광주고려인마을 문화예술유물
일제 한반도 침략 고발로 항일의식 고취
강제동원 조선노동자들 저항 담아
블라디보스토크 고려극장서 초연
고려인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후
타쉬겐트서 소련 당국 검열 딛고
수차례 무대 올라…개정본도 나와

<1>김해운 희곡 ‘동북선’

국가기록원은 올해 1월 광주고려인마을이 소장한 유물 2만여점 중 고려인 유명작가나 문화예술인들이 남긴 소설, 희곡, 가요필사본 등 육필원고 21권과 고려극장 80여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사진첩 2권 등 총 23권을 국가 기록물로 등재했다. 고려인마을기록물은 유진오의 제헌헌법 초고(제1호), 이승만 대통령 기록물(제3호), 조선말 큰사전 편찬 원고(제4호), 도산 안창호 관련 미주 국민회 기록물(제5호), 3·1운동 관련 독립선언서류(제12호) 등에 이은 제13호 국가지정기록물이다.

이에 남도일보는 광주고려인마을을 방문객들의 이해를 돕고, 고려인 선조들의 항일독립운동 정신을 기리기 위해 국가기록원 등재 유물 23편을 연속보도로 소개한다.
 

국가지정기록물 제13호로 지정된 23권 중 제1권인 김해운 희곡 ‘동북선’(초판) 표지./광주고려인마을 제공

<1>김해운의 희곡 ‘동북선’

국가지정물 제13호로 등재된 광주고려인마을 문화유물 23권 중 두 권은 김해운(1909-1981)이 지은 희곡 동북선 초판본과 개정판이다. 극작가이자 배우, 연출가로 활동한 김해운은 소련 블라디보스토크의 고려극장 역사상 가장 탁월했던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가 쓴 희곡 8편이 국가지정물 13호에 등재될 정도다.

그는 1932년 한민족 최초의 우리말 전문연극극장인 고려극장(블라디보스톡)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1939년에는 중앙아시아 타쉬켄트 조선극장 설립을 주도했으며 1950년에는 사할린으로 건너가 사할린 조선극장을 크게 중흥시켰다.

국가지정기록물 제13호. 23-2권. 김해운 희곡 ‘동북선개정본’ 일부./광주고려인마을 제공

1935년은 재소고려인 연극사에서 봄꽃이 만개한 해였다. 이 시기에 배우들의 연기력은 전문적인 수준으로 향상되었고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하고 수준 높은 희곡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시기에 나온 희곡 ‘동북선’은 일제의 한반도 수탈과 학정을 고발한 전형적인 반일, 항일의식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한반도를 강탈한 일제는 1920년대에 만주와 시베리아 침략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청진에서 웅기까지 철도를 부설한다. 이 과정에서 조선노동자들이 대거 동원돼 가혹하게 혹사당했다. 동북선은 이렇게 동원된 조선 노동자들이 일제의 수탈과 학정에 맞서 격렬하게 저항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연극으로 고려극장에 올려진 동북선은 관객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켜 중앙아시아는 물론 사할린 조선극장에서까지 수차례 공연됐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이후 동북선이 무대에 오르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고려인 전체가 적성민족으로 낙인찍혀 강제이주 된 만큼 고려인 무대예술에도 많은 제약이 뒤따랐다.
 

국가지정기록물 제13호. 김해운 희곡 ‘동북선’ 개정본 표지./광주고려인마을 제공

특히 동북선처럼 정치사회적 현상을 다룬 작품은 검열기관의 철저한 검열을 받고서야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몇 차례 공연을 거친 뒤에는 내용에도 상당한 수정이 가해져야 했다. 타쉬켄트 조선극장에서는 1935년본 원본 동북선이 1939년 9월 말에 원고검열을 마치고 다시 무대에 올랐다. 그후 내용이 일부 수정된 동북선(개정본)은 1945년 8월 한반도가 해방을 맞이한 뒤에 완성돼 관객들과 만났다. 개정된 동북선은 1952년 봄 사할린 조선극장에서도 공연됐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김병학 시인은

광주고려인마을 문화 유물들이 국가기록물로 등재되기까지는 김병학 시인의 숨은 희생과 노력이 컸다. 전남 신안출신으로 전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김병학 시인은 1992년 카자흐스탄으로 건너가 우스토베 광주한글학교 교사, 알마티고려천산한글학교장, 알마티국립대학교 한국어과 강사, 재소 고려인한글신문 고려일보 기자, 카작 한국문화센터 소장 등으로 일하며 고려인선조들의 유물을 수집해 2016년 귀국했다.

현재 국내 귀환 고려인동포들의 가녀린 삶을 안아주기 위해 광주고려인마을에서 고려인역사유물전시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가 펴낸 책으로는 ‘천산에 올라’, ‘광야에서 부르는 노래’ 등 다수의 시집 과 번역서 등이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이 즐겨 부르는 ’고려아리랑‘의 작사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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