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선거, TV 토론회가 답이다
김 덕모(호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21대 국회의원 선거 공식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됐다. 거리 이곳 저곳에 각 정당의 홍보용 현수막이 내걸리고 후보자를 알리는 벽보가 부착되었다. ‘코로나 19’라는 국가적 비상시국 탓에 나라 일을 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이지만 여느 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는 참 조용한 가운데 치러지는 것 같다. 비대면 접촉과 물리적 거리두기 캠페인 탓에 후보자와 유권자들의 접촉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자신이 사는 지역구에 어떤 후보자들이 입후보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후보자들도 조심스럽게 선거운동을 하다 보니 애써 만든 로고송 가두방송도 확성기를 동원한 가두연설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후보자에 관한 정보를 얻는 창구가 제한적인 언론 보도와 페이스북이나 카톡과 같은 SNS 매체들이 보내오는 단편적 메시지들로 한정되어 있다. 후보자들의 인물됨이나 정책 공약 등을 면면을 따져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다. 까딱하다가는 묻지마 투표가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호남은 전략적 투표라는 미명하에 특정당 편향의 투표행태가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자칫 그동안 키워 논 호남의 인물들이 소실되는 것을 안타가워 하는 목소리들도 여기 저기 들려온다. 지난 1일 윤종채 남도일보 주필의 “오만한 민주당 초선이냐, 무기력한 민생당 다선이냐” 제하의 칼럼에서도 이런 문제가 제기됐다. 어제 남도일보에 보도된 광주 서구을, 북구갑, 북구을 여론조사 보도는 이러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 세 곳 모두 현역인 민생당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격전지의 여론조사 결과가 주목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들은 대통령의 국정 뒷받침을 위해 민주당을 지지해야한다는 시민 여론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되지만 선거운동다운 선거운동 부재로 자칫 깜깜이 선거 속에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국민당 싹쓸이가 이번에는 민주당 일색으로 재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선거 결과야 민심이 결정한다고 하지만 21대 총선이라는 시장에 나온 후보자라는 상품에 대해 최소한의 정보라도 알아야 하고 알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이치이다.

시장에서 가족들이 먹을 과일 하나를 살 때도 가격도 물어보고 빛깔도 살피고 품질도 따져 보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하물며 나를 대신해 엄청난 세비를 받으며 법을 만들고 나라 일을 해야 할 국회의원을 뽑는데 최소한의 정보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코로나 19’ 팬더믹이라는 특수한 비상상황에서 치러지는 ‘4.15총선’에서 유력 후보자들을 함께 비교해 볼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가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후보자 초청 토론회나 언론사 초청 토론회라고 하겠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법정선거운동기간 중에 각 선거구별로 국회의원 의석 수 5석이상이거나 지난 선거에서 전국 득표 3%이상 득표 정당후보자나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5%이상을 얻거나 최근 4년 이내 해당선거구 선거에서 10%이상을 득표한 후보자를 초청하여 TV토론회를 개최하게 된다. ‘코로나 19’ 확산방지를 위한 거리두기 모임자제로 인해 유권자와의 대면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 TV토론회가 가장 효과적인 선거운동이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유력후보자들도 어느 때 보다도 TV토론회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만 18세이상 투표권 부여로 이번에 처음투표에 참여하게 되는 청소년들도 TV 토론회를 통해 후보자들을 꼼꼼히 따져보고 당당하게 주권을 행사하기를 바란다.

의원 꿔주기를 통한 꼼수 정당, 제1당과 2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 등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취지가 퇴색하고 1당과 2당이 공석인 가운데 비례대표 정당이 35개나 되어 20년 만에 다시 수개표를 하는 상황이지만 인물을 꼭 따져보고 투표하는 선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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