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봉사로 키운 꿈 간호조무사로 이룬다

남도 무지개프로젝트 시즌2-빛으로 나아가는 이주민들
<6>몽골 이주결혼여성 푸제씨
의료 봉사로 키운 꿈 간호조무사로 이룬다
이주 초기 한국어교실·독학 병행
간호조무사·컴퓨터 자격증 취득
이주민 위해 밤낮으로 의료봉사도
“대학 졸업 후 간호사 꿈 펼치고파”

지난 2017년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한 푸제씨는 전남대학교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하고 있다. /푸제씨 제공

“이주민들이 살기 좋은 한국 사회가 된다면 저는 또 봉사하고 나누며 살 겁니다…”

최근 전화 인터뷰에 응한 몽골 이주결혼여성 푸제(36·여)씨는 서툴지만 자신의 신념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 지난 2007년 몽골에서 라디오·TV 관련 방송대학에 다니며 언론계 종사자를 꿈꿨던 그는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인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현 남편을 만나게 됐다. 그는 한류 문화에 대한 동경과 사랑의 결실을 맺기 위해 대학 졸업도 고사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가 한국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이유는 간단한 이유에서였다. 일찍이 고국에서부터 타지에서 지내는 이주민들 형제, 자매들의 실상을 알았기에 그들에게 베풀며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주 초기 그는 타지 생활에 대한 두려움과 어려움은 크지 않았다. 서툰 한국어 탓으로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 시 답답함은 느끼며 애를 먹기도 했지만 한국인과 유사한 피부색과 생김새로 인해 차별을 받은 경험은 없었다. 같은 아시아계 민족이라 식습관과 문화도 엇비슷해 그는 이주 초기 다른 이주민들보다 한국 사회에 수월하게 적응했다. 다만 이주 초기엔 몽골로 항공편이 적고, 비행기 푯값도 비싸 3, 4년마다 고국을 갈 수 있어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밤을 지새우곤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자신보다 더 가혹하게 한국 생활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주민들을 떠올렸고, 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한 역량을 키워나가는 데 집중했다.

먼저 그는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한국어 교실에 다녔다. 세계 각국의 이주민들과 한데 어우러지면서 그들에 대한 고충과 힘든 점을 들었고,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심했다.

대부분의 이주민은 다른 언어 체계로 한국어 학습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알았고, 그는 이주민들의 의사소통을 돕는 통역사가 되겠다는 꿈을 꿨다.

1주일에 5번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한국어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에 매진했고, 밤에는 통역사로 근무하기 위한 각종 교육을 이수했다. 고급 어휘를 구사하며 이주민들의 해묵은 답답함을 풀어주기 위해 개인 한국어 교습까지 받았다.

밤낮으로 학구열을 불태운 결과 그는 1년 만에 한국어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단계인 토픽 4급을 취득했고, 문서 작성을 위한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비롯해 운전면허증 등 한국에서 취업에 필요하다고 알려진 각종 자격증을 섭렵했다.
 

이런 역량을 바탕으로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전남 화순에 있는 전남대학교 병원에서 몽골어-한국어 통역 의료봉사를 했다. 몸이 불편하지만 서툰 한국어 실력으로 정확한 진료를 받기 어려운 이주민들을 위해 하루 6시간 넘게 일을 하기도 했다. 의료 봉사를 하면서 언론계 종사자라는 꿈 대신 의료업계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꿈도 꿨다. 한국인 의료진과 이주민 사이에 통역사라는 중간 매개체에서 본인이 직접 이주민을 진료하며 보살피고 싶었기 때문에서다. 낮에는 의료 봉사를 하고, 밤에는 틈틈이 독학을 했다. 주말에는 주중에 밀린 공부와 실습 교육을 병행했다. 그로부터 1년 뒤 한국인도 단번에 합격하기 어렵다는 간호조무사자격증을 단번에 취득했다. 그는 간호조무사 자격증 공부를 하던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힘들지만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꼽았다.

그는 “수험생 아닌 수험생 시절 이른 오전부터 밤까지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에 전념했다”며 “일, 육아, 봉사, 공부 등으로 바쁜 삶을 살다 보니 1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건강도 나빠지고 힘든 순간이 여럿 있었지만 꿈을 펼칠 수 있다는 생각에 한편으론 보람차기도 했다”고 말했다.

더 큰 꿈으로 나아가기 위해 2년간 진행했던 통역 의료봉사는 뒤로, 동구 학동 전남대학교 병원에 간호조무사로 취업했다.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이주민들을 보게 되면 자발적으로 통역 서비스도 진행하는 등 그는 이주민 인권을 위해 자신의 역할이 늘었다는 것에 뿌듯하다고 전했다.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대학교에 진학해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간호사가 돼 의료 봉사에 매진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도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시간상으로 여유가 된다면 몽골 전통 음식과 춤, 문화 등을 소개하는 자그마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몽골이라는 나라가 한국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이유에서다.
 

몽골 이주결혼여성 푸제씨는 이주민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서는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지원 프로그램들의 홍보가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주여성과 다문화 가정 등을 비롯한 많은 이주민이 한국 사회에 융화되기 위해 본인들의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은 어려운 형편에서 오로지 본인들의 사비로 힘든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 구청과 복지기관 등에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다른 이주민들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정보의 소외로 인해 지원이 절실한 이들이 혜택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들 모두 피부색과 문화, 다른 언어를 사용했던 사람들이지만 지금은 한국 사회 구성원이다”면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이주민들에게 작은 격려나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해주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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