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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559)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559)

6부 3장 유흥치 난(559)

유흥치가 가도에 들어온 것은 후금을 경계하자는 뜻이라는 것은 말짱 거짓말이었다. 그는 후금과 화약을 맺은 사람이다. 명 조정에서도 모문룡 못지않게 그를 의심하고 있었다. 명은 환관들의 모함으로 요동순무 원숭환을 처형해버린 후유증을 앓고 있었는데, 그중 원숭환의 요동 부하들이 들썩이고 있었다.

정충신은 이것이 기회라고 여겼다. 이번에 아예 침략의 출로이자 근거지인 산동반도 등주를 칠 생각을 했다. 9대조 정지 장군이 왜의 침략 근거지인 미키 섬을 아예 점령해버리자는 전략에서 기인된 착상이었다.

그런데 요동 경략(經略) 손승종이 어떻게 첩보를 입수했는지 급히 밀서를 보내왔다. 그는 화의를 맺자고 청해왔다. 하긴 명은 원숭환의 처형 뒤 요동 불안을 가져왔고, 이자성이 난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자자한 데다 후금 침략에 맞서야 하는 위기에 있었다. 이런 때 정충신의 조선 수군과 육군을 맞딱뜨린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정충신 군대가 막강하다는 것은 그동안의 크고 작은 전투에서 확인되었다.

손승종은 어떻게든 전선을 확장해서는 안된다고 믿고 있었다. 싸울수록 조선 수군에게 밀리는데, 그의 군사들은 또 싸움보다 약탈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래서 화의를 맺고 군사를 철수하겠다는 것이다.

정충신은 믿을 수 없었다.

“유흥치가 경략 손승종까지 이용하고 있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 그리고 중국이란 나라는 국력이 허약할 때는 장수들이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여차하면 반란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정충신은 문서를 써서 군관 이준영과 통역관 박인후를 시켜 가도의 유흥치에게 보냈다. 이는 손숭종의 명이 유흥치에게도 하달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이기도 했다.

-홀연히 하루 아침에 변방에서 변란이 일어난 것은 그대 때문이다. 그것은 가도 섬 안에서 진계성 이하 여러 군교가 사상을 당한 난리였다. 그 해독이 명나라 조정과 조선에까지 미쳤다. 그 사건은 그대가 전부 일으켰다는 것이다. 가도의 변란 소식이 전해지자 백성들의 인심이 흉흉해지고 물정의 거래가 끊기며 장차 천조를 배반하고 등주를 침범할 것이며, 또 몰래 군대를 움직여 우리 조선을 침범할 계책이라 하여 나라 안 모든 사람이 분노로 그대의 죄를 성토하고 토벌할 것을 주장하였다. 나는 이제 조선 조정의 뜻을 받들어 그대의 죄를 묻기 위하여 군사를 일으킨다. 이런 때 명나라 손숭종 각부(閣部)가 보내온 각별한 편지를 받았다. 격려와 아울러 일백번 잘못되었으니 용서해주기 바란다는 사연이었고, 마침 우리 조정으로부터도 군대를 철수하라는 명이 있어 내 부하를 보내어 전후의 곡절을 알리는 바이다. 내가 처음에 군사를 일으킨 것은 귀국의 천자를 위해 그 죄를 성토하려는 것이었고, 사사로운 원한은 아니었다. 오늘날 군사행동을 중지하고 군대를 철수하려는 것은 귀국의 천자의 뜻을 받들기 위한 때문이요, 손승종 경략의 간곡한 요청 때문이다. 결코 사사로운 은혜를 베풀려는 것은 아니다. 그대가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고쳐 변경 지방을 편안하도록 하는 데 힘쓴다면, 이는 곧 우리 조선의 다행한 일일 뿐 아니라 또한 그대에게도 그지없이 다행한 일일 것이다. 내 뜻을 거역한다면 우리는 곧 군사행동에 나설 것이다. 지체없이 철군하라.

정충신은 자신감이 있었다. 전라도 첨방군과 수군 주력이 황해도 앞바다와 해안에 대기하고 있다. 전투를 해도 패할 리가 없는 것이다.

서찰을 보내놓고 8월 초삼일(1630년) 정충신은 모든 배에 돛을 달고 출병 준비를 서둘렀다. 위세를 부릴 참이었다. 석도에 진출했다가 다음날 아랑포에 정박했다. 배에서 내려 적의 동태를 살피는데 남쪽 하늘이 시커멓더니 태풍이 몰아닥쳤다. 물보라를 일으키는 풍랑이 거칠어지고 바다는 사나워졌다. 석도와 가도 사이는 태풍의 길목이었다.

“배를 모두 거두어 올려라.”

수군들이 배를 뭍으로 끌어올렸다. 집이 날아갈 정도로 태풍의 위력은 거셌다. 이렇게 나흘동안 꼼짝없이 바람을 피하는데, 한 군교가 달려왔다.

“장군, 유흥치의 배가 모두 부숴졌다고 합니다.”

정충신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태풍이 들이닥치는동안 그들은 주색에 빠졌을 것이다. 대비하지 않는 가운데 자연재해를 방치하면 위해가 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때 쳐들어가 부숴버릴까요?”

“아니다. 서찰을 보냈으니 기다려보자. 군령에도 예법이 있다. 더군다나 명군이 아니냐.”

다음날 유흥치가 전령을 시켜 서찰을 보내왔다. 돌아갈 배가 없으니 철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며, 그러니 침략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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