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된 비례대표제, 그래도 차선책을 찾자!
최영태(전남대 명예교수·역사학)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

우리나라 소선거구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표를 많이 발생시켜 민의를 왜곡시킨다는 점이다. 게다가 제왕적 대통령제와 결합하여 극단적인 대결주의까지 부추겼다. 민주개혁진영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독일식 연동형 비례제에 주목하였다. 지난해 말 채택한 선거법은 이런 배경 아래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강남의 귤(유자)이 강북에 가면 탱자가 되어버린다”라는 중국의 고사처럼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엉뚱하게 위성정당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버렸다.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앞장섰던 정의당과 민생당 등 소수정당들은 지난 4년 전 선거 때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놓여버렸다. 일부 인사들은 이 기막힌 현실을 개탄하면서 위성정당을 코로나 역병에 이은 또 하나의 역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위성정당이라는 역병의 발원지는 두말할 것도 없이 (미래)통합당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은 분명 정당 방어적 치원에서 도모되었고 그런 점에서 그 행위를 통합당의 위성정당과 똑같이 비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결과적 측면에서 보면 양 당의 행위는 거의 똑같다. 아니 어떤 측면에서는 민주당이 통합당보다 더 나쁜 행위를 저질렀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위성정당들의 최대 피해자는 민주당의 우군 역할을 한 정의당과 민생당 등 민주개혁진영 정당들이기 때문이다.

통합당의 반민주적·반역사적 성격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코로나 19’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처방식에 전 세계적 찬사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19’ 대처에 실패했다고 강변하며 온갖 저주를 퍼붓는 그들의 행태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럼 민주당은 이 불량한 통합당의 행태에 어떻게 대처해야 옳은가? 이번 위성정당 창당처럼 “친구 따라 강남 가는” 행위가 계속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인들에게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강조했다. 그가 말한 서생적 문제의식의 측면에서 보면 통합당이든 민주당이든 위성정당을 만든 행위는 정치권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과 신의를 저버린 행위이다.

지지자들도 이런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노”라고 말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이 통합당과는 질적으로 다른 좋은 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다. 선거법 개정을 주도한 민주당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이 사태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하고 조속히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통합당은 위성 정당인 자유한국당과 결합하여 원내 제1당을 노리고 있다. 과거의 예에 따르면 선거 막판에는 진보 대 보수진영의 지지율이 대부분 막상막하의 모습을 보였다. 진보진영이 지금 시점의 여론조사 결과에 결코 만족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통합당에 과반을 빼기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충분히 상상하고도 남는다. 선거법 보완도,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도, 남북문제도, 지역 문제도 엉망진창이 되고 말 것이다.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정치에 희망을 갖게 되려면 민주개혁진영이 과반의석은 물론이요, 더 나아가 가능하면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킬 의석 즉 180석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민주진영은 위성 정당 문제로 틀어진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일단 휴전을 해야 한다. 지역구 선거의 경우 호남을 제외한 모든 선거구, 특히 수도권에서 연대해야 한다.

연대가 이루어지면 최대 수혜자는 민주당이 될 것이다. 그러나 민주진영이 비례투표에서 정의당, 민생당, 민중당, 녹색당 등 소수정당 지지운동을 전개하면 소수정당에도 충분히 보상이 주어질 것이다. 진보정당의 육성 필요성, 국회에서 소수세력의 대변 필요성, 양당제의 폐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한 세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운동을 펼쳐도 소수정당에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들, 혹은 민주당의 열성 지지자들은 민주당의 위성정당에 투표할 것이다. 즉 소수정당 지지운동을 해도 민주당은 비례제에서 자신들이 처음 목표로 한 의석을 충분히 찾아갈 수 있다.

따라서 최종 결과는 민주당과 소수정당들의 윈윈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 운동이 제대로만 된다면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도 상당 부분 되살릴 수 있다. 필자는 이게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조한 “상인적 현실감각’이라고 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변질된 비례대표제하에서도 차선책을 찾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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