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고-가족사랑 실천 ‘소방통로 확보로부터

박종근(광주 남부소방서 119재난대응단장)

경자년 새해가 시작돼 희망찬 신년 계획을 세우고 새해 다짐을 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3월이 지나간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온 나라의 안전이 위협 당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바람 속에 스며든 따뜻한 기운과 들판에서 이름 없이 피어난 새싹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춘하추동(春夏秋冬)의 첫 번째 계절인 봄이 왔음을 알린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봄을 맞아 많은 이들이 마음만은 들떠보이지만, 우리 소방공무원들의 마음은 아직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같다. 춘래불사춘이라는 성어는 봄이 왔건만 봄 같지가 않다는 뜻으로, 꽃피는 춘삼월이 왔지만 아직도 상황이나 마음은 겨울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근래 소방 통로 확보 훈련과 부단한 홍보에도 불구하고 불법 주차와 이중 주차로 인해 화재 현장 진입 및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법 주정차를 근절하기 위하여 지난해 6월 100일 동안 4대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를 시행한 결과 광주·전남 1만5천724건을 포함해 전국 20만139건의 주민신고가 접수됐을 정도다.

화재 시 소방 차량 출동이 지연돼 5분 이상 경과될 시 화재의 연소 확산 속도와 피해 면적이 급격히 증가하고 연소 확대로 인해 인접 건물까지 불이 옮겨붙어 해당 지역 전체가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된다.

고층아파트 등 공동주택에는 황색 선으로 소방차 전용주차공간으로 표시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화재 발생 및 응급환자 발생 시 원활한 소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지만 주차 공간 부족으로 이중 주차를 함으로써 소방 통로가 확보되지 않아 진입조차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도로 2차선의 갓길이나 골목 등에서의 불법 주차도 마찬가지다.

이런 주차는 통행하는 사람이 불편함은 물론 차량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의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화재 시 소방차량의 신속한 출동을 저해하고 응급차량의 출동을 방해해 늦어진 병원이송으로 응급환자가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 등 구급활동에도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무질서한 주ㆍ정차 차량으로 소방통로가 확보되지 않아 자기 집이나 이웃집에 소방차가 제때 화재 현장에 도착하지 못했을 경우를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았는가. 실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전불감증(安全不感症)은 우리 가족은 물론 이웃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말 것이다. 잠깐의 불편을 감수하고 소방통로를 확보해 주는 것이 바로 내 가족을 보호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우리 한사람, 한사람의 양보 의식과 시민 의식이 개인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형 화재로의 확산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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