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임성화(청년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살림 팀장)

우리에게 봄이 왔는가? 다시, 그날은 봄이었던가.

대한민국이 자주독립국가임을 세계만국에 천명한 2019년의 3월이 100여년을 굽이굽이 건너왔다. 문득, 기미년 1919년 3월 그날의 풍경은 어떠하였을까. 흔히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고 하는데, 그렇다 손치더라도 살아가는 ‘나와 우리’는 이기적으로 변했고, 그렇게 변한 우리가 살아가는 ‘강산’은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2019년 12월말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가 전 세계를 빠른 속도로 강타하고 있고, 모두가 기다리고 또 고대하였던 우리의 봄은 가로막혀버렸다.

여기저기 연두 빛 물오름이 한창이고, 애써 움켜쥔듯한 꽃봉오리 봄빛에 홀리듯 여기저기 터져나와있건만, 코로나19로 보고 싶은 꽃도, 꽃을 핑계로 만나고 싶은 소중한 친구, 사랑하는 가족도 사회적인 거리 두기로 정 쌓기도 영 어색해져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의 골치 아픈 특징 중 하나인 무증상 감염 사례가 우리나라의 경우 20%에 이른다고 하니 자칫하면 가깝고 사랑하는 직장, 가족, 이웃에게 의도하지 않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가해자 내지 피의자’가 되진 않을까 우리의 일상이 노심초사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사회적, 국가적으로 경계를 넘나드는 ‘초연결(hyper-connected)’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러한 전염병은 너무나 가혹하고, 그 충격과 여파가 적지않다.

12월 말 시작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020년 3월 25일 오후 기준, 42만8405명, 이 가운데 사망자 수는 1만9120명, 회복자 수는 10만9926명이며, 최근 미국, 유럽에서 환자가 폭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청정국가인 스위스마저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돌파해 1만171명을 기록, 누적 사망자 수는 135명에 이른다고 한다. ‘연결된 우리’가 겪는 우리 모두의 고통이 되버린 셈이다.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뿐만 아니라, 과거 수많은 ‘신종 바이러스’의 위협에 시달려왔다. 사스(SARS), 에볼라(Ebola), 메르스(MERS) 등 바이러스 질병 확산의 흐름을 쫓다 보면 포유류 중 유일하게 비행할 수 있는 박쥐를 만나게 된다.

인류 문명이 ‘무분별하게’ 발전하고 숲을 포함한 자연이 사람과 공존이 아닌, 정복되면서 인간과 박쥐의 생활 영역이 더욱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까닭에 박쥐가 갖고 있는 바이러스 중 인간에게도 전염가능한 인수공통 바이러스(zoonotic virus) 61종은 과거보다 더 쉽게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다.

실제로, 스페인과 영국, 독일, 노르웨이, 일본,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가들의 연구진들은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전파되자 공동 연구를 수행했다. 그리고 박쥐 바이러스의 전파가 인간의 산림파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한다. 연구진은 박쥐가 서식하는 숲(자연)을 보전하는 것이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지적한다.

겨울같지 않은 겨울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가버렸다.

올 겨울 내가 사는 광주에 눈답게 평펑 눈 내린 날은 고작 하루였다. 올해 다섯 살이 된 막내아이가 차가운 ‘눈’을 만지며 ‘겨울’이라는 계절을 만나는 시간은 그렇게 속절없이 허무맹랑하게 끝나버렸다. 불현듯 찾아온 2020년 3월의 따순 봄 햇살과 노란 개나리가 안반가운 것은 아니지만, 미처 작별할 새도 없이 떠나보낸 ‘겨울’이 영 마음에 걸린다. 나의 욕심과 무분별한 우리의 욕망에 흔적도 없이 녹아버린 ‘울라프’를 우리는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인가.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제어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해지는 것을 막는 마지막 기회, 2020년 바로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꼬물꼬물한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누빌 들에는 겨울엔 제법 눈이 쌓이고, 봄에는 벚꽃이 눈꽃처럼 여기저기 흩날렸으면 좋겠다. 그 세상은 ‘신종’으로 시작되는 바이러스 이름을 알 필요도 없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요할 필요가 없어 그리운 사람 마음껏 만나 부둥켜안고 입맞춤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빼앗긴 들’을 찾자. 모두가 맞이할 따뜻한 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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