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청 신규 공무원들이 상사에게 갑질 피해를 당했다며 여수시 감사실에 제출한 고충 경위서/사진=남도일보 동부취재본부
권오봉 여수시장은 왜 갑질 공무원을 감싸나

갑질 파문에 ‘인권의식 부재’ 비판 확산

여수시의회 “시장 진심으로 사과해야”

사회적 파문 커지자 뒷북 감사 지시



권오봉 여수시장이 팀장급 공무원의 직장 내 갑질 사건이 최초 공론화되면서 내부 제보자 색출을 지시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다가 보름이 지나서야 뒷북 감사에 나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여수시는 갑질 팀장급 공무원을 징계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 ‘경고’하는 등 가해자를 감싸는 행보를 계속하면서 그 배경에 여러 뒷말을 낳고 있다.

25일 여수시에 따르면 사서직인 배모(50)팀장은 최근 새로 임용된 공무원 5명 등 부하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을 일삼고 술자리를 강요한 것이 문제가 돼 ‘서면경고’ 처분을 받았다.

여수시청공무원노조는 봐주기에 불과하다며 최근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에 갑질 고충 민원을 제기했다. 갑질 피해를 입은 직원들은 모두 12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직원 가운데 한 여직원은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20일 자로 사직했다.

갑질 논란과 관련해 여수시의회도 여수시의 대응을 비판하고 나섰다. 주종섭 의원은 전날 열린 제199회 임시회 1차 본회의 10분 발언을 통해 “최근 여수시 새내기 여성 공무원이 술자리 강요와 욕설 폭언 등 갑질 횡포에 시달리다 사직한 사건은 ‘헬 여수’라는 잊혀진 단어를 불러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권오봉 시장이) 이런 사실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와 만나는 것을 문제 삼는 행위는 언론탄압이다”며 “여수시공무원노조가 갑질 피해 고충 민원 경위서 제출자가 당초 5명이 아니라 기존 직원 포함해 모두 12명이라고 밝혔는데,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청년의 희망을 꺾어버리는, 언론을 탄압하고 공무원들을 불이익 주겠다고 했다는 이야기가 나도는 것은 지역사회 공동체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여수시는 응당 청년들에게 사과하고 그들이 당당히 지역사회 공동체 일원으로 설 수 있도록 이끌어 줘야한다”고 지적했다.

여수시의 인권의식 부재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고용진 의원은 “이번 일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하는 책임이 있는 여수시가 누군가의 인권적 생명을 죽이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건보다 여수시의 태도가 더 큰 문제”라며 “시의 대응은 그들의 아픔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대수롭게 넘겼고, 일벌백계도, 엄중한 경고, 사후대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참다못해 신고했는데도 갑질을 한 상사에 대해 가벼운 처벌을 했다”며 “피해자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겠냐. 결과적으로 한 사람의 공직자의 꿈을 접게 한 것은 여수시의 안일한 태도다”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권오봉 시장을 겨냥해 “만약 그 공직자가 시장의 자녀라면 어떻게 했겠냐”면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했지만 여수시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한사람 공직자, 청년의 꿈을 짓밟아 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여수시 조직 전체의 인권의식 문제”라며 “그 책임은 시장이 져야하고, 지금이라도 시장은 피해자들에게 진솔하게 사과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권오봉 시장이 간부회의에서 최초 보도한 언론사와 접촉한 공무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과 관련해서도 “언론사 CMS 납부 현황 조사 방식도 인권차원에서 보면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며 “언론에 불만이 있다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지 공직자 개인들의 판단과 행위를 조종하고 통제하는 방식은 여수시 인권수준을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거듭 비판했다.

고 의원은 여수시에 ▲인권사고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교육 ▲피해자에 대한 심리 상담과 치료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인권보장위원회의 설치와 실질적인 권한 부여 등의 반영을 요구했다.

한편 권 시장은 이날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당부서를 중심으로 직원들 사이의 갈등 해소 방안이나 제도 개선에 중점을 두고 감사를 할 것”이라며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청 전체에 걸쳐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 시장은 기자간담회도 이번 갑질 파문을 보도하고 공론화 한 일부 언론사는 제외한 것으로 알려져 너무 옹졸한 시장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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